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절망의 세상에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몬드(기윤실 청년센터WAY 최주리 간사)

 

“O천만원 받고 OO없이 살기 vs 그냥 살기”
종종 이런 얄궂은 질문을 맞닥뜨리면 상상일뿐이지만 자신에게 OO의 가치가 얼마쯤인지, 그것 없이도 살 수 있는지를 괜시리 심각하게 고민해보기도 한다. 그것 없이 사는 삶은 의미없는 삶이라고 느껴지는, ‘그것’이 당신에게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주인공인 평범한 삶을 살던 우편배달부인 ‘나’는 갑자기 뇌종양 진단을 받고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던 그에게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악마’가 나타나, ‘내’가 당장 내일 죽게될 것이라며 하루를 더 살게 해주는 대신 세상에서 한가지를 없애겠다는 제안을 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화를 내지만, ‘악마’는 다음날부터 차례로 전화, 영화, 시계를 없앤다. 세상의 수많은 ‘그것’들 중 뜬금없는 선택인 것 같지만, 사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들과의 추억이 어려있는 것들이었다. 전화와 영화, 시계가 사라지자, 여자친구, 친구, 가족이라는 존재와 그와 함께 했던 흔적들마저 사라져버린다.

 

이 영화를 보며 유독 오랜 생각에 잠기던 장면은 시계가 사라지는 날의 에피소드였다. 이 영화에는 수많은 영화들이 나오는데, 그 중 하나인 <해피투게더>의 배경이기도 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난 톰과 관련된 이야기로 이어진다. ‘나’와 여자친구의 여행에서 만나게 된 톰은 시간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이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자마자 톰은 교통사고로 인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다. 자유롭고 매력적이었던 톰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으나 여전히 해는 뜨고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나’와 여자친구에게는 너무나도 큰 사건이었지만, 세상은 이전과 다름없다는 듯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둘은 충격을 받는다.

아마 톰처럼 대부분의 우리들이 사라져도 세상은 여전히 변함없는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세상 앞에 내 존재가 한없이 작고 미미해보일 때 청춘이라는 시간조차 길고 답답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10대때는 수능을 보고 대학에 가면 ‘끝’일 것 같았지만, 더 큰 ‘문’과 ‘목표’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렇게 점점 세상을 알아가면서 나 자신의 초라함과 별볼일 없음을 마주하게 될 때면 여러 생각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 즈음 친구들과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농담삼아 하곤 했는데, 그 이야기가 단순히 농담같지가 않을 때가 온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드러눕는다는 의미의 ‘탕핑족’이, 일본에는 돈이나 출세에 관심이 없이 득도한 것처럼 사는 ‘사토리 세대’가, 한국에는 3포(연애, 결혼, 출산)를 넘어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과 희망, 그 이상까지 포기한 ‘N포세대’가 현재의 20~30대 청년층을 지칭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없이 살아가는 현재가 청년들을 무기력과 포기의 길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톰의 죽음에 온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 ‘나’와 그의 여자친구가 있었음을 기억해야한다. 세상은 나의 죽음이라할지라도 큰 영향을 받지 못할 수 있지만, 내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세상의 기준에서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고 함께 하는 이들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이러한 세상을 살아가는데에 한줄기 동력이 될 것이다. 혹자는 자신에게는 그만큼 가깝거나 소중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막연히 미래를 긍정하라는 말은 감히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삶의 의미를 더해주는 것들과 존재들을 기억하며 포기하지 않기를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우리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신 주님이 자신을 내어주면서까지 구원한 존재임을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한낱 연약하고 무력한 존재임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나의 온세계가 무너지는 일이라 할지라도 세상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몸부림치며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온전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지만, 세상의 시선과는 달리 그러한 삶이 가치있고 충만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리가 서로에게 그러한 이유가 되어주며 어느 누구도 놓치지 않고 함께 이 길들을 헤쳐나갈 수 있기를 진심을 다해 바래본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글들

2024.11.20

[SURFER's MOVE] 불편한 이야기 하는 편한 사이 (기독청년의 넘실넘실 3 촬영 후기)

자세히 보기
2024.11.20

[WAYVE letter] 불편한 이야기 하는 편한 사이(기독청년의 넘실넘실 3 촬영 후기) _84호

자세히 보기
2024.11.06

[Surfer's MOVE] 결혼과 비혼 사이, 청년과 교회 사이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