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에서 늘 밀리고 배제되었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제야 국민적 화두가 된 것 이면에는, 국가 경쟁력 하락과 기성세대에게 지급될 연금의 고갈과 같은 경제적 위기의식이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그간 주변화 되었던 ‘젠더 불평등 해소’와 ‘노동시장 개혁’ 이슈가 전면 재점화되고 있으니 한편으론 반갑다고 해야 할까.(본문 중)

조성실(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대한민국의 초저출생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된 이래 지난 십여 년간 집행된 관련 사업비만 100조 가 넘는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꼼짝없이 하락해 왔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5(명)이었고, 이내 0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감소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유례없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간 언론·학계·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저출생 관련 사업의 비효과성과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전향적 정책 설계 및 집행을 요구해 왔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출생아 수 및 합계출산율 추이, 1970~2017.(출처: 통계청) – 자세히보기(클릭)

 

그런 와중에 주요 야당이 ‘아이 한 명이 태어날 때마다 1억 원 가량의 현금을 지급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출산주도성장’ 카드를 꺼내 들면서 때아닌 정치 공방이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인적 ‘자산’을 둘러싼 논란이다. 연이은 어린이집·유치원 사고 소식,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엄마들의 집단적 ‘경력 단절’ 현상, 격렬하게 진행되는 젠더 불평등 관련 비판, 시대적 과제가 된 일-가정 양립의 여건 조성 요구에도 꿈쩍 않던 국회였기에, 이번 논란은 ‘저출생’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고 배제되었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제야 국민적 화두가 된 것 이면에는, 국가 경쟁력 하락과 기성세대에게 지급될 연금의 고갈과 같은 경제적 위기의식이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그간 주변화 되었던 ‘젠더 불평등 해소’와 ‘노동시장 개혁’ 이슈가 전면 재 점화되고 있으니 한편으론 반갑다고 해야 할까.

 

‘출산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국민여론. (출처: 리얼미터) – 자세히보기(클릭) 

 

교회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구 절벽 위기가 교회에 가장 먼저 미친 영향은 ‘교회학교 붕괴’다. 작년에 출생한 신생아 수는 약 35만 명인데 전년 대비 7만여명이 감소했다. 이 말은 제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만큼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문을 닫게 된다는 뜻이고, 교회학교 사역 역시 직격탄을 맞는다는 뜻이다. 일례로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의 주일학교 교세는 2017년 말 37만 891명으로서 2008년 말 57만 1919명이었던데 비해 9년 만에 20만여 명이 감소했다.[1] 교회학교가 없는 교회가 속출한다. 이러한 위기는 영유아 사역에 국한되지 않고 초·중·고, 청·장년 사역까지 도미노처럼 파급된다. 이미 현재 진행 중이다. ‘한국교회 신뢰도 하락’ 뿐 아니라 ‘저출생 현상’ 역시 기독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곧 “저출생 시대, 교회의 역할은?”과 같은 논의와 그 대응으로 이어진다.

먼저는, 설교를 통한 출산 권면이라는 대책이 나온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지상 최대 명령이자 복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일’이라고 말하는 설교에 익숙하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세기 말씀이나 ‘장사 수중의 화살’과 같은 말씀이 자주 인용된다. 실제로 교회 안에는 다자녀 가구가 적지 않다. “교회에는 아이 낳은 집이 이렇게 많은데, 도대체 저출생은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거나 “대한민국 아이들은 교회에서 다 낳는 게 아닌가 싶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교회는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아이를 낳지 않은 교인이 남아 있기 어려운 구조다. ‘대한민국 청년들, 더욱이 교회의 청년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 혹은, ‘왜 아이를 낳지 못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씨름을 교회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자연히 숱한 비혼 청년들이 ‘가나안 성도’가 되어 교회를 떠난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거나, 아이를 갖기 어려운 기혼 가정의 경우 교회에서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 ‘출산’의 의무와 복만 강조하는 교회로부터 상처받고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교회에는 자연스레 ‘정상’ 가족에 속하는 교인들이 남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아이가 교회에서 거의 다 태어나는 것 같은 착시는 여기서 비롯한다. 이러한 알고리즘 속에서 저출생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는 잊혀진다.

다음으로,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되는 돌봄 공백의 해소를 위해 방과 후 교실, 어린이집 등의 사업을 시작한 교회가 많다. 저출생의 단짝인 노령화에 방점을 찍고 노인 복지에 심혈을 기울이는 교회도 적지 않다. 이러한 사회복지 사역은 교회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지역 사회와의 연계점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주중에 교회의 유휴 공간을 키즈카페나 지역 내 품앗이 공동육아 등 육아 커뮤니티의 활용 공간으로 개방하는 교회도 생겨나고 있다. 마을 속 교회로서 지역 사회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공적 역할을 해내려는 교회가 늘고 있다는 소식은 무척 반갑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늘날 교회가 주목해야 할 일은 저출생 극복을 위한 새로운 사업 개발이 아니라, 성서적 교회(공동체)의 구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출처: Unsplash)

 

정부뿐 아니라 교회 역시 현재의 인구 절벽 사태에 대한 책임이 크다. 우리 사회의 출산 파업은 진정 무엇에서 비롯하는가. ‘지속 가능한 삶’을 희망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현실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저출생은 살인적인 경쟁 체제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희망하지 못하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나 하나도 살아남기 벅찬 현실, 오죽하면 청년들이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 이 헬조선에 태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 외치며 출산을 거부하겠는가.

결혼과 출산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되어 버린 지금, 교회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또 다른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공방처럼 피상적 논의와 표면적 필요에 얽매여서도 안 될 것이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하나님 나라’를 실체적으로 살아내는 공동체가 나타났다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오늘날 청년들은 사회 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희망을 보지 못한다. 취직이 되지 않아서,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해서, 결혼하지 않아서, 아이가 없어서, 그들은 은연중에 이류 취급을 받는다. 이런 문제가 교회 밖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직함이 교회 안에서도 그대로 힘을 행사하고, 부와 명예와 권력이 교회 안팎에서 고스란히 상속된다. 현실이 이러할수록 청년들은 더욱 간절히 갈망한다. ‘믿음으로 사는 삶의 실체’를 보기를. 학벌이나 돈이나 대단한 스펙이나 직업이 없어도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서로에게 자산이 되어주고, 서로를 돌보며, 서로 안전망이 되어 주는 공동체를 보기를. 일부분이라도 서로의 재정을 나누고 삶의 반경을 공유하는 코이노니아의 구현을 보기를. 이런 상상이 실재가 되는 에클레시아의 전범이 나타나기를.

어쩌면 이 시대의 출산 파업 현상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한국 교회에 던지는 가장 날카로운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인 믿음을 찾는 이들의 간절한 기도에 이제는 교회가 답해야 할 때가 아닐까?

[1] 국민일보, 2018.08.13. [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출산 절벽’ 앞 주일학교가 뿌리째 흔들. <1부> 왜 저출산인가 ① 극단적 출산 파업 시대.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97230&code=231111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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