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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식사를 비건식으로 하기로 한 이후, 이 작은 실천은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습니다. 생일을 맞은 교우를 위해 감자샐러드 케이크나 두부 케이크를 만들고, 유제품이나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간식들을 준비하게 되었지요. 밑반찬으로 사용할 김치를 만들기 위해 매년 서너 차례 ‘비건 김장’을 담그고, 그것을 지역 주민이나 청년들과 나누는 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문 중)
장운영(당인리교회 목사)
우리 교회는 예배 못지않게 식탁 교제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함께 먹고 마시는 일이 신앙의 본질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성찬식이라고 부르는 예식도 본래는 공동체가 예수님을 기억하며 나눈 식사에서 비롯되었지요.
무엇을 함께 먹고 마시느냐는 공동체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님의 몸을 나누는 식탁에 함께 앉은 우리는 곧 주님의 몸인 교회가 됩니다. 그러니 교회가 어떤 식탁을 차리는가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신앙 고백이 담긴 실천입니다.
우리 교회는 3년 전부터 모든 공적 식사에서 ‘비건식’(Vegan Diet)을 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비건식은 단순히 고기 없는 식사를 넘어, 동물 착취를 유발할 수 있는 모든 식품을 피하는 식단입니다. 지금은 자연스럽고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낯설고 조심스러운 시도였습니다.
비건식을 고려하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후 위기, 동물권, 건강, 창조 세계 돌봄 등 여러 이유로 채식을 선택한 교우들이 생겨났고, 이들이 교회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함께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고기가 포함된 식사와 그렇지 않은 식사를 함께 내기도 했지만, 논의는 결국 모두가 함께 먹을 수 있는 식탁을 차리는 것이 옳다는 방향으로 이어졌습니다. 저 역시 목회자로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식탁이야말로 가장 교회다운 식탁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한 번은 식탁 교제를 마치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이 성찬을 고기로 하지 않으신 건 참 다행이야.” 소박한 떡과 포도주로 이루어진 성찬이, 어떤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충만한 은총을 나눌 수 있다는 표징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수님의 식탁은 비폭력의 상징이었고, 생명을 살리는 기억이었으며,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건식으로 차린 식탁은 누구도 착취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평등한 주님의 식탁의 의미를 잘 담아낸다고 생각합니다.
공동 식사를 비건식으로 하기로 한 이후, 이 작은 실천은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습니다. 생일을 맞은 교우를 위해 감자샐러드 케이크나 두부 케이크를 만들고, 유제품이나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간식들을 준비하게 되었지요. 밑반찬으로 사용할 김치를 만들기 위해 매년 서너 차례 ‘비건 김장’을 담그고, 그것을 지역 주민이나 청년들과 나누는 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 년째 비건식을 준비하면서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육수 없이도 깊은 맛을 내는 법, 식자재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 등이 자연스레 축적되고 전수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채식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온라인에서 맛있고 균형 잡힌 비건 레시피를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교회에 처음 온 분들은 식사 후 이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비건식이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어요!”
“음식에서도 교회의 신념이 전해지네요.”
최근 무더위에 교회에서 나눴던 몇 가지 식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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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해초비빔밥’, ‘비건 타코’, ‘비건 바비큐’
가장 오른쪽 사진은 7월 하계 수련회에서 나눈 비건 바비큐입니다. 전통적인 바비큐 대신, 팽이, 느타리, 새송이, 양송이 등 여러 버섯과 두부, 제철 채소(고추, 파프리카, 애호박, 감자, 당근, 고구마 등)를 구워냈지요. 구운 채소를 쌈에 싸 먹는 그 맛이 어찌나 풍성하던지, 고기가 전혀 아쉽지 않았습니다.
교회 식탁에 놓인 것은 단지 음식이 아닙니다. 그 위에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신앙, 그리고 세상을 향한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주일만이라도 지구에 해가 덜 되는 방식으로 식탁을 차려보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청지기적 사명을 실천하는 작고 구체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교회가 생명을 기억하고, 생명을 살리고, 생명을 나누는 식탁을 차려가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름 수련회의 한 끼는 채식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기윤실 자발적불편운동 ‘채식 캠페인’ 살펴보기
[자발적불편운동] 이번 수련회, 한끼는 채식으로 즐겁게!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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