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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약속보다 실행이 필요한 때다. 특히 올해는 각국이 2035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새로 내놓는 첫해였다. 국제 사회가 기후 위기에 얼마나 진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사실 이번 총회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194개국이 “저배출 사회로의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는 데 합의한 점이다. 전환이 되돌릴 수 없다는 확인은 자본과 기술, 정책, 산업 구조를 그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게 만든다. (본문 중)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2025년 11월, 브라질 아마존 지역의 벨렝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렸다. 올해는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을 맞는 해였고, 이 총회는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자리였다. 파리협정에서 국제 사회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자는 약속을 맺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을 지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회의장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흔들린 에너지 시장, 심화되는 미-중 갈등,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깊은 시각 차이까지. 여러 나라가 기후 대응보다 당장의 에너지 안보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브라질의 마리나 시우바 환경 및 기후변화부 장관은 이번 총회가 두 개의 ‘티핑 포인트’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는 지구 온난화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후 문제를 함께 풀어가려는 국제 협력 자체가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COP30의 성과와 한계
이번 총회의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전 지구적 적응 목표’(Global Goal on Adaptation) 지표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만큼이나, 이미 변화하고 있는 기후에 어떻게 대비하고 적응할 것인가도 중요해졌다. 물 관리, 식량 생산, 건강, 생태계 보전 등 여러 분야에서 각국이 기울인 노력을 평가할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려는 시도였다. 개도국들이 재정 부담을 우려해 일부 지표 적용을 2년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기후 대응을 체계적으로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우리나라도 이번 총회에서 2035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새로 정했다. 2018년 대비 53-61%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탈석탄 동맹’에 가입했다. 석탄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원이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많은 나라가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이번 결정은 아시아 지역 탈석탄 흐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100(기업이 쓰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국제 이니셔티브)의 올리 윌슨 최고 책임자는 한국의 결정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의 새로운 감축 목표와 재생에너지 확대 약속, 그리고 탈석탄동맹 가입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은 청정에너지 경제로 가는 길에 진지하게 나서고 있고,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여전히 남은 한계와 되돌릴 수 없는 전환 과제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화석 연료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산유국들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다. 적응 목표의 지표 체계 논의에서도 아프리카와 아랍권 국가들은 2년 유예를 요구했다. 개도국들은 기후 변화 적응에 필요한 재정과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표만 먼저 설정되면 부담만 커진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선진국들이 약속한 기후 재원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국가 간 입장 차이도 여전히 크다. 기후 위기의 책임이 큰 선진국과, 피해는 크지만 대응 능력이 부족한 개도국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쉽지 않다. 총회에서 나온 합의들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실행’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이유다.
이제는 약속보다 실행이 필요한 때다. 특히 올해는 각국이 2035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새로 내놓는 첫해였다. 국제 사회가 기후 위기에 얼마나 진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사실 이번 총회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194개국이 “저배출 사회로의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는 데 합의한 점이다. 전환이 되돌릴 수 없다는 확인은 자본과 기술, 정책, 산업 구조를 그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게 만든다. 실제로 재생 에너지 투자는 이미 화석 연료 투자의 두 배에 달한다. 화석 연료 감축에 반발했던 산유국들조차 이런 흐름 자체는 인정했다. 약 6만 명이 참여한 이번 회의는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함께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이제 과제는 명확하다. 이 합의를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기후 총회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기후 위기 대응은 환경 문제를 넘어 창조 세계를 돌보라는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다. 앞서 살펴본 COP30의 성과와 한계는 단순히 정치적·경제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창조주 하나님이 우리에게 지키고 돌보라 하신 역할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신앙적 질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번 총회의 핵심 의제인 “정의로운 전환”은 탈탄소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약자가 희생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포용적인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것은 성경이 말하는 정의와 긍휼의 가치와 닿아 있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 소외된 자를 먼저 돌보셨고, “지극히 작은 자”를 섬기는 것이 곧 당신을 섬기는 것이라 말씀하셨다(마 25:40).
의장국 브라질이 제시한 “글로벌 무치랑”(Global Mutirão) 정신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치랑은 브라질 원주민 언어로 ‘공동 협력’을 의미한다. 기후 위기는 한 나라, 한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제 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우리는 하나의 몸이며, 서로를 돌보며 함께 살아가도록 부름받았다(고전 12:12-27).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개인과 교회 공동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은 실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에너지를 아끼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그 예다. 물론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교회도 탄소를 배출하므로, 가장 많이 배출하는 건물부터 탄소 중립을 실천해야 한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재생에너지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창조 세계 돌봄을 주제로 한 설교와 교육을 통해 성도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이를 실천하도록 함께 고민할 수 있다.
기후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정부와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도록 요구하고, 기후 난민과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에 함께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
COP30은 우리에게 묻는다. “다음 10년,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194개국이 “저배출 사회로의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선언한 지금, 창조 세계를 돌보는 청지기로서, 약자와 함께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응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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