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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앙 집중과 지역 소멸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지역 주권이 강화되는 국가 체제와 정치적 틀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혁신의 방향은 분명하다. “지역 소멸에서 소생으로, 단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중앙 집중에서 분권화로, 향앙 정치에서 탈앙(脫央) 정치로, 단방제에서 준 연방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지향점인 다극적 탈중앙화와 준 연방제는 지역이 자주·자강하여 대한민국 전체를 다시 도약시킬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본문 중)
안현식1)
대한민국의 문화적 역량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K-팝, K-무비, K-푸드 등 여러 영역에서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성과들을 거두며 우리 문화는 전 지구 인류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우리 땅의 정치는 여전히 후진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면 K-컬처가 아무리 세계화된다 한들 국민의 삶은 답답하고, 청년들은 불안한 미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최근 헌정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한 내란 사태와 사법·검찰에 잔존한 적폐, 그리고 국가 존립마저 위협하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지역 소멸의 위기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과제다. 우리는 이러한 난제를 돌파하여, 언젠가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국제 사회의 귀감이 되어 세계인의 입에 K-정치가 회자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도시 경제학자 헨더슨(J. Vernon Henderson)의 연구에 따르면, 중앙 집중 현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도시 인구 규모와 정치 구조다. 인구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의 인구 비율은 18.9%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0.2%), 독일(4.4%)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집중도가 높다는 일본(13.4%)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러한 집중이 심화될수록 부동산 가격 폭등과 출산율 저하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결국 국가 경쟁력은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정치 구조 면에서도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중앙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하다. 주요 정치 선진국들(미국, 독일, 스위스, 호주, 캐나다 등)이 연방제를 택하거나, 중앙집권제일 경우에도 지역에 대폭 권한을 이양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간 우리의 발전 프레임은 소수를 살려 전체를 견인하겠다는 중앙 집중식 ‘성장축 모델’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중앙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며 자원을 배분받는 ‘향앙(向央) 정치’에 머물렀고, 그 결과 지역의 자생성과 자주성은 위축되었다.
결국 중앙 집중과 지역 소멸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지역 주권이 강화되는 국가 체제와 정치적 틀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혁신의 방향은 분명하다. “지역 소멸에서 소생으로, 단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중앙 집중에서 분권화로, 향앙 정치에서 탈앙(脫央) 정치로, 단방제에서 준 연방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지향점인 다극적 탈중앙화와 준 연방제는 지역이 자주·자강하여 대한민국 전체를 다시 도약시킬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물론 중앙이 권한을 자발적으로 내려놓게 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역 정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그 추진체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역 정당’이다. G7 등 주요 선진국은 모두 지역 정당을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62년도에 만들어진 정당법을 통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지역 정당의 합법화를 위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으나, 2023년에 헌법재판소 역시 전국 정당만을 인정하는 정당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지역 정당의 불법화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중앙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기능을 할 뿐이다.
이러한 실정법 아래서 지역 정당을 실현하기 위한 대안이 바로 ‘플랫폼 정당’이다. 플랫폼 정당은 지역의 정치 결사체들이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연합을 이루어 정당법상의 기준을 충족하는 전국 정당을 설립하는 형태다. 각 지역 조직은 플랫폼 정당의 하부 조직이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완전한 독립성을 가진 지역 정당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는 지역 의제를 중앙 정치의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정당법 개정과 준 연방제 개헌을 끌어낼 현실적인 정치 세력을 만들어낼 방안이다.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보충성의 원리’는 기초 지자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상위 단위가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것이다. 플랫폼 정당은 이러한 원리를 준수하며 지역 문제를 지역 스스로 해결하는 정치를 가능케 할 것이다.
혹자는 지역 정당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킬 것이라 우려하지만, 지역 정당은 오히려 피라미드식 정치 구조를 타파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지역이 중앙의 자원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던 구조였다면, 새로운 지역 정당 체제에서는 지역 정당이 중앙 집중 권력을 타파하기 위한 지역 간의 수평적 협력 구조를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탈앙 분권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 나타난다. 출애굽 이후 가나안에 정착한 이스라엘의 초기 정치 형태는 군왕이 없는 ‘신정적 탈앙 분권 체제’였다. 시내산 언약에서 부여된 시민법(미슈파트)에 따라 각 지파가 독립적인 행정과 사법을 수행하면서, 외세 침략과 같은 특별한 위기 시에는 하나님이 세우신 사사를 중심으로 결속했던 모델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스라엘 백성은 결국 자기 소견대로 행하다가 군왕제를 요구하고 이후 여러 왕이 등장하게 되지만, 300여 년 동안의 사사 시대에 신정 분권 정치 체제가 유지된 것은 중앙의 권력 독점과 정치 난맥상으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이제 한국 정치는 중앙의 탐욕을 내려놓고 지역의 주권을 회복하는 길로 가야 한다. 지역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그것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진정한 의미의 ‘K-정치’를 완성하는 길이 될 것이다.
1) 직접민주지역자치당 운영위원, 동명대학교 인공지능응용학과 교수
※ 이 글은 2026년 3월 4일에 열렸던 [기윤실 모두를위한정치운동]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도개혁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 일부를 간추린 글입니다. 다음 링크에서 저자의 발표 전문과 다른 발표자의 발표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모두를위한정치운동]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도개혁 포럼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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