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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허구의 이야기, 혹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지식보다 더 중요한 시대에 진입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를 볼 때면 지금 시대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스토리텔러’라는 게 느껴진다. 스토리텔러는 우리가 지나온 세계, 지금 살아가는 세계,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비전과 가치와 어젠다를 이야기로 보여 준다. 놀라운 건,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매료되고 감동하여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본문 중)

 

이정일(작가, 목사)

 

나는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인물,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고 싶어서다.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는 아주 두꺼운 책이다. 800쪽이 넘는다. 소설 마니아가 아니라면 시작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일단 첫 페이지를 넘기면 끝까지 읽게 된다. 바로 소설 속 세계에서 만나는 캐릭터, 사건, 문장과 심리 묘사가 살아 있어서다. 소설은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빈부 격차, 중독 등의 문제를 보여 준다. 그것도 먹먹하게 말이다.

 

소설 세계로 진입하면 우리는 경이로운 존재가 된다. 현실에선 찌질이 취급을 받아도 그곳에선 주인공이 되어서다. 바버라 킹솔버의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약쟁이 미혼모에게서 태어났다. 데몬의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꼬였다. 현실이라면 신문 기사 속 정보로 읽혔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에 담기니 다르다. 의지할 곳이 없는 아이의 상실과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소설이 아니어도 이야기가 주는 힘은 같다. 다음 두 가지 이야기를 읽고 그 느낌을 기억해 보라.

 

a)

무지개가 떴을 때 무지개가 하늘을 건너간다. 들판을 헤집으며 가는데 들판에 널어놓은 빨래를 실수로 건드릴 때가 있다. 그럼 누군가의 옷에 색깔이 물들고 그 옷을 입은 사람은 무지개병에 걸린다.

 

b)

다른 파도가 물었어.

“넌 왜 그렇게 슬퍼 보이는 거야.”

그러자 작은 파도가 말했어.

“이제 우린 부딪쳐서 부서질 거잖아. 우리 파도들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거라고, 모르겠어?”

그 말을 듣고 다른 파도가 말했어.

“넌 모르고 있구나. 넌 그냥 파도가 아니야. 넌 바다의 일부야. 넌 바다의 일부란 말이야.”

 

 

a)를 읽은 때 새로운 느낌이 들 것이고 b)를 읽을 땐 위로가 될 것이다. 이야기는 사람들을 하나에 집중하게 하고, 문제 풀이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결코 보지 못하는 것을 드러낸다.

 

뇌는 눈치가 빠르다. 이것을 황달(黃疸)로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농부들은 황달을 ‘무지개병’이라고 불렀다. 황달은 빌리루빈(bilirubin)이라고 불리는 황록색 담즙 색소가 과도해져 피부나 눈 흰자위 등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이다. 의술이 약했던 시절 황달은 모두에게 두려움과 긴장감을 주었다. 황달이란 돌발 상황을 감지하면 우리의 뇌는 평소라면 꺼내지 않았을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그게 이야기이다.

 

겨우 세 문장짜리 이야기인데 이게 병이 주는 불안감을 단번에 떨쳐 낸다. 우리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도 리스크는 있다. 리스크를 예측하고자 하나 언제 어디서 어떤 강도로 그 리스크가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장 큰 리스크는 예상하지 못하므로 당연히 대비할 수 없고 그 충격이 엄청나다.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예측하고 또 일어났을 때 해결하는 해독제이자, 새로운 생각의 씨앗이 발아하는 부드러운 토양이다.

 

b)는 영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 모리 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는 허구의 이야기, 혹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지식보다 더 중요한 시대에 진입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를 볼 때면 지금 시대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스토리텔러’라는 게 느껴진다. 스토리텔러는 우리가 지나온 세계, 지금 살아가는 세계,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비전과 가치와 어젠다를 이야기로 보여 준다. 놀라운 건,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매료되고 감동하여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좋은 이야기는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의 시선을 바꾼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에서 만나는 ‘돌발 상황’을 풀어내는 연습을 한다.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나 알렉산더 대왕이 매듭을 잘라낸 이야기가 보여 주듯, 문학 작품이 아니어도 좋은 이야기는 생각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야기는 현실과 똑같은 문제들을 시뮬레이션하는 강력하고도 오래된 기술이고, 그 덕분에 우리는 경이로운 존재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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