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4일 – 기도편지 2
한국 교회 앞에 두 번째 기도의 부탁을 또 다시 감히 올립니다.

우리 호흡의 주관자 되시는 존귀하신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저는 지금 온 인류를 위해 자기 아들을 죽기까지 내어 주신 아버지 하나님의 심정을 깊이 묵상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영적인 피붙이들이 피랍된 지 벌써 17일째, 사지에 내몰린 아들과 딸들, 그리고 배우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가족과 더불어 언론이 순간순간 전하는 소식에 피가 마르는 안타까움으로 간신히 한 숨 한 숨 호흡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날 같은 희망이라도 보이는 때는 기뻐하고, 암울한 소식에는 절규합니다. 지금 피랍 가족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은 말 그대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임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40도를 넘는 고온 속에서 먹을 것은 제대로 먹는지, 잠은 제대로 자는지, 피랍된 지 17일에 접어들면서 피랍가족들은 모든 에너지가 몸에서 다 빠져버리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피랍된 분들의 조속한 귀국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는 분들에 힘입어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고통은 사랑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온 교회와 온 나라가 2명의 희생자와 피랍된 21명을 두고 사랑으로 함께 고통하며 마음을 모아주시는 것에 대하여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두 번째 희생자가 발생하는 날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두려웠습니다. 고통의 깊은 골짜기로 한 없이 떨어지는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피랍된 가족들로 인해 아파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이대로 추락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 심성민 형제의 삶을 돌아보며 하나님이 하시는 뜻을 깨닫기 위해 남아있는 온 힘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성민형제는 장애인을 섬기는 ‘사랑부’의 교사였습니다. 성민형제가 교사로서 돌보았던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성민형제가 먼저 천국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형제의 아버지를 끌어안고 통곡하였습니다. 그 중에 한 자매는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심성민)선생님은 좋은 분이고요, 빨리 21명 풀려나게 해 주세요”. 뇌성마비 장애인으로서 몸이 불편한 자매는 통역해야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힘겹게 내뱉으며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간 고통을 온 몸으로 절규해 보였습니다. 이를 함께 지켜본 아버님은 아들이 아프간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새롭게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통 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아프간으로 달려간 아들의 귀한 뜻을 깊이 공감하며 배 목사에 이어 아들의 시신을 서울대학병원에 기증하기로 하였습니다.

고 심성민 형제의 부모님께서는 아들의 시신이 도착하던 날, 몸부림을 치셨습니다. 하늘이 무너진 듯 참담함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시는 부모님과 피랍 가족들과 더불어 저 역시 단장의 아픔을 느꼈습니다. 저와 샘물교회는 귀한 생명의 희생과 피랍 가족들의 고통을 함께 감당하기에 너무나 여리고 약하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염치불구하고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고인의 가족과 피랍가족, 그리고 저와 저희 교회, 더 나아가 한국 교회를 위해 다음의 제목으로 기도해주시옵길 간절히 바랍니다.

1. 우리가 먼저 아프간을 사랑하게 하소서
2. 피랍자들을 조속히 가족과 교회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소서
3. 아픔을 당한 가족들이 소망의 빛을 잃지 않게 하소서
4. 전쟁과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함께 고통하는 교회가 되게 하소서.

아프간 봉사단 피랍사태 17일째를 맞이하는
2007년 8월 4일
여러분들의 사랑과 격려로 견디고 있는 박은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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