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어 개신교도 재정 투명화 바람

외부 감사 도입 교회 늘어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한 달 전 ‘2006년 재무재표’를 공개한 가운데 개신교계에도 ‘재정투명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교회 재정에 대한 감사를 외부 회계 법인에 맡기거나, ‘단식 부기’ 대신 ‘복식 부기’를 채택하는 교회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3월 경기도 고양의 빛과소금 교회는 ‘2006년 재무재표’에 대한 외부 회계 감사를 받았다. 신도 수 40명, 연간 예산 3000만원에 불과한 개척교회다. 그런데도 이 교회는 외부 회계 감사는 물론, 복식 부기를 통해 재정을 관리하고 있다. 신동식 담임목사는 “복식 부기를 사용하니 돈의 수입과 지출이 투명해졌다. 또 외부 회계 감사를 받으니 교회에 대한 교인들의 신뢰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런 신뢰감은 고스란히 목회자와 교인의 관계로 이어졌다고 한다.

개신교 교회들은 대부분 ‘단식 부기’로 재정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단식부기는 손익계산의 상세한 부분을 파악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판공비나 비자금 등의 내역도 입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복식부기를 이용하면 돈의 흐름이 훨씬 투명하게 나타난다.

서울 남산의 높은뜻숭의교회(담임목사 김동호)는 4년 전 ‘2002년 재정’에 대한 외부 회계 감사를 받았다. 현재 이 교회의 신도 수는 5000여 명, 1년 예산은 77억원이다. 회계 담당인 김남희 집사는 “외부 회계 감사를 받고서야 투명한 돈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익혔다”고 말했다.

먼저 손으로 적은 간이영수증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작은 액수는 카드나 현금영수증을 사용한다. 또 비품 구입 등으로 발생하는 큰 액수는 반드시 온라인 송금을 하고 있다. 몇 년에 한번 씩은 외부 회계 감사를 받을 계획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모두 교회돈을 쓸 때는 조심에 조심을 거듭한다고 했다.

경기도 분당의 샘물교회(담임목사 박은조)도 ‘외부 회계 감사’를 검토하고 있다. 권혁수 사무차장은 “지금도 내부 회계 감사는 받고 있다. 그런데 객관성 측면에서 외부 회계 감사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구성원들의 재정 투명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빠르면 내년부터 도입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밖에 종로구 창신동의 성터교회(담임목사 방인성) 등도 ‘복식 부기’로 교회 재정을 관리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조제호 부장은 “교회의 종교적 자율권을 부정하진 않는다. 교회가 반드시 사회적 표준을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 표준보다 더 높은 도덕성의 잣대를 가질 때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높아지는 법이다. 그런 방식이 진정한 선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성호 기자[vangogh@joongang.co.kr]    
2007.08.23 04:5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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