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세 가지 선거 제도 개편안을 중심으로 선거 제도 개혁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선거 제도 개혁의 목표는 주권자인 시민의 투표가 그대로 정치권력 배분에 반영되게 함으로써 진정한 대의민주주의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본문 중)
박제민1)
이 글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세 가지 선거 제도 개편안을 중심으로 선거 제도 개혁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선거 제도 개혁의 목표는 주권자인 시민의 투표가 그대로 정치권력 배분에 반영되게 함으로써 진정한 대의민주주의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서두에 먼저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선거 제도 개편안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건 주권자인 시민의 잘못이 아니다. 짐짓 고상한 척, 어려운 말을 골라 쓰는 정치인들의 탓이다. 글쓴이는 이런 관행을 참회하며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이 이번 선거 제도 개편안과 개혁 방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1안 |
2안 |
3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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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도시: 중대선거구제– 농촌: 소선거구제 |
소선거구제 |
개방명부식대선거구제 |
비례대표 |
권역별-병립형 |
권역별-준연동형 |
전국구-병립형 |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세 가지 안은 위 표와 같다. 지역구 안은 소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 대선거구제(개방명부식) 등으로 나뉘어 있고, 비례대표 안은 전국구/권역별, 병립형/(준)연동형으로 나뉘어 있다. 먼저 각각의 개념을 설명하고, 그 개념들이 결합한 각각의 안에 관해서 설명하겠다.
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
선거구 크기에 따라 소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를 구분한다. 소선거구제에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을 뽑는다. 중대선거구제에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는다. 예를 들어 100명을 뽑는다고 가정하고 아래 표를 보자.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씩만 뽑는 소선거구제의 경우 선거구 크기가 작게 쪼개져 있다. 그러나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에서는(10명씩을 뽑는다고 가정했을 때) 선거구 크기가 비교적 큰 것을 볼 수 있다.
1명씩 뽑는 ‘소선거구제’ |
여러 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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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복합형
도농복합형은 도시와 농촌에 각각 다른 방식을 적용하여 복합하는 방식이다. 즉 도시에서는 3~5인을 선출하는 중대선거제구제를, 농촌에서는 1인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농촌지역에 중대선거구를 도입하면 선거구가 너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농복합형은 몇 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 첫째, 이미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도 농촌의 선거구는 몇 개의 군을 합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큰 선거구를 갖고 있다. 즉 도농복합형으로 바꾼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둘째, 도농복합형은 선거제도 개편의 제1원칙인 ‘사표 방지’를 막지 못한다. 즉 농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표가 많이 생기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것은 도시와 농촌의 유권자를 차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개방명부식(Open List)/폐쇄명부식(Closed List)
때로 영어 표현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개방명부의 영어 표현은 ‘Open List’다. 유권자가 정당뿐만 아니라 정당의 후보자에게도 투표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것이다. 대항하는 개념은 폐쇄명부인데 영어로는 ‘Closed List’다. 정당에만 투표할 뿐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은 ‘닫혀’있는 것이다. 개방명부 또는 폐쇄명부는 보통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서 거론되는 용어인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지역구 후보를 뽑는 방식으로 언급하고 있다.
정개특위가 제시한 3안 중 지역구 부분은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이다. 4~7인을 뽑는 대선거구에서 정당 및 정당의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5명을 뽑는 어떤 대선거구에서 A당이 40%, B당이 40%, C당이 20%를 득표했다고 하자. 그러면 정당 득표율에 따라 A당 5석의 40%인 2석, B당은 5석의 40%인 2석, C당은 5석의 20%인 1석을 배분받는다. 그 후 각 당 후보의 다득표순에 따라 A당은 2명까지, B당은 2명까지, C당은 1명까지 당선자가 된다.
전국구/권역별
비례대표 선거에서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보면 ‘전국구’가 된다. 반대로 전국을 몇 개의 선거구로 나누면 ‘권역별’이 된다. 현행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보는 전국구이다.
이번 정개특위는 전국을 서울, 인천·경기, 충청·강원, 전라·제주, 경북, 경남 등 6개 권역으로 나눌 것을 제안하고 있다. 참고로 해외의 경우 각 주를 하나의 선거구로 보는 권역별 방식을 많이 쓰고 있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17개 광역시·도를 각각 17개의 권역별 선거구로 보는 방식도 채택할 수도 있다.
병립형/(준)연동형
병립형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따로 뽑는 방식이다. 지역구 의원을 뽑는 투표와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정당 투표가 서로 연동되어 있지 않고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병립형이라고 부른다. ‘따로형’이라고 부르면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동형은 정당 투표와 의석수 배분이 연동되어 있다. 예를 들어, 100석을 뽑는 선거구에서 A정당이 20%를 득표했다면 A정당의 의석수는 100석의 20%인 20석이 된다. A정당이 지역구에서 10석을 얻었다면, 비례대표 10석을 추가해서, 정당 득표율 20%와 최종 의석수 20석을 연동하여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정당 득표와 의석 배분을 완전히 일치시킬 때 ‘연동형’ 또는 ‘완전 연동형’이란 표현을 쓴다.
준연동형은 일반적으로 전체 의석의 배분 비율을 연동형과 달리 일부만 적용할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전체 의석이 아니라 비례대표 47석에만 연동 비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더군다나 지난 21대 총선의 경우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만 연동 비율을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전과 같이 병립형을 적용하기로 했다. 한 마디로 지난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제도가 되었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와 유사한 준연동형을 논의하고 있는데, 선거 제도 개편의 궁극적 목표인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온전한 연동형을 적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세 가지 개정안의 내용 비교
주요 용어의 개념을 살펴보았다. 이제 아래 표처럼 그 개념들이 결합한 각각의 안에 대해서 살펴보자.
