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은 마무리되었지만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고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과 관련된 쟁점은 무엇이고 그 결과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김진우(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세종과학고 교사)[1]

출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위원회 홈페이지 공지사항 캡쳐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은 마무리되었지만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고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과 관련된 쟁점은 무엇이고 그 결과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의 배경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으로 제시되었던 ‘수능 절대평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2]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능 절대평가=정시 축소’라는 등식으로 이해되면서 이에 반발하는 집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학종의 기원은 참여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입시에서 수능 점수 1점 차이로 학생을 변별하기보다는 학교생활에 대한 종합적 기록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학교교육도 정상화하고 학생의 잠재력도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관점이 대두하였다. 이를 위해 입학사정관제가 제시되었고, 현재의 학종으로 발전하였다.

근래 수시모집의 비율이 70%이상이 되었고, 특히 서울 주요 대학의 학종 선발 비율이 증가했다.[3] 학교는 이런 변화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수능 문제집 풀이에 골몰하던 교육에서부터 조금씩 벗어나 수업의 변화를 도모하고, 동아리 활동 등이 활성화할 여지가 생겨났던 것이다. 또한 학종의 확대로 지방 학생이나 일반고 학생이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 비율이 올라간 것도 긍정적인 효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학종 확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문제는 학종의 주관적인 정성평가적 성격이었다. 학종은 기본적으로 교사의 관찰과 기록을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내신 성적과 같은 정량적 점수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성적이 조금 낮더라도 학생의 열정이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여 선발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학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고등학교와 대학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데 있다. 객관식 점수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 평가의 과정에 무언가 부정이나 왜곡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있다. 또 내신 경쟁은 기본이고 교과 외에도 동아리, 봉사활동, 각종 대회 등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부담도 불만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었다.

그런데 필자는 학종을 둘러싼 불만의 상당한 부분이 계층적 이해관계에 기인한다고 본다. 수능 전형은 상대적으로 강남3구의 학생(재수생 포함)이나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는데, 주요 대학이 정시모집 인원을 줄이면서 이들이 들어갈 문이 좁아지고 지방과 일반고 학생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불만이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학종으로 인해 챙길 것은 많아졌는데 사교육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도 이들을 초조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들이 학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만들어낸 빅 마우스(Big Mouth)가 아닐까 짐작한다.

선정적 보도를 추구하는 언론에게 학종은 손쉬운 요리 재료였다. 어느 때부터 학종이 금수저에게 유리하다는 가짜 뉴스가 확산되었다. 이것이 가짜 뉴스라는 것은 통계만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양상은 마치 참여정부 당시의 세금 폭탄론이 확산된 모습과 비슷하다. 전혀 종합부동산세를 낼 일이 없는 사람들도 어느새 세금 폭탄론에 동조하며 정부의 조세 정책에 반대했었다. 마찬가지로 학종 금수저론도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집단의 목소리가 가짜 뉴스를 통해 대중의 불만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는 수능이 가장 공정하고 우수한 전형으로 찬양받기 시작했다. 우리는 집단적 기억 상실증에 걸려버린 것 같다. 과거 수능 문제집 풀이에만 매달렸던 교실을 잊어버렸다. 이런 분위기에 수능 절대평가라는 화두가 던져지자, 이 제도가 수능의 변별력을 약화시키고 수능 전형을 축소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수능 절대평가 반대와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댓글들이 인터넷 공간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이런 여론에 수능 절대평가 공약을 실행하려던 교육부는 당황하였고, 청와대는 ‘정무적 판단’을 하여 아마도 정시 확대를 통해 민심을 달래는 것으로 기조를 정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문재인 대통령은 ‘단순하고 공정한’ 대입제도를 주문하게 된다. 이런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공론화 절차가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해 원자력 발전소 중단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한 추억을 떠올리며.

