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2-3회 발행되는 <좋은나무>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시려면(무료),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친구추가’를 해주시고

지인에게 ‘공유’하여 기윤실 <좋은나무>를 소개해주세요

 

카카오톡으로 <좋은나무> 구독하기

 <좋은나무> 뉴스레터 구독하기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반추가 계속될 때 우리의 몸은 비록 침대에 뉘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뇌는 쉬지 못하고 있다. 우울한 상태에서 원하지 않는데도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빠지는 정도가, 뇌의 앞부분, 즉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변연계에서의 대사 활동과 연관되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잠자리에서 이런 반추를 하게 되면 불면 증상도 악화된다. 그렇다면 요셉은 어떻게 이런 감옥 안에서 정신적 균형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본문 중)

 

김지은1)

 

창세기 39-40장을 보면 요셉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장면이 나온다. 감금 상황에서는 사람의 마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먼저, 혼자 생각할 시간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그때 머릿속에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이 죄목 말고도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잘못한 게 있었나?

“나는 결백한데…, 너무 억울하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어느 정도는 자기반성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반복되면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기쁨을 느끼는 힘이 사라진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런 반복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반추”(反芻, rumination)라고 부른다. 원래는 소가 풀을 토해 되씹는 행위에서 나온 말인데, 마음속에서도 이렇게 ‘되씹는’ 일이 벌어지면, 기분은 더 가라앉고 우울감은 깊어진다.

 

우리 삶 속의 ‘감옥’

 

요셉의 감옥은 쇠창살로 둘러싸인 곳이었지만, 우리 인생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감옥이 있다. 취업 실패 후 방 안에만 머무르며 지원서만 n백 번째 쓰는 청년,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체육 시간에 짝 없이 혼자 남겨진 학생, 어린 자녀를 돌보느라 자기 시간은 전혀 갖지 못하는 부모, 직장에서 부당한 평가를 받고 의욕을 잃은 직장인들도 밤에 누워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몰려올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반추가 계속될 때 우리의 몸은 비록 침대에 뉘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뇌는 쉬지 못하고 있다. 우울한 상태에서 원하지 않는데도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빠지는 정도가, 뇌의 앞부분, 즉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변연계에서의 대사 활동과 연관되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잠자리에서 이런 반추를 하게 되면 불면 증상도 악화된다. 그렇다면 요셉은 어떻게 이런 감옥 안에서 정신적 균형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요셉은 어떻게 이런 위기에서 나아졌을까?

 

정신 치료에서 치료자는 ‘심리 상상’이라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치료자는 초기의 제한된 자료나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내담자의 말, 행동의 심리적 동기, 경험, 이유 등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세운다. 초기에는 상당히 상상적일 수 있지만, 치료자는 과학적 추론처럼 계속 그 상상을 검증하고 수정해 나간다. 하지만 요셉의 경우에는 치료자의 입장에서 검증하고 수정할 기회가 없으니, 제한된 내용으로 요셉의 경험을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 나중에 요셉을 하늘나라에서 만날 수 있다면 내가 상상한 내용이 옳은지 한번 물어보고 싶다.

 

내가 상상한 내용의 앞부분은 다음과 같다. 요셉은 감옥에 갇혔을 때, 혹은 자신이 꿈을 해석해 준 관원장이 풀려난 뒤 자신을 잊어버렸을 때(창 40:23),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우울한 상태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활동을 줄이고 스스로 고립된다. 그러면 즐거울 수도 있을 많은 활동이나 자극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줄어든다. 그러고는 부정적인 생각에만 빠져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상상한 내용의 뒷부분은 요셉이 이 우울증을 벗어난 메커니즘이 무엇일지에 대한 것이다. 이는 현대 정신의학의 우울 회복에 대한 지식에 기반해 추측해 볼 수 있다.

 

 

감옥이 되어 버린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법: 행동 활성화

 

우울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신의학에서는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라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내담자는 하루 생활 중에 하는 활동 중에 어떤 활동이 자기에게 뿌듯한 느낌을 주는지, 어려운지, 그리고 중요한지 등을 기록하고 평가해 본다.

