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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력의 여섯 주요 절기(대림, 성탄, 주현, 사순, 부활, 성령강림)는 우리의 삶을 그리스도의 생애와 연결하는 중요한 접점들이며, 이를 반복하여 기념함으로써 우리의 현실의 삶이 종말론적 신앙으로 빚어지게 하는 신학적·예전적 도구이다. 그럼에도 한국 개신교회 대부분은 교회력을 예배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왔는데, 여기에는 크게 보아 네 가지 이유가 있다. (본문 중)

 

김형락(서울신학대학교 예배학 교수)

 

교회력은 우리가 살아가는 1년의 시간 주기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이루신 구원 사역을 기념하고 그의 다시 오심을 소망하기 위해 형성된 시간 체계이다. 교회력의 주기는 그리스도의 탄생 예고와 성육신에서 시작하여, 현현과 공생애,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 그리고 성령 강림의 사건까지로 이어지며, 교회는 이 사건들을 예배를 통해 반복적으로 재현한다. 이를 통해 예배 공동체는 하나님의 구원이 과거에 완료된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인식하며, 다가올 재림을 소망하는 종말론적 삶으로 이끌린다. 또한해마다 반복되는 절기 예배를 통해 기독교인은 자신의 삶을 그리스도의 생애에 맞추는 영적 습관을 형성하게 된다.1)

 

이처럼 교회력의 여섯 주요 절기(대림, 성탄, 주현, 사순, 부활, 성령강림)는 우리의 삶을 그리스도의 생애와 연결하는 중요한 접점들이며, 이를 반복하여 기념함으로써 우리의 현실의 삶이 종말론적 신앙으로 빚어지게 하는 신학적·예전적 도구이다. 그럼에도 한국 개신교회 대부분은 교회력을 예배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왔는데, 여기에는 크게 보아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개신교 예배 전통의 출발 자체가 교회력 경시에서 비롯되었다. 종교개혁자들은 중세 교회의 미신적 사효론2)에 대한 반발로 중세 미사를 거부했고, 따라서 그와 연관되어 있던 교회력 또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교회력보다 주일 예배 중심의 구조가 강화되었고, 성탄절과 부활절만 개신교 교회력의 핵심 절기로 남게 되었다. 한국 개신교 역시 초기부터 북미 선교사들이 전한 단순한 구조의 설교 중심 예배를 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교회력 친화적인 전통이 형성되지 못했다. 따라서 성탄절과 부활절 외의 절기 예배는 자연스럽게 자리 잡지 못했다.

 

둘째, 한국 개신교회는 교회력을 중시하는 예전(liturgy)에 대해 배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313년 밀라노 칙령 이후 기독교 예배는 예전적 구조로 발전했고, 동방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 모두 절기를 중심으로 한 예전 전통을 확립했다. 예전은 형식을 중시하며 기도문, 찬송, 성찬 등이 교회력과 긴밀히 연결된다. 반면 개신교 예배는 형식보다 내용과 예배자의 감정을 강조하며, 예전적 요소를 ‘가톨릭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반(反)예전적 흐름을 강화해 왔다. 한국 개신교회 역시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예전적 예배와 교회력을 멀리하게 되었다.

 

셋째, 한국 개신교회는 교회의 역사적 전통보다 성서적 근거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성향 속에서 성서에 직접 언급되지 않은 절기—예를 들면, 사순절이나 주현절—는 비성서적이라며 절기 예배를 드리기를 주저하는 교회들도 있다. 특히 보수적 신학 전통에서는 교회 역사를 통해 형성된 절기를 예배에 포함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넷째, 현대 한국 개신교회는 교회력보다 현대적 예배 방식과 다양한 목회 프로그램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 구도자 예배와 여러 목회 프로그램이 확산되며 사순절 집회, 절기 기도회 등 전통적 절기 예배가 점차 약화되었다. 오히려 추수감사절, 맥추감사절, 송구영신예배 등 표준 교회력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절기들이 더 강조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일부 절기 행사가 교회의 재정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3) 성탄절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보다 산타클로스, 선물, 이벤트 중심의 문화가 지배하며 본래의 신학적 의미가 약화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목회 프로그램과 감성 중심 행사는 교회력이 제공하는 그리스도의 생애 중심 기억과 종말론적 소망을 흐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필자는 다음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교회력의 신학적 의미를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교육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회력은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1년의 시간 속에서 그리스도의 생애를 따라가며 신앙을 체험하는 ‘시간의 순례’이다. 교회력은 바로 이런 경험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교훈을 배우는 과정임을 가르쳐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교단 차원의 예전 교육 강화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둘째, 교회력 중심의 예배와 설교를 실제 목회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설교는 성서정과4)를 중심 본문으로 삼아 준비하고, 절기 예배에는 그 의미를 살리는 예식들을 포함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예배를 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림절: 빛의 오심을 기다리는 4주 예배, 재림 소망을 주제로 한 설교

성탄절: 성육신의 신학적 의미를 강조하는 예배, 성례전 중심 예식

주현절: 주님의 공생애와 사역을 조명하는 예배

사순절: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40일의 고난 여정

(고난주간: 종려주일, 세족식, 테네브레5))

부활절: 새 생명과 빛을 상징하는 부활 축제 예배

성령강림절: 성령의 열매와 은사를 강조하는 예배

 

이처럼 각 절기의 본질이 드러나는 예배를 기획하고 성도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예배 음악과 예배 공간 역시 교회력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절기에 맞는 찬송, 색채, 장식 등은 성도들이 절기의 의미를 감각적으로 인지하도록 돕는다.

 

셋째, 교회의 목회 계획과 성도들의 일상을 교회력에 맞춰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벤트 중심의 목회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예배의 본질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교회력을 중심으로 목회 일정을 재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순절에는 십자가 묵상과 금식 릴레이, 대림절에는 가정 기도문 작성, 성탄절에는 봉사 프로젝트와 희망 나눔 활동 등을 기획할 수 있다. 교회의 목회 계획이 교회력 중심으로 재정비된다면, 교회력은 예배와 성도들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고 깊이 스며들 것이며, 이를 통해 교회와 개인의 정체성과 신앙이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재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1) 제임스 스미스는 이러한 영적 습관을 피에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habitus)개념을 차용하여 설명한다. 제임스 K. A. 스미스,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 박세혁 옮김(IVP, 2016), 79-91.

2) 성례전 자체가 효력을 발생시킨다는 교리, 종교개혁자들은 수혜자의 믿음을 통해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았다(편집자).

3) 권혁남, “한국교회의 교회력에 관한 연구”, 「신학과 실천」 30(2012): 189.

4) 교회력 절기에 따라 읽도록 미리 지정된 성경 본문 목록(편집자).

5) 테네브레(Tenebrae), ‘어둠’을 뜻하는 라틴어로, 고난주간(목, 금, 토요일)에 행하는 특별 예배의 이름. 예배 순서가 끝날 때마다 촛불을 하나씩 꺼가면서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세상에 닥친 영적인 어둠을 상징적으로 묵상함(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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