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로봇(Killer Robot)”
전장에서 적군을 살상하는 역할을 담당한 인공지능(AI) 로봇으로, 감정 없이 기계적 판단에 의해 인간이 프로그램해 놓은 대로 수류탄을 던지거나 총을 쏴 적군을 살상한다.
“킬러로봇은 사람의 의지 없이 공격하는 무기”
-국제인권감시기구-
지난 4월 5일 <한국일보>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기사를 인용해 세계의 저명한 로봇학자들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에게 서한을 보낸 소식을 전했다. 이들은 카이스트가 한화시스템이 함께 설립한 ‘국방 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카이스트가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율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확약하지 않으면 카이스트와의 공동연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총장이 해당 센터가 자율살상무기의 개발을 계획하고 있지 않음을 밝히고 서한을 보낸 학자들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첨단 기술의 개발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의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킬러로봇이라고도 불리는 자율살상무기는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적을 살상하는 무기다. 적을 인식하고 위협의 정도를 판단하여 공격의 판단을 내리는 일련의 과정을 기계가 수행하는 것이 사람보다 더 정확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무기가 사용되기 시작하면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책임소재가 없어져 대규모 살상이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그 기술을 누가 운용하는가에 따라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수많은 첨단 기술 중에서도 자율살상무기에 대한 경고가 가장 강하게 나오는 것도 이 기술이 개발되면 즉시 사용될 가능성이 크고, 개발하기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할 만한 것이 이 뿐이겠는가? 생명공학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추진되는 수많은 연구들은 지금까지 인류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인간, 생명, 지능, 건강, 자연과 같은 기본 개념들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변화가 예상된다고 해서 거부해야 할 것은 아니지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무조건 추진할 일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는 진중함과 인간의 미래에 대한 숙고다.
그런 면에서 로봇과학자 자신들이 문제를 제기한 이번 사건은 큰 위로가 된다. 첨단기술의 구체적인 개발 상황과 그 함의를 누구보다도 잘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시장의 압박이나 연구 경쟁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무엇이 인류를 위해 바람직한지를 고민하는 전문가들이 우리의 미래를 더 잘 이끌 수 있다.
이런 전문가들이 더 많이 나오게 하는 것은 비전문가 시민, 그 중에서도 기독교인의 몫이다. 첨단기술의 발달을 막연히 경계하거나 무작정 환호하기보다 그 필요와 함의를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책임 있는 전문가들의 자리가 든든해진다. 이제 한국교회도 산업화 과정에서 수행했던 기술의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 역할을 청산하고 첨단기술의 질주를 한 발 떨어져서 관찰하고 숙고하는 자리에 서면 좋겠다.
손화철(한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