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에 의해 개선된 먹거리는 불안하고, 자연은 선하고 깨끗하기에 자연에서 나오는 것을 먹는 것은 안전하다는 생각은 너무 단순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자연을 창조하셨지만 자연은 인간의 죄로 심하게 오염되었다. 과학기술이 자연을 오염시키기 전에 이미 인간의 죄가 자연을 오염시켰다. 그러므로 자연은 언제나 선하다는 전제 위에서 친환경, 친생명 먹거리가 더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본문 중)

천연식품은 더 안전한가?

-먹거리를 대하는 신자의 태도-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인간이 이루어 놓은 문명의 폐해가 크면 클수록 자연에 거는 우리의 기대는 점점 커진다. 그러나 성경은 자연 역시 인간의 타락으로 저주 아래 놓였다고 말한다.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를 받고 너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창 3:17-18)

 

필수 영양소가 결핍된 땅

그때부터 이미 우리 먹거리의 원천인 땅은 영양소의 측면에서 심한 결핍을 겪기 시작했다. 특히 식물의 성장에 필수적인 성분 중 질소, 칼륨, 인산, 마그네슘은 인위적으로 공급해주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그 부족이 심하다.

예를 들어, 질소는 공기 중에는 흔하지만 원자들이 너무 단단히 결합되어 있어 식물이 직접 이용할 수가 없다. 자연이 공기 중의 질소를 깨트려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번개와 콩과 식물(콩, 토끼풀 등)의 뿌리혹박테리아에 의한 분해밖에 없다. 그 외에는 새나 동물의 배설물을 통한 공급인데 매우 제한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류의 농업 생산력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었고 인류는 최근까지 늘 굶주려 왔다.

그런데 1913년 독일의 하버가 공기 중의 질소를 깨트리는 화학적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화학비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농업 생산량은 획기적으로 늘어났고 비로소 증가하는 인구가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하버의 이 발견은 과학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식물 입장에서 보면, 비료에 들어 있는 질소 화합물인 질산암모늄이라는 성분은 아주 귀한 영양분이다. 현재 지구의 육지 가운데 농업이 가능한 땅은 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화학비료나 농약 없이는 과일의 80%, 곡물의 50%까지 소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처럼 자연이 지닌 영양의 결핍은 심각하다.

 

품종 개량과 농약, 살충제 사용

인간의 타락 이후에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식물은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각종 독을 만들어 자신을 방어한다. 그런데 인간은 식물을 먹기 위해 식물에서 이런 독을 제거하거나 약화시켰다. 인간은 현재 200여 종의 식물 품종을 이렇게 인위적으로 개량해 먹거리로 이용하고 있다. 외부 공격에 대한 이들 식물의 방어 능력을 없애 버린 것이다. 방어 능력을 상실한 식물은 이제 외부의 공격에 취약해졌고, 농약 등으로 보호해 주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불쌍한 처지가 되었다.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동물의 30여 종이 품종 개량을 통해 가축으로 길러지고 있다. 이 가축들은 자연 속 생존 경쟁을 이겨낼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여 인간이 각종 약으로 보호해 주는 형편이 되었다.

이렇게 품종이 개량된 식물과 동물을 보호하는 방편인 농약이나 살충제 등은 대체로 식물이나 미생물 등 자연에서 추출해 낸다. 자연이 만들어 낸 독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과학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연 속에 있는 것을 발견하여 이용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살충제의 성분이 되는 차나무의 에티르유나 다른 식물들 속에 들어 있는 피레트린, 로테논, 알칼로이드는 곤충이나 미생물의 공격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미생물에서 추출한 독도 살충제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자연적’ 성분이므로 덜 해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식품 첨가물의 양면성

오염된 이 세상에는 감염성 세균이나 곰팡이가 아주 많다. 따라서 첨가제 없는 자연 상태의 식품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과, 첨가제가 들어가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식품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 늘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된 식품 첨가제는 610여종에 이른다. 이 중 80% 이상은 천연 물질로서 자연에서 추출한 것이다. 첨가제로 들어가는 방부제, 살균제, 보존제, 소독제, 항산화제(산화방지제)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물질이며 구분 기준이 모호하다. 즉, 이름만 다를 뿐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연 상태의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는 방어 물질이다. 소르빈산(장미과 식물 열매), 벤조산(동백나무), 비타민C(아스코르브산), 비타민E(토코페롤), 에르소르빈산나트륨, 아질산나트륨(상추, 시금치, 양배추, 케일 등)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어떻게 보면, 식물 속에 들어 있는 이런 방부제들은 오염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 하나님이 준비하신 선물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첨가제를 천연 첨가제과 화학적 첨가제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GMO(유전자 재조합 생물체)

이전에는 식물이나 동물의 품종을 개량할 때 방사선이나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특별한 교배 방법을 사용했다. 이런 방법들은 부분적으로 우연에 기대야 했으므로 좋은 품종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인간이 DNA 구조를 이해하게 되고 또 DNA 일부를 자르고 붙이는 생명공학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서 유전자 변형을 통한 품종 개량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명체를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재조합(혹은 변형) 생물체]라 부른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현재 생명공학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은 인간 유전자를 대장균 DNA에 넣어서 대장균을 통해 대량으로 합성해낸다. 예전에 인슐린은 돼지 250마리당 1g밖에 추출하지 못하는 값비싼 물질이었기 때문에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당뇨병 약을 저렴하게 복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곰팡이 유전자 일부를 넣어 벌레 먹는 것을 방지한 면화, 사막식물의 유전자를 더하여 가뭄이나 해충에 잘 견디는 옥수수와 콩 등이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만들어졌다. 현재 이런 GMO는 농업 생산성 향상, 노동력 감소, 농약과 물 사용의 감소 등의 장점 때문에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이 GMO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인체 유해 가능성, 생태계 교란 가능성, 그리고 GMO 씨앗의 특정 대기업 독점 문제로 뜨거운 논란의 주제가 되고 있다.

 

먹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것들이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먹거리들의 특징이다. 그리스도인은 이런 먹거리를 어떻게 봐야 할까? 현대 사회에서 먹거리로 경제적 이익을 누리려는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그리고 그 탐욕을 부추기는 데 과학기술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식물의 생산성과 보관 기간을 늘리기 위해 비료나 농약, 방부제를 남발하거나, 식품으로서의 가축의 품질과 사육 생산성을 높이는 데 과학기술이 동원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먹거리에 관한 한, 농약, 비료, 항생제, 성장호르몬, GMO 등을 가능하게 한 과학기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과학기술에 의해 개선된 먹거리는 불안하고, 자연은 선하고 깨끗하기에 자연에서 나오는 것을 먹는 것은 안전하다는 생각은 너무 단순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자연을 창조하셨지만 자연은 인간의 죄로 심하게 오염되었다. 과학기술이 자연을 오염시키기 전에 이미 인간의 죄가 자연을 오염시켰다. 그러므로 자연은 언제나 선하다는 전제 위에서 친환경, 친생명 먹거리가 더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나님은 현대과학을 통해 76억 명이라는 엄청난 인구가 치열한 생존 경쟁의 현장인 이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셨다.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측면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고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의 탐욕이 가득한 이 땅에서 먹거리에 대해서도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고, 왜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리스도인들은 믿지 않는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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