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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황동골프장증설실시계획’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공무원이 사업자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유죄 선고를 받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골프장 증설 시 300미터도 채 안 되는 곳에 있게 될 고양 정수장을 누락하고 주민 반대 의사를 축소하는 등 위법한 요소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고양 시민들은 이 계획에 반대해 왔고, 제가 출석하는 나들목일산교회를 포함한 몇몇 교회들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산황산 지키기 운동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본문 중)

 

류지연(나들목일산교회)

 

지난 9월 20일 고양시 화정역 문화광장에서는 ‘산황산을 살리기 위한 연합예배(3차)’가 열렸습니다. 11개 교회의 연대로 함께 모인 이들은 손에 “고양 시민의 녹색 숨결, 산황산을 지킵시다”라는 손 피켓을 들고 예배를 드리고, 예배 후에는 손 피켓을 들고 화정역 주변을 크게 돌아 걷기 기도회를 진행했습니다. 왜 그리스도인들이 일주일 중 하루 늦잠 잘 수 있는 토요일 오전, 화정역 광장에 모여 손 피켓을 들고 예배를 드렸을까요.

 

고양시에는 지하철 3호선 백석역, 대곡역, 경의중앙선 곡산역에서 차로 채 5분 걸리지 않는 곳에 울창한 도시 숲 산황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산황산이 있는 산황동을 방문하면 106만 인구 고양시의 도심에서 갑자기 시골 마을로 순간 이동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한적한 마을길에서는 690살 어르신 용뿔느티나무가 위용을 뽐내며 맞아 줍니다. 도심 속 한갓진 시골 마을이었던 산황동의 산황산은 2008년에 절반이 파헤쳐져 9홀 골프장이 되었고, 2011년에는 골프장 사업자가 산황산의 나머지 반도 골프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산황동골프장증설실시계획’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공무원이 사업자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유죄 선고를 받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골프장 증설 시 300미터도 채 안 되는 곳에 있게 될 고양 정수장을 누락하고 주민 반대 의사를 축소하는 등 위법한 요소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고양 시민들은 이 계획에 반대해 왔고, 제가 출석하는 나들목일산교회를 포함한 몇몇 교회들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산황산 지키기 운동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산황산 전경 ⓒ기후정의영화제 다큐멘터리 <바로 지금 여기>

 

사업자의 재정적 부실로 인해 10년간 장기 미집행 상태로 있던 이 사업은, 올해 2월 고양시의회에서 시의원 만장일치로 취소 권고안이 통과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17일 고양시는 기습적으로 ‘산황동골프장증설실시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산황산 주민들과 산황산골프장백지화 범시민대책위는 골프장 공사가 시작될 것을 우려하며 즉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9월 23일 법원에서 1차 심리가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6월 고양시의 ‘산황동골프장증설실시계획’ 승인 이후, 7월부터 9월까지 고양시 11개 교회 연대는 한 달에 한 번 ‘산황산을 살리기 위한 연합 예배’를 드리며 시민 대책위와 연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7개 교회가 참여했으나 지금은 11개의 교회가 연대하고 있고(나들목일산교회, 동녘교회, 백석교회, 사랑누리교회, 새벽이슬교회, 성공회일산교회, 숨교회, 일산은혜교회, 주날개그늘교회, 풀향기교회, 하늘교회), 또한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녹색교회네트워크와 고양YWCA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온 세상 어디든지 가서, 모든 창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가복음 16:15, 새한글성경)

 

온 세상 모든 창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일은 어떤 것일까요. 말 못 하는 자연이지만, 자연을 향해 하나님이 처음 그것을 만드셨을 때 “보기 좋았더라” 하셨던 그 말씀이, 이제 예수님으로 인해 온전히 이루어지게 되었음을 선포하는 것, 그리고 교회가 산업화 이후 급속도로 피폐해진 자연을 회복하기 위해 마음을 쓰고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미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였지만 아직 완성을 기다리고 있는 이 종말론적 시기에, 깨어진 세상 속에서 자연 또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습니다. 폭염, 폭우, 홍수, 산불, 극지방 빙하의 급속한 해빙 등을 보면 자연이 신음을 넘어 하나님을 향해 울부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연을 향해 선포되는 복음의 약속이 온전히 이루어지고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교회들은 교회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행동하면서 하나님의 회복 역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산황산 살리기 운동에 참여하면서, 기후 위기 시대에 북극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는 것이나 아마존 밀림의 파괴를 내가 직접 막을 수는 없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산림이 부당하게 훼손되고 그 안에 깃든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막고 싶었습니다.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시민들과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한다면 산황산 골프장 증설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골프장 증설을 막을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약하고 핍박받는 이들과 함께하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마지막까지 사라져 갈 연약한 것들과 함께하는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지난 9월 20일 ‘산황산을 살리기 위한 연합 예배’에서 강원생태네트워크 박성율 목사님은 단순히 연대를 넘어서 우리가 산황산을 지키는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산황산을 지킬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이와 함께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별하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신뢰함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됩니다. ‘산황동골프장증설실시계획’ 승인이 난 6월부터 9월 중반까지는, 대책위에서 가처분 소송을 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하고, 몇 번의 기자 회견, 소송 기금 모금과 거리에서의 서명 운동, 온라인 홍보, 산황동 주민들과의 만남 등 숨 가쁜 일정들이 있었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애타는 마음 때문에 내가 할 수 없는 영역까지 무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펴봅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이런 과정 또한 하나님께 올려드리며 나아가려 합니다.

 

예배를 드리면서 또한 저는, 우리가 산황산을 지켜온 것이 아니라, 이제껏 산황산이 고양 시민들을 맑은 숨으로 지켜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저질러 온 인간의 어리석음을 하나님이 불쌍히 여기시고, 고양시의 도시 숲 산황산과 대한민국 곳곳의 파괴되고 있는 창조물들에게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 주시길 소망합니다.

 

photo by 임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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