 

공론화 과정의 쟁점과 결과

이번 공론화 과정의 핵심 쟁점은 수능 전형의 비율과 수능 절대평가 문제였다. 4개의 시나리오가 구성되었는데 의제 1과 4는 수능 전형의 비율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었고, 의제 3은 현행 유지를 주장했고, 의제2는 절대평가를 강조했다. 500여 명의 숙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결론을 간단히 요약하면 수능 전형을 45% 이상 확대해야 한다는 의제 1과 수능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는 의제 2가 오차 범위 내에서 1, 2위(52%, 48%)를 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첫째, 수능 전형 확대를 지지하는 입장이 절반 정도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높다고 보면 높은 것일 수도 있지만 인터넷 공간을 도배했던 댓글 여론 분위기와는 달리 오히려 반대 의견도 적지 않음을 확인해 준 결과다. 사전 설문조사에서 수능 전형 확대와 학생부 전형 확대의 의견 비율은 4:3정도였는데 숙의 과정 이후에는 5:5 정도로 조정되었다. 또한 절반 정도가 수능 전형의 확대에 손을 들어준 것은 여전히 학종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가짜 뉴스 때문이건 실제에 근거한 것이건 간에, 신뢰에 기반해야 하는 학종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다. 여전히 입시의 투명성과 단순성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요구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수능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입장도 절반 정도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절대평가 의 의미는 이렇게 해석해야 한다. 상대평가는 상대적 변별을 위해 과도하게 어려운 문제나 치졸한 문제를 출제하여 학생들을 무한 경쟁의 늪에 빠뜨린다.[4] 이로 인해 일부는 과도한 경쟁을 하고 전체적 경쟁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다수가 소외되고 잠자는 교실이 된다. 절대평가를 한다는 것은, 예를 들어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동일한 수준이라 인정함으로써 99점 받은 학생이 100점을 받기 위해 무의미한 반복 학습을 하는 과잉 경쟁을 방지함으로써 균형 있는 배움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상대평가에 비해 동점자가 많아질 수 있으나, 면접을 통해 학생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며 선발하게 되므로 적격자 선발에도 좋다는 것이다. 절대평가에 손을 들어준 사람들은 우리 교육이 점수에만 매달려 과잉 경쟁 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적 변별 기준으로 점수를 선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요약하면 수능 전형의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도 절반, 수능 절대평가를 요구하는 여론도 절반 정도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이 둘의 조화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다. 수능 절대평가를 하면서도 수능 전형을 확대할 수 있겠지만, 기술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 보다는 두 의견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조화시키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한편 공론화 과정은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중대한 문제들에 대해 합의를 이루어가자는 것인데, 이번 결과는 적어도 대입제도에 있어서 어느 한 방향으로 결정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공론화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관찰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숙의단이 2주라는 짧은 기간에 여러 상반되는 정보를 습득하고 진실을 분별하여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가짜 뉴스들도 많았고, 팩트 체크를 위한 과정은 대단히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결과를 세세한 정책까지 결정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여론조사 만능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물어야지 얼마만큼 잘라야 할지를 물어서는 안 된다. 정시의 비율을 몇 퍼센트로 할지, 수능 절대평가의 범위를 어떻게 할지는 시민참여단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시민참여단 안에서도 세대에 따라 의견 비율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5] 공론화 과정이 끝났지만 여전히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당분간 대입 제도를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우리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수능은 투명하고 단순한 제도지만 교실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고, 학종은 학교 교육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절대평가는 교육학적으로 타당하지만 세밀한 변별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런 혼돈 속에서 정부는 여론을 따라 우왕좌왕하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 철학을 제시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입시 제도는 없다. 입시를 기준으로 초·중·고교의 교육을 맞추는 것은 침대에 키를 맞추기 위해 발을 자르는 것과 같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가치 판단의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필자는 그런 기준으로서 ‘모든 학생이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학교’를 제시하고 싶다. 대입 제도 또한 이 기준에 비추어 판단한다면 그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1] 세종과학고등학교에서 윤리를 가르치고 있고 대입 공론화 과정에 의제2팀 팀장으로 참여하였다.

[2] 대입 전형은 간단히 말하면 수능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과 학생부를 중심으로 선발하는 수시 모집으로 나눌 수 있다.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는 전형은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내신 성적 외에도 학교생활에 대한 종합적 기록을 반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있다. (이외에도 논술, 특기자 전형 등이 있으나 주류가 아니어서 논의에서 제외함) 현재의 논란은 바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3] 학종은 2019학년도 기준으로 약 24%, 학생부교과전형은 41%, 수능 전형은 21%, 논술 4%, 실기 8% 정도 수준이고, 상위권 대학은 학종 비율이 더 높다.

[4] 예를 들어 수능 수학 30번은 정답률이 2% 미만이다.

[5] 대체로 40대 이하는 의제2의 지지가 높아졌지만 50대 이상은 반대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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