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국에 대한 기윤실 상임집행위원회의 논의와 결의를 통해 다음과 같이 논평을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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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국의 해법을 위한 논평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며 지난 수 주 동안 지속된 촛불시위가 급기야 현 정권에 대한 불신과 거부로까지 이어진 현 시국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세계사적으로 유래 없는 차원으로 전개된 시민의 민주적 정치 행위의 놀라운 모습에 찬탄을 보내게 됨과 더불어 다른 한 편으로는 이제 100일을 맞는 새 정부의 지지율이 17%대로 폭락한 현상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많은 기독교인들의 지지 속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이기에 기독교인들의 심정은 누구보다도 더욱 착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문제의 초점은 기윤실이 그동안 줄곧 강조해 온 신뢰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먹거리와 관련하여 많은 위험요소들을 경험해 왔다. 또한 비정규직의 확대와 관련하여 사회적 불안정성이 증가했고, 실업의 증가와 좌충우돌하는 교육관련 정책으로 인해 10대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사회가 주는 고통을 경험해 왔다. 게다가 한미 FTA와 한반도 대운하 정책은 우리의 삶의 환경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사안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우리 사회의 근본적 불안요인들로 자리 잡고 있던 상황에,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한미 간의 협상은 정부와 우리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야기한 하나의 상징적 사건으로 다가왔다.

한국에 들어올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 자신이 아무리 조심해도 자신도 모르게 먹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깔린 사회 체제에 대한 불신, 쇠고기 협상을 통해 얻게 될 다른 이익들이 결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신, FTA 체결과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통해 얻게 될 이익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인해, 현 사태의 결과가 궁극적으로 자신과 가족, 자녀가 위기에 처해질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사람들은 유모차를 끌고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의 인적구성, 그간 보여준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리더십,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 가운데 제시된 쇠고기 관련 협약을 포함한 여러 정책들의 결과가 자신의 생존에 근본적 위협을 가할 것이라 생각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정책이든 그에 따른 수혜자와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정책이 사회 전반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면 그것은 조정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의 방향성이 사회 전반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다면 그 방향성은 수정되어야 한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한미 간의 쇠고기 협상으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아주 상실할 것인지, 아니면 국제적 불신과 대미관계의 불이익을 감수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양자택일의 문제라면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어 대외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혜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쇠고기 협정으로 상징된 이 사태의 저변에 깔린 거대한 사회적 불신의 근원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국가가 경제적 가치, 부의 증대가 인생의 최고 가치로 여겨지는 사회를 만들거나, 국민을 돈벌이에만 관심 갖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직이 덕으로 여겨지는 사회, 원칙에 따라 살아가는 삶이 존중을 받는 사회, 성실한 노력이 정당한 부를 보장받는 사회, 즉 신뢰의 공동체를 이룩할 때 정부는 옹호될 수 있다.

정부는 촛불 시위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평화롭게 이루어지는 시위를 폭력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되며, 이미 이루어진 폭력의 책임은 철저히 물어져야 한다. 불신 받는 정부, 불신하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과감한 인적쇄신을 통해 진정으로 거듭나야 한다. 현 시국의 해법은 정부가 모든 근본적 수단을 동원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뿐이다.

2008년6월5일
(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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