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2026년부터 생활 폐기물의 직매립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현재 우리나라의 매립지는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으며, 수도권 매립지는 이미 여러 차례 사용 기한이 연장되었다. ‘님비’(NIMBY) 현상으로 인해 새로운 매립지 조성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매립된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와 메탄가스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특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약 28배 더 강한 온실가스로, 기후 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직매립 감축은 시급한 과제다. (본문 중)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올해는 종량제 봉투가 도입된 지 30년이 되는 해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시행은 한국 폐기물 관리 역사의 큰 전환점이었다. 쓰레기를 버리는 만큼 비용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바로 ‘쓰레기 직매립 금지’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쓰레기 직매립 금지, 왜 필요한가?
환경부는 2026년부터 생활 폐기물의 직매립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현재 우리나라의 매립지는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으며, 수도권 매립지는 이미 여러 차례 사용 기한이 연장되었다. ‘님비’(NIMBY) 현상으로 인해 새로운 매립지 조성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매립된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와 메탄가스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특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약 28배 더 강한 온실가스로, 기후 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직매립 감축은 시급한 과제다.
우리나라의 쓰레기 현황과 처리 실태
종량제 시행으로 재활용률이 크게 향상되었음에도, 우리나라의 폐기물 발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생활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약 5.7만 톤으로,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1.1kg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며, 지난 10년간 약 20% 증가한 수치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 증가로 택배와 배달 포장재,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했다. 2020년 택배 물량은 약 33억 건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으며, 이로 인한 포장재 폐기물도 크게 늘었다.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 재질 포장재와 플라스틱 폐기물은 재활용 체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상당량이 여전히 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되고 있다.
재활용으로 분류된 폐기물 중에서도 실제로 자원으로 순환되는 비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의 실제 재활용률은 30% 미만으로 추정된다. 많은 재활용 폐기물이 선별 과정에서 오염이나 복합 재질 문제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 또는 매립되는 ‘재활용 환상’(recycling illusion)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비닐과 스티로폼은 경제성 부족으로 재활용 체계가 불안정하여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순환 경제로 가는 자원 순환 정책의 방향과 과제
쓰레기 직매립 금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폐기물 관리의 패러다임을 ‘처리’ 중심에서 ‘예방과 순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선형 경제(채취-생산-소비-폐기)에서 순환 경제(재사용-재활용-재생산)로 경제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는 단순한 폐기물 관리를 넘어 경제·사회 구조의 전환을 의미한다.
첫째, 발생 단계에서의 감량, 즉 사전 예방 원칙이 필요하다. 제품 설계 단계부터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에코디자인’을 확대하고,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과 포장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순환 경제에서는 제품의 전 생애 주기를 고려해 설계 단계부터 자원 효율성과 재활용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 재사용 활성화와 공유 경제의 확산이 중요하다.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 사용을 장려하고, 리필 스테이션, 공구 도서관, 수리 카페 등 재사용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중고 거래와 나눔 문화를 활성화하여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소유보다 사용 가치를 중시하는 공유 경제 모델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불필요한 생산과 폐기물을 줄인다.
셋째, 고품질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여 순환 자원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단순히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 품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재질별 분리배출 체계를 개선하고, 선별 시설의 현대화와 재활용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재활용 제품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 조달에서 재활용 제품 구매를 늘리고,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순환 경제에서는 ‘폐기물’이 아닌 ‘순환 자원’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넷째,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은 소각을 통한 에너지 회수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는 순환의 마지막 단계에서 실행할 방안으로, 현대적인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을 확충하고 발생하는 열과 전기를 지역난방이나 발전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순환 경제 관점에서 에너지 회수는 물질 재활용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선택하는 마지막 순환 방식으로, 매립보다는 자원의 가치를 회수하는 과정이다.
다섯째, 순환 경제를 위한 사회적 혁신이 필수적이다. 순환 경제로의 전환은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생산자와 소비자,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 혁신이 필요하다. 업사이클링, ‘사서 소유하는’ 것이 아닌 ‘필요할 때 빌려 쓰는’ 제품 서비스화(Product as a Service), 사용하던 제품이나 부품을 수리, 청소, 업그레이드하여 거의 새 제품과 같은 상태로 만드는 리퍼비시(Refurbish)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장려해야 한다. 또한 환경 교육과 시민 참여를 통해 자원 순환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순환 경제는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닌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한다.
