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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은 인간 중심적이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도 인간 중심적인 활동들의 결과지만, 생태계를 다시 복원하는 과정도 인간 중심의 관점과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한계를 인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계를 존중하는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본문 중)

 

김영환1)

 

지난 10월, 경남 김해시의 한 행사장에서 멸종 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황새 한 마리가 죽었다. 화포천 습지 과학관 개관식을 기념해 준비된 ‘황새 방사 퍼포먼스’ 도중 벌어진 일이다. 이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마련된 방사 퍼포먼스장에서 암컷, 수컷, 새끼로 구성된 황새 가족 세 마리는 행사 시작을 기다리며 약 1시간 30분 이상 몸에 딱 맞는 나무 상자 안에 갇혀 있었다. 긴 내빈 소개와 축사가 끝난 뒤 상자의 문이 열리자, 새끼는 하늘로 날아올랐고, 어미는 비틀거리다 겨우 날았으며, 아빠 황새는 앞으로 고꾸라진 뒤 숨을 거뒀다. 황새 가족의 멋진 퍼포먼스와 함께 과학관의 개관을 축하하려던 행사는 황새의 죽음으로 인해 전국적인 논란의 행사가 되어버렸다.

 

황새가 죽자, 해당 지역 환경 단체는 행사 때문에 그늘막도 없는 좁은 상자 안에서 황새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탈진으로 죽었다며 김해시장과 관계 공무원을 고발하고 시청 앞에서 반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시장은 기자 간담회를 열어 행사의 전 과정을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다며 시민들에게 사과하였다.

 

황새는 전 세계 3,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한 새지만 원래 죽을 수 있는 존재다. 황새는 야생에서도 죽고, 복원 과정에서도 죽고, 사육 중에도 죽는다. 심지어 방사 이후에도 인간이 설치한 구조물과 낚싯줄, 고압선에 감전되어 죽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황새의 죽음이 더 큰 논란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원인이 자연 속의 위험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연출된 장면’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건은 10년 전 남방큰돌고래 방사 행사를 떠올리게 한다. 2013년 서울대공원이 불법 포획 된 채 돌고래 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 3마리를 성공적으로 제주 바다에 방사하여 야생으로 돌려보내자, 정부는 2015년 더욱 의욕적으로 남은 돌고래 2마리 ‘태산이’와 ‘복순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행사를 준비했다. 사육사들은 수족관의 돌고래가 야생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훈련과 물고기 사냥 연습을 시켰고, 방사 예정지인 제주도 앞바다에 큰 훈련장을 조성해 돌고래들을 미리 바다에 적응시켰다.

 

2015년 여름, 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의 방사 퍼포먼스를 위한 행사가 열렸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유명 코미디언의 사회로 시작해 내빈 소개, 국기에 대한 경례, 축사, 유공자 표창까지 차례로 진행되었다. 돌고래들은 인간의 행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묵묵히 수면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사회자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돌고래들을 가둔 그물이 열리자, 자유를 향한 돌고래의 힘찬 탈출을 기대하던 사람들의 염원과 달리 수면 위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참 뒤 잠수부들이 “나간 것 같다”라며 확인하고 나서야 돌고래들의 방사 행사는 끝났다. 극적인 장면을 보고 싶어 하던 사람들 사이에 실망감이 감돌고 있을 때, 행사에 참여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활짝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돌고래에게 잘된 일이에요.”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은 인간 중심적이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도 인간 중심적인 활동들의 결과지만, 생태계를 다시 복원하는 과정도 인간 중심의 관점과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한계를 인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계를 존중하는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황새가 퍼포먼스 도중 죽었다고 하여 황새 복원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생태계엔 황새가 돌아와야 하고, 황새는 생태계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복원 과정 속에서 우리는 내빈 소개와 축사를 위해 황새를 이용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황새 복원은 인간이 하는 일이지만, 결국 황새를 위한 일이어야 한다. 이번 논란은 황새 복원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다시 묻는 목소리다.

 


1)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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