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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 전형적인 배임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관이나 당회, 공동 의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교회 재산 처분, 헌금이나 선교비를 담임목사나 가족의 채무 변제나 위로금, 개인 사업 지원 등에 사용하는 행위, 교회 명의로 대출을 일으킨 뒤 자금을 개인 또는 지인에게 빌려주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본문 중)
정재훈(변호사, CLF기독법률가회 대표)
배임죄 폐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부와 여당이 형법상 배임죄를 ‘과도한 경제 형벌’로 규정하고 폐지를 공식 방침으로 삼았다. 내년 상반기까지 대체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제계는 환영하지만, 시민 단체와 야당, 학계 일각에서는 기업 지배 구조 통제 약화와 이른바 ‘방탄 입법’ 우려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존재해 온 배임죄는 회사 경영진이나 수탁자가 신임 관계를 저버리고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를 처벌하는 전통적인 재산 범죄 규정이다. 정부는 이 조항의 구성 요건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정상적인 경영 판단까지 형사 리스크에 노출하고 국내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배임죄 폐지 논의에서 간과되고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종교 단체, 특히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재산 범죄다. 대형 교회 목회자의 재정 비리 사건 상당수가 배임죄로 처벌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조항의 폐지가 가져올 파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교회 내 배임, 어떻게 이루어지나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 규정하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입힐 때 성립한다. 기본형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업무상 배임은 형법 제356조에 따라 가중 처벌되며,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 유기 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형량이 대폭 높아진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언론을 통해 확인되는 교회 내 배임 사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24년 11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는 기장로교회 담임목사 K 씨가 교회 정관상 제직회 심의 등 의사 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 대출 구조를 만들어 교회 재산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업무상 배임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징역 8개월에 집행 유예 1년이 선고됐다.1)
같은 해 6월에는 대형 교단 소속 교회의 사택 임차권이 전임 담임목사 개인에게 넘어가고, 같은 시점에 교단 선교비 10억여 원이 해당 교회로 송금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교인 헌금으로 마련된 사택과 선교비를 개인 위로금 성격으로 사용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2)
2019년에는 서울성락교회 김기동 목사가 교회 명의 부동산과 헌금 등을 개인과 측근의 이익을 위해 운용한 혐의로 100억 원대 횡령·배임 사건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헌금 등 교회 재산을 개인 회사나 가족에게 유리하게 전용한 전형적인 업무상 배임 구조였다.3)
2025년 11월에는 경기도 소재 대형 교회 목사가 교회 운영 아동 영어 교육원의 수입금 등 교회 자금 약 10억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해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4) 횡령에 해당하는 유형이지만, 교인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공적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점에서 배임과 본질이 같다.

횡령으로는 포섭하기 어려운 영역
교회 내 전형적인 배임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관이나 당회, 공동 의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교회 재산 처분, 헌금이나 선교비를 담임목사나 가족의 채무 변제나 위로금, 개인 사업 지원 등에 사용하는 행위, 교회 명의로 대출을 일으킨 뒤 자금을 개인 또는 지인에게 빌려주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또한 교회 재산을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이전하기 위해 당회 결의나 공동 의회 결의가 있었던 것처럼 형식적으로 꾸미는 경우, 교인 몰래 교회 재산의 소유권이나 임차권 명의를 목사 개인 또는 별도 법인으로 변경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유형 중 상당수는 횡령으로 포섭하기 어렵다.
교회 대표자가 헌금 등 교회 재산을 자신의 회사나 가족에게 유리하게 이전하는 행위는 횡령보다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 위배”로 평가되어 배임으로 처벌되는 구조가 전형적이다. 형식상 교회 계좌를 거쳐 이동했고 명목상 교회 목적과 연관되어 있다는 이유로 횡령죄 적용이 어려운 사안, 이득 귀속이 직접적이지 않지만 구조상 교회에 불리한 거래를 한 유형에 대해서는 배임죄가 유일한 처벌 근거인 경우가 많다.
사각지대가 될 위험
형법상 배임죄가 폐지되고 대체 입법이 충분히 설계되지 않으면, 교회 등 종교 단체 대표자의 재정 전횡을 형사적으로 견제하는 장치에 공백이 생길 위험이 크다. 현재 정부와 여당에서 말하는 대체 입법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기업과 금융 영역을 상정한 논의다. 종교 단체나 비영리법인의 재산 관리에 대해 어떤 별도 형사 규범을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일반 배임이 먼저 사라지면, 교회 같은 종교 단체 영역은 사실상 기업법 중심 대체 입법의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민사상 손해 배상 등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민사 소송만으로 대표자의 지위를 견제하기는 쉽지 않다. 신도 개개인은 정보 접근과 입증 능력에서 한계가 크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형사 고소가 분쟁 해결과 권력 견제의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배임죄가 빠지면, 종교 단체 내부 민주성과 자율 통제 메커니즘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교단이나 교회에서는 대표자 권한이 더 강해지는 방향으로 힘의 균형이 이동할 위험이 있다.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예상되는 폐지 공백을 줄이기 위한 개정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비영리 법인과 종교 단체에 대한 별도 충실 의무나 이익 충돌 규정을 두어야 한다. 대표자가 단체 재산을 자신 또는 가족 등 측근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
둘째, 배임죄 전면 폐지 대신 제한적 처벌 근거를 남기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신탁이나 위탁 관계에서의 중대한 충실 의무 위반, 교회 등 비영리 단체와 공익 법인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 근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민사적 수단을 강화해야 한다. 교회 교인의 회계 장부 열람권, 대표자에 대한 해임 청구권, 징벌적 손해 배상 등의 민사적·절차적 입법을 통해 내부 견제 장치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배임죄 폐지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라면, 그 과정에서 다른 영역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입법 설계가 필요하다. 교회 재정의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는 신앙 공동체의 신뢰를 지키는 근간이다. 배임죄 폐지 논의에서 이 부분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1) “법원, 기장로교회 K 목사에 ‘징역 8월에 집유 1년’ 선고”, 「한국기독타임즈」, 2024. 11. 6.
2) “목사에게 넘어간 교회 사택… 대형 교단 ‘10억 배임’ 수사”, 「YTN」, 2024. 6. 5.자
3) “‘100억 대 배임‧횡령’ 성락교회 김기동 목사 징역 3년 선고”, 「연합뉴스」, 2019. 7. 12.
4) “갈보리교회 이웅조 목사, 10억 대 횡령 혐의로 기소”, 「뉴스앤조이」, 2025.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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