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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7월 4일, 남과 북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선언의 핵심은 ‘통일’이었고, 그 방법은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이었다. 그러나 동년 11월 두 독일은 독일연방공화국과 독일민주공화국이라는 국호로 기본 조약을 체결했는데, 그 핵심은 ‘통일’이 아니라 ‘상호 간의 국가 존재 인정’이었다. 이에 따라 두 독일은 1973년 유엔에 가입했고, 같은 동족이지만 유엔 회원국 관계로서 교류 협력을 활발히 전개했다. 이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두 독일의 분단이 고착화되었다고 했지만, 양 독은 이후 20년이 지나지 않아서 평화롭게 통일했다. 반면 남과 북은 최초의 합의에서 ‘통일’을 추구했지만 서로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은 교류 협력마저도 지지부진했고, 핵 개발과 군비 경쟁 속에서 교전하는 두 적대국으로 고착화되었다. (본문 중)

 

배기찬1)

 

지금, 남북 관계의 때는 어떤 때인가

 

2025년 8월, 코리아가 남과 북으로 분단된 지 80년이 되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지난 80년 동안 남북 관계는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변화가 있었는가! 1948년 남과 북에 각각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다. 1950년부터 3년간 남과 북, 공산 세력과 자유 세력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세계대전에 준하는 전쟁을 치렀고, ‘한국’과 ‘조선’은 각각 자유세계와 공산 세계의 일원으로 국가를 정립해 나갔다. 남진 통일과 북진 통일 구호가 난무하던 시기를 지나 1972년에는 처음으로 남과 북이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부터 남은 ‘유신 체제’를 만들었고 북은 ‘주체 체제’를 본격화했으며, 각자의 통치 영역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발전을 추구했다. 1989년 공산 체제의 붕괴로 냉전은 종식되었고,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1991년 국가만이 가입할 수 있는 유엔의 회원국이 되었다. 이때부터 남과 북은 기본 합의서와 비핵화에 합의하는 등 남북 관계를 발전시켰고, 2000년에는 최초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2007년에도 ‘평화와 번영의 남북 관계’와 ‘비핵화’ 그리고 ‘조선’과 미·일 간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모든 합의와 노력들은 2017년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으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2018년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2020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완전히 파탄이 났다. 2023년 북한은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가 아닌 교전하는 두 개의 적대국 관계로 규정함으로써, 1945년 분단 이후 남북 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선언했다.

 

전도서 3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다. … 허물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 … 찾아 나설 때가 있고, 포기할 때가 있다. 간직할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다. …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다. 전쟁을 치를 때가 있고, 평화를 누릴 때가 있다.” 지금 남북 관계는 전쟁을 치를 때인가, 평화를 누릴 때인가. 기존의 남북 관계에 대한 패러다임을 간직할 때인가, 버릴 때인가. 평화로운 남북 관계를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때인가, 포기할 때인가. 지금은 기존의 남북 관계에 대한 인식을 허물 때이고, 우리의 고정관념을 죽일 때이다. 80년간 우리를 지배해 온 남북 관계의 뿌리 깊은 인식을 뽑을 때이다. 그래야만 남북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태어날 수 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울 수 있으며, 찢어진 남북 관계를 꿰맬 수 있다. 우리가 80년에 가까운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진정한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지금이 새로운 때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 적대·대결에서 화해·협력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 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갑자기 치러진 6.3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남북 관계의 복원’을 핵심으로 하는 대북 정책을 공약했다.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복원하고, 9.19 군사 합의를 복원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 구축 조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남북 관계의 복원은 남북 관계를 적대와 대결에서 화해·협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폐허가 돼 버린 남북 관계를 다시 복원하고 무너진 한반도의 평화 공존 체제를 재구축해야 한다”라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제1 단계인 화해‧협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남북 관계가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지 않도록 한반도의 평화 공존을 향한 작은 발걸음을 통해서 사실상의 통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 “우리 민족이 살고 한반도가 번영하는 길이다. 20세기 말 독일 민족은 그 길을 걸었고 결국 하나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장관이 청문회에서 ‘독일의 길’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 1972년 독일의 길과 코리아의 길이 달랐고, 그 차이점이 오늘날 ‘평화롭게 통일된 독일’과 ‘교전하는 두 적대국 코리아’의 차이점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72년 7월 4일, 남과 북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선언의 핵심은 ‘통일’이었고, 그 방법은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이었다. 그러나 동년 11월 두 독일은 독일연방공화국과 독일민주공화국이라는 국호로 기본 조약을 체결했는데, 그 핵심은 ‘통일’이 아니라 ‘상호 간의 국가 존재 인정’이었다. 이에 따라 두 독일은 1973년 유엔에 가입했고, 같은 동족이지만 유엔 회원국 관계로서 교류 협력을 활발히 전개했다. 이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두 독일의 분단이 고착화되었다고 했지만, 양 독은 이후 20년이 지나지 않아서 평화롭게 통일했다. 반면 남과 북은 최초의 합의에서 ‘통일’을 추구했지만 서로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은 교류 협력마저도 지지부진했고, 핵 개발과 군비 경쟁 속에서 교전하는 두 적대국으로 고착화되었다.

 

 

남북 관계는 평화적인 유엔 회원국 관계가 되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 회견에서 “가능하면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을 가자”고 했다. 이를 부연해서 “우리 헌법에도 흡수(통일)가 아니고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고 쓰여 있다”라며 “절멸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안전한 범주 내에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을 가고 (이를 위한 방법이) 대화와 소통, 협력 그리고 공존”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이재명 정부는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통일을 내세우기보다는 교류 협력부터 추진해야 하기에, 통일부를 ‘남북 교류부’ ‘한반도부’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북한은 7월 28일 김여정 명의의 “조한 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라고 밝혔다.

 

향후 이재명 정부는 다음과 같은 기조에 따라 대북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남북 관계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다. 지난 80년간 남과 북은 서로를 ‘괴뢰’, ‘반국가 단체’로 규정했다. 또한 “남북 기본 합의서”와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은 남과 북을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특수 관계’로 규정했다. 이제 이러한 규정을 버리고 남북 관계를 ‘유엔 회원국 관계’로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맞추어 남북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둘째는, 1990년대 초 노태우 정부에서 추진된, 이른바 교차 승인의 끊어진 고리를 다시 이어야 한다. 당시 한국은 소련 및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으나 북한은 미국 및 일본과 국교를 수립하지 못했다. 북한이 미국 및 일본과 국교를 수립하는 것은 남북 관계의 발전 및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해서도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셋째는, 핵 문제와 군비 경쟁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과 변화된 국제 관계는 비핵화가 아주 장기적인 과제이고, 현실적 목표는 북핵 동결임을 알려 주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정부의 임기 중에 이에 대한 합의가 북미 간에 이루어지고, 이것이 종전 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 체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로, 대북 정책 나아가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것에는 최고 패러다임인 헌법의 개정도 포함된다. 지난 80년간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지 못한 데에는 남북의 최고 규범에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 평화문명원 원장,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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