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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동물 보호의 날을 맞아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동물 복지 헌장”을 발표하고 동물 보호에서 동물 복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동물 보호가 다양한 위협으로부터의 수동적인 대응이라면, 동물 복지는 동물이 계속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동물에게 위협이 되는 환경 자체를 바꾸고 개선하겠다는 적극적인 개념이다. 동물 복지 헌장은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존중하는 것, 동물의 생애 주기별 복지 보장 노력, 국가의 동물 보호 정책·교육·연구 의무, 재난과 기후 변화에서의 동반 대응, 과학적 동물 복지 평가 기준 개발, 사회적 연대와 참여, 미래 세대를 위한 동물 복지 가치 공감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본문 중)
김영환1)
2025년 10월 4일은 제1회 국가 동물 보호의 날이었다. 원래 이날은 독일, 호주, 핀란드, 아르헨티나 등 세계 여러 나라의 민간단체들이 ‘세계 동물 보호의 날’(World Animal Day)로 기념해 온 날이었는데, 우리나라는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이날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다. 이제 한국에서 동물 보호의 날은 민간과 지역 사회 차원의 캠페인을 넘어서 국가가 동물 보호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기념하는 날이 되었다.
정부는 동물 보호의 날을 맞아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동물 복지 헌장”을 발표하고 동물 보호에서 동물 복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동물 보호가 다양한 위협으로부터의 수동적인 대응이라면, 동물 복지는 동물이 계속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동물에게 위협이 되는 환경 자체를 바꾸고 개선하겠다는 적극적인 개념이다. 동물 복지 헌장은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존중하는 것, 동물의 생애 주기별 복지 보장 노력, 국가의 동물 보호 정책·교육·연구 의무, 재난과 기후 변화에서의 동반 대응, 과학적 동물 복지 평가 기준 개발, 사회적 연대와 참여, 미래 세대를 위한 동물 복지 가치 공감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또한 정부는 현행 “동물보호법”을 앞으로 “동물복지법”으로 전부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여러 국제 동물 단체들은 한국의 개 식용(보신탕)을 포함한 동물 학대를 법적으로 금지할 것을 한국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했는데, 한국 정부는 동물 보호 문제가 향후 국제 외교와 무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최초의 “동물보호법”은 12개 조항에 불과했으며 명확한 동물 학대의 기준도 없고, 처벌도 과태료 20만 원 수준에 불과한 선언적 법률이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개정으로 현재 “동물보호법”은 100개 조항이 넘는 대형 법률이 되었고,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도 최대 징역 3년에 동물 학대 재범 예방을 위한 수강 명령까지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한국의 동물은 법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보호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 수년간 반려동물 문화와 동물 보호 의식이 급격하게 발전했지만, 그만큼 변화에 대한 반발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한 반발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 ‘사람도 아직 안됐는데’일 것이다. ‘사람도 아직 굶는 사람이 있는데 왜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느냐’, ‘사람이 우선이지 왜 동물을 챙기는 데 세금을 쓰느냐’ 등의 질문이 여전히 동물에 관한 사업과 정책에 따라붙는다. 그러나 이런 말들 속에는 사람과 동물을 오직 대립적인 관계로만 바라보는 오래된 시선이 숨어 있다. 현대 사회에서 동물은 더 이상 사람과 경쟁하지 않는다. 우리가 해외의 이웃을 돕는 것이 반드시 국내 이웃의 필요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듯이, 동물을 배려하고 돕는 행위가 곧 사람의 이익을 빼앗는 결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사회의 자원을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하고 돌봄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하느냐에 있다. 동물은 오래전부터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원이자 뗄 수 없는 존재였으며, 그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가정의 20%는 반려동물과 가족처럼 살아가고 있고, 농장 동물은 우리가 소비하는 식량을 제공하는 데 이용되거나 희생되며, 의약품 개발과 연구, 생태계 유지에도 수많은 동물들이 관여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은 이미 수많은 관계망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때때로 사람과 동물의 복지를 하나로 묶는데, 최근의 기후 위기와 감염병의 확산만 보더라도 인간의 삶과 동물의 환경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동물 보호에서 동물 복지로의 전환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수용하고 제도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 사회의 동물 복지 수준은 그 사회의 공감 능력과 윤리적 성숙을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가장 약한 존재 중 하나인 동물을 제대로 대우하고 보호하는 사회는 약자에게도 더 친절한 사회일 것이다. 동물을 존중하는 태도는 곧 인간 자신의 존엄을 높이는 행위로 이어지며, 반대로 사람의 안전과 존엄이 잘 보장되는 사회는 동물에게도 그 가치를 확장할 수 있다. 법은 그 사회의 최소한의 윤리 기준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제정한 지 30년이 넘었다. 이제는 ‘사람도 아직 안됐는데’라는 낡은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사람과 동물이 함께 더 잘 사는’ 사회를 위해 나아가야 할 때다.
1)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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