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누구 대변하나”… ‘정치 맹목’ 넘어 ‘공공성’으로
기여도 높아도 신뢰 19% ‘정당성 위기’
정치세력·이익집단 인식 벗어나야 해
“강요 대신 설득, 공적 책임 나서야”
‘신뢰도 19.0%, 불신율 75.4%.’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의 ‘2026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교회의 위기가 일회성 사건이나 외부 오해에 기인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정당성의 위기’와 ‘종교의 기능 장애’로 진단하며, 공적 책임과 윤리를 회복하지 않으면 제도적 퇴행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뢰도 하락…”착한 일 해도 안 믿는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교회가 ‘취약계층 돌봄과 복지(56.6%)’, ‘정신적 위로 및 심리적 안정 제공(57.8%)’ 영역에 이바지한다는 평가는 낮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신뢰도가 바닥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사 책임연구원인 성석환 교수(장신대)는 이를 ‘정당성 위기’로 진단했다. 성 교수는 “신뢰의 핵심은 호감이나 비호감의 정서가 아니라, 공론장에서 요구되는 정당화 형식을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평가”라고 짚었다. 교회가 구제 활동을 하더라도 그 동기와 운영 방식이 사회 공동의 이익이 아닌 ‘자기 이익의 확장’으로 의심받는 순간 신뢰로 축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 62.3%는 사회 공동의 이익과 종교적 신념이 충돌할 때 한국교회가 “종교적 신념을 추구할 것”이라고 응답해, 교회를 공익보다 신념을 앞세우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극단적 정치 동원이 부른 ‘기능 장애’
신뢰 붕괴의 또 다른 축은 한국교회의 정치 세력화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 47.1%가 한국교회를 극우 성향으로 인식했고, 그 배경으로 ‘12.3 비상계엄 옹호(64.5%)’와 ‘집회 및 시위(47.6%)’가 주요하게 꼽혔다.
조사 검토위원장인 김상덕 교수(한신대)는 종교가 정치 공간에 동원되는 현상을 ‘왜곡된 종교의 귀환’이자 ‘기능 장애’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종교가 극우 정치의 도구로 전락하는 사례는 제도 종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며, “이들의 특징은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 88.5%와 기독교인 내부 83.0%가 목사의 정치적 이슈 발언 및 집회 참여에 반대한다는 결과는 종교의 무분별한 정치 개입에 대한 사회적 경고로 읽힌다.
대안은 ‘설득’과 ‘제도화’…공적 기준 세워야
신뢰의 절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제자들은 단순한 봉사 프로그램 확대를 넘어 ‘공공신학적 규범’을 교회 구조 내에 제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목회자와 교회의 정치적 표현에 대한 명확한 규율화다. 성석환 교수는 “특정 후보·정당 지지의 조직화와 교회 재정·조직 동원을 금지하는 최소한의 제한선이 ‘권고’가 아니라 ‘규정’의 형태로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표현을 공론장의 공적 책임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의 검증을 수용하는 구조적 전환도 필수적이다. 신뢰 제고를 위한 시급한 과제로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58.6%)’이 꼽혔고, 기독교인 스스로 고쳐야 할 점으로 ‘나만 옳다는 자세(29.9%)’가 지목됐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무종교인의 한국교회 신뢰도가 6.8%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교회가 더 이상 내부의 언어로 세상을 훈계하는 태도를 멈추고 시민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보편적 언어로 증명해야 할 이유를 뒷받침한다.
김상덕 교수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 사회적 책임을 감당할 길은 방임이나 강요가 아닌 ‘설득’의 길”이라며, “광장의 진영 논리가 아니라 포용과 화해, 책임과 자기희생의 언어로 우리와 한국 사회 전체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2026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는 기윤실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가 올해 1월 5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패널 대상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