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불편 운동은 그리스도인들이 이웃과 약자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면, 먼저 자발적으로 편리함을 누릴 권리를 포기하고 양보하여, 가정과 교회, 동네와 사회에 좋은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운동이다. 자신의 것을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자격이 있더라도, 이웃과 약자를 위해 필요하다면 스스로 누림을 포기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창조 세계 보호와 이웃과의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자발적 불편이다. (본문 중)

이창호(한국YMCA전국연맹 지역협력국장)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후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최근 기업들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고 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의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을 경험하며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희망스러운 것은, 최근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토대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자 하는 ‘미닝아웃’과 환경을 생각하며 소비하는 ‘그린슈머’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가치소비와 개념소비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 세계의 보존과 회복을 추구하고,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기독 시민들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는 운동이 있는데, 바로 ‘자발적불편운동’이다. 다음은 자발적 불편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주는 손봉호 교수의 말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이익을 보고 내가 편리하게 살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것으로 다른 사람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불편을 감수할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만일 모든 사람이 그런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 사회는 행복해질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부터라도 ‘내가 조금 불편하게 살고 이웃이 좀 더 편리하게 되게 하자’라고 생각하고, 내가 조금 불편하게 살면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면, 그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모두가 자기만 편리하게 살려고 하다보면, 결국 자기도 불편하게 되고, 우리 후손도 불편하게 되고, 사회 전체가 불행해집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보기에는 좀 어리석어 보이지만, 손해를 좀 보고 불편하게 삽시다.1)

 

자발적 불편 운동은 그리스도인들이 이웃과 약자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면, 먼저 자발적으로 편리함을 누릴 권리를 포기하고 양보하여, 가정과 교회, 동네와 사회에 좋은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운동이다. 자신의 것을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자격이 있더라도, 이웃과 약자를 위해 필요하다면 스스로 누림을 포기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창조 세계 보호와 이웃과의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자발적 불편이다. 또한 이것은 이웃 사랑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와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의 시대에 우리 기독교인들의 생활 신앙 운동으로서 자발적 불편 운동이 갖는 가치와 의미가 적지 않다.

 

『행복을 위한 불편레시피 30』표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윤실의 자발적불편운동은 2013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손봉호 교수는 한국 사회의 높은 갈등 지수와 낮은 투명성 지수를 지적하면서, 우리 사회의 법질서 존중과 윤리 의식의 부족으로 약자들의 피해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으며, 기윤실이 창립되었던 1980년대 말보다 교계는 더욱 부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우리가 먼저 이웃을 위해 조금 ‘불편하게’ 살자고 제안했다. 합법적으로는 더 편리하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불편하게 살자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 윤리 실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정직, 검소, 절제, 나눔’의 가치와,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자는 목표를 잘 담아내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자발적불편운동이 시작된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160여개 협력 교회와 기윤실 회원들이 이 운동에 함께 하고 있다. 기윤실은 매 분기마다 매월 주제를 정해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온라인과 포스터 형태로 배포하고 있다. 또한 그리스도인들이 가정과 직장, 교회와 학교에서 환경, 인권, 에너지, 자원, 사회참여와 같은 다양한 주제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들을 모아서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자발적불편 52가지 방법>, 『행복을 위한 불편레시피 30』과 같은 가이드를 제작하기도 했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자발적불편 52가지 방법>의 경우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의 목록과 환경 보호를 위한 다양한 자발적 불편 행동들을 수록하고 있으며, 『행복을 위한 불편레시피 30』은 그리스도인들이 가정, 교회, 학교, 직장, 사이버, 공공(공통)의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실천할 자발적 불편 아이템 30가지를 소개한다. 『행복을 위한 불편레시피 30』을 제작할 때는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행복한 마음으로 음식을 조리하듯 자발적 불편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자료집을 만들었다.

 

자발적불편운동이 단순히 계몽적인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 신앙 운동으로 계속 확산하려면, 이 운동에 공감하는 이들이 먼저 ‘자발적 불편러’가 되고, 또 주위에 자발적 불편의 취지를 잘 알리고 서로 독려하며 함께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회와 학교에서 자발적불편운동 가이드북을 함께 읽고 토의할 수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실천 활동을 함께 하기도 하고, 각자 자발적 불편을 실천한 경험을 SNS 등에 공유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다. 기윤실과 회원 교회들은 ‘자발적 불편러’들의 모임을 세우고 돕는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지원하며, 자발적불편운동 아카데미를 통해 강사를 양성하여 교회와 학교와 연계한 교육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자발적 불편은 그저 귀찮고 사소한 불편함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함으로써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와 미래로 나가는 의미 있고 행복한 불편함이다.


1) 손봉호, “60, 자발적불편을 말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2019.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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