개인 및 공동체 단위의 자원 순환 실천
자원 순환 사회로의 전환은 정부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시민 개개인의 적극적인 참여와 다양한 공동체 단위의 실천이 필수적이다. 개인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내구성 높은 제품을 선택하며, 과대 포장된 상품을 피하고, 리필제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다. 장을 볼 때는 다회용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음료는 개인 텀블러에 담아 마시는 것이 좋다. 중고 거래와 물물교환으로 자원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재활용품을 배출할 때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플라스틱은 종류별(PET, PP, PS 등)로 구분해야 재활용 효율이 높아진다. 종이 팩과 일반 종이를 구분하고, 비닐과 플라스틱도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최소화하고, 배출 시 물기를 충분히 제거하여 분리배출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개인적 실천과 함께 공동체 차원의 적극적 참여도 절실하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나 쓰레기 줍기 같은 환경 활동에 참여하고, 지역 내 재활용 센터와 업사이클링 센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주변인들에게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과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도 가치 있다. 직장, 학교, 교회 등 소속 공동체에서는 쓰레기 발생량을 진단하고 감량 목표를 설정하며, 마을 단위 재활용 센터를 현대화하고 리앤업사이클(Re&UP-cycle) 거점을 조성할 수 있다. 공동체 내에서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 나눔 장터, 수리 카페 등을 운영하고, 아파트나 마을과 같은 주거 공동체에서는 공동 퇴비장이나 자원 순환 스테이션을 설치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소속 기관이나 단체에서는 물품 구매 시 친환경 제품과 재활용 제품을 우선 고려하는 정책을 제안하는 것도 중요한 실천이다.
재활용을 넘어 자원 순환 사회를 향하는 교회
2026년부터 직매립이 금지되는 상황에서, 교회는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에 중요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창조 세계를 돌보는 책임을 맡기셨다(창 2:15). 이는 하나님의 첫 명령이며,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감당해야 할 근본적인 소명이다. 자원순환 사회로 가는 길은 단지 정책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 존중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라는 영적, 윤리적 차원의 문제이다. 이사야 24장에는 “땅이 또한 그 주민 아래서 더럽게 되었으니 이는 그들이 율법을 범하며 율례를 어기며 영원한 언약을 깨뜨렸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의 소비문화, 자원 낭비,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은 결국 영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회와 신앙공동체는 예배와 집회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교회 내 분리배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쓰레기 매립의 환경적 영향과 자원 순환의 중요성에 관한 성경적 가르침을 나누고, 설교와 양육 과정에서 자원을 소중히 여기고 재활용하는 습관의 성경적 근거를 가르쳐야 한다. 교회 행사에서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친환경적 실천을 보여 지역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쓰레기 줍기 활동, 자원 순환 캠페인, 청소년 환경 교육 등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존하는 사명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은 복음 전파의 중요한 통로가 되며,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믿음의 행동이다. 또한 교우들이 일상에서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 방식을 추구해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자원 순환에 기여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이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일상에서 구현하는 영적 훈련이자, 예수님이 가르치신 “일용할 양식”으로 자족하고 필요 이상의 것을 추구하지 않는 삶을 통해 자원 낭비와 과도한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길이다.
끝으로, 교회는 지역 사회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집단으로 쓰레기 매립 감소와 자원 순환 제도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교회가 분리배출과 재활용을 실천하고, 재사용·재활용 센터(제로 웨이스트 샵이나 수리 센터 등)를 운영해 친환경적 모범을 보이며, 지역 정부와 협력하여 효과적인 자원 순환 정책을 지지한다면, 매립 대신 순환 경제를 향한 사회적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회복하는 일에 교회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쓰레기 직매립 금지를 앞둔 지금, 우리는 폐기물 관리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이는 단순한 쓰레기 처리 방법의 변화가 아닌, 우리 사회의 생산과 소비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자원 순환 사회로의 전환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지만,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미래 세대에게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창조 세계에 대한 거룩한 책임과 미래 세대를 향한 신앙적 실천을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일에 열심을 내야 한다. 이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의 표현이며,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영적 여정의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신앙인들이 일상에서 자원 순환의 가치를 실천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의 주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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