 

그 내용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꼭 마음에 새겨야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은 행동 활성화가 모두 ‘학업에 전념하기’로 나타나기를 바라겠지만, 각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목표는 모두 서로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집을 청소하는 것이 그런 활동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정리 전문가는 “집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라고 말하며, 그 이유를 ‘집의 기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신의학적으로 보면, 그보다는 정리 행위를 통해 성취감을 경험하고, 차분해진 환경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며, 작은 기쁨을 경험하는 효과가 우울 완화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머리를 단정히 빗고 헤어핀을 꽂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가 늘 꽃 핀을 꽂았듯이 말이다. 이런 행동은 자신을 돌보는 행동이다. 뉴욕처럼 속물주의가 강한 도시에서 오히려 명상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사람들에게 물질을 넘어서 ‘영성’과 초월적 존재와의 만남을 희구하는 마음이 있음을 시사한다.

 

행동 활성화 기법은 일단 가장 쉬운 활동부터 해보도록 권한다. 그리고 점차로, 천천히 어려운 것으로 옮겨간다. 이때 내담자와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종종 조급증을 보이면서, ‘언제 공부를 하냐’, ‘대체 밥벌이는 언제부터 하는 거냐’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뇌 회로만 태우고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한 발짝씩이라도 앞으로 가 보고, 때로는 뒤로도 가면서, 한 달에 반보씩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아주 길게 보았을 때 중요하다는 점을 마음에 새기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작지만 의미 있는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뇌의 보상 회로를 재가동하고, 부정적 사고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너무 쉬워 보이고 단순한가? 그러나 이것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우울 회복에 대한 효과가 밝혀진 방법이다. 그러나 그 점은 차치하고라도, 잠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가졌던 시니컬한 마음을 내려놓고 요셉을 한번 보자. 요셉은 간수가 옥중의 모든 일을 요셉의 손에 맡길 정도로, 자기에게 주어진 일 이상을 했다. 첫날부터 그러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자기 방을 먼저 청소하고, 얼굴을 씻는 것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다 하루는 ‘복도까지 한 번 쓸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다음에는 물그릇을 나르고, 다른 죄수의 끊어진 끈을 묶어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떨어진 컵을 주워 제자리에 두다가 설거지를 했을지도 모른다. 옷을 좋아하던 요셉은 어느 날, 이제 색동옷은 아니고 허름한 죄수복이지만, 몸에 잘 맞게 꿰매 입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날은 싸움을 중재하거나 배식 활동에 자원했을 수도 있다. 어느 날 배식을 하면서 슬퍼하는 술 맡은 관원장과 떡 굽는 관원장의 얼굴을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 괜히 나서서 꿈 해석을 자원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적극적인 청탁도 한다.

 

오늘 한 번 나를 기쁘게 하는 일 중에(TV, 인터넷, 게임과 같은 수동적 자극은 제외하고), 자신에게 가장 쉬운 행동 하나를 선택해 행해 보라. 내일은 이 일이 조금 더 쉬워지고, 우울이 가득한 하루에 작은 기쁨이, 돌 틈으로 비추는 햇빛처럼 조금씩 들어온다.

 


1) 이화여자대학교 뇌‧인지과학부 교수, 신경정신과 전문의.

 

* <좋은나무> 글을 다른 매체에 게시하시려면 저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02-794-6200)으로 연락해 주세요.

* 게시하실 때는 다음과 같이 표기하셔야합니다.
(예시) 이 글은 기윤실 <좋은나무>의 기사를 허락을 받고 전재한 것입니다. https://cemk.org/26627/ (전재 글의 글의 주소 표시)

<좋은나무>글이 유익하셨나요?  

발간되는 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시려면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친구추가’를 해주시고

지인에게 ‘공유’하여 기윤실 <좋은나무>를 소개해주세요.

카카오톡으로 <좋은나무> 구독하기

 <좋은나무> 뉴스레터 구독하기

<좋은나무>에 문의·제안하기

문의나 제안, 글에 대한 피드백을 원하시면 아래의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편집위원과 필자에게 전달됩니다.
_

관련 글들

2025.05.16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때문에 지구가 아파요!(손화철)

자세히 보기
2025.05.12

마약의 과학(성영은)

자세히 보기
2025.04.29

AI 시대의 목회와 이웃 사랑(김성수)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