1안 |
2안 |
3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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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도시: 중대선거구– 농촌: 소선거구제 |
소선거구제 |
개방명부식대선거구제(4~7명) |
비례대표 |
권역별-병립형 |
권역별-준연동형 |
전국구-병립형 |
1안은 도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3~5명을 뽑고, 농촌에서 소선거구제로 1명을 뽑는다. 비례대표는 6개 권역에서 나누어 뽑는다. 병립형이기 때문에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가 연동되지 않고 따로 이루어진다. 정당 득표율은 권역에 할당된 비례대표 의석수 배분에만 적용된다.
2안은 지역구에서 소선거구제로 1명을 뽑는다. 비례대표는 6개 권역에서 나누어 뽑는데, 준연동형이기 때문에 각 정당은 정당 득표율의 ‘절반’만큼 의석수를 배분받는다. 배분받은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빼고 남은 만큼 비례대표 당선자가 결정된다.
3안은 지역구에서 대선거구제로 4~7명 뽑는다. 이때 정당뿐만 아니라 후보에게도 투표하는 개방명부를 쓴다. 비례대표는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해서 뽑는다. 병립형이기 때문에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가 연동되지 않고 따로 간다. 정당 득표율은 전체 의석수 배분이 아니라 비례대표 당선자 결정에만 적용된다.
선거 제도를 바꾸려는 이유 – 투표 그대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대체 선거제도를 왜 바꾸려고 하는 것인가? 이유는 하나다. 주권자인 시민의 ‘투표 그대로’ 정치인, 즉 정치 대리인을 뽑자는 것이다. 이 핵심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그동안 시민의 투표는 죽은 표, 즉 사표(死票)가 되기 일쑤였다. 1등만 뽑는 당선자 결정 방식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A후보가 49.9%, B후보가 50.1%를 받으면 B후보만 당선된다. 그러면 49.9% 시민의 표는 깡그리 무시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43.73% 시민의 표가 사표로 무시되고 버려졌다. 이러다 보니 전체 시민의 의사와 실제 의석수의 관계는 왜곡이 심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3%를 득표했지만 60%의 의석을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33%를 득표했지만 34%의 의석을 차지했다. 반면에 정의당은 9%를 득표했지만 2%의 의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시민의 투표를 왜곡하는 당선자 결정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정당끼리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투표 그대로 권력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선거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투표 그대로’를 위한 몇 가지 방안 – 세비 축소, 특권 폐지, 그리고 의원 수 확대
그래서, ‘투표 그대로’ 선거 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이 있다.
첫째, 국회의원 세비 축소다. 시민과 시민의 대리자인 국회의원이 닮아야 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 실현의 핵심 요소다. (이를 대표자와 피대표자 사이의 ‘유사성’, 또는 ‘근접성’이라 부른다.) 국회의원의 세비와 평범한 시민의 월급 차이는 얼마나 될까? 아래 기사를 참고해 보자.
국회의원은 1인당 연 1억 5,500만 원(2022년 기준), 월평균 1,285만 원을 받는다. 지난해 상용근로자 연평균 임금 총액(4,650만 원)의 3.3배이며, 올해 최저 임금(월 201만 원)의 6.4배이다. 차량 유지비, 식비, 출장 지원, 입법·정책개발 지원, 보좌 직원 지원 등은 별도다. 한국 국회의원 세비는 총액으로 세계 10위 수준이고, 1인당 평균 국민소득(GNI)과 비교하면 세계 5위권이다. 구매력 기준으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한다. 노르웨이 국회의원은 1인당 GNI(2021년 기준)보다 1.22배, 스웨덴 국회의원은 1.37배를 받는데, 한국 국회의원은 3.4배를 받는다.2)
이에 따르면, 국회의원 세비를 최소한 절반 정도 줄여야 시민의 삶과 그나마 가까워진다. 국회의원 세비 축소를 주장하는 이탄희 의원은 “가구당 평균 소득에 맞춰 세비를 맞춰서 국민을 닮은 국회의원이 되어 국민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국민의 생활 감각으로 의정 활동을 하자”고 말한다.
둘째, 국회의원이 귀족처럼 누리고 있는 각종 불필요한 특권을 없애야 한다. 논란이 많은 ‘불체포 특권’은 둘째로 치더라도(독재 정권이 시민의 대리자인 국회의원을 마구 잡아넣을 수도 있어서 생긴 제도이기 때문에), 공항 귀빈실 사용 등과 같은 일반 시민과 동떨어지게 만드는 특권을 다 폐지해야 한다.
셋째, 세비 축소와 특권 폐지를 언급하며 빌드업해 온 이유가 있다. 바로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든, ‘투표 그대로’가 의석 구성에 반영될 수 있도록 충분히 많은 국회의원 수가 없다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현재 OECD 국가 평균적으로 의원 1명이 시민 약 10만 명을 대표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원 1명이 시민 약 17만 명을 대표하는 구조다. OECD 평균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국회다. OECD 평균에 맞추려면 약 500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고 하면 시민들이 엄청나게 싫어하고 반대한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당연하다. 국회의원들은 이럴 때만 짐짓 양심적인 척 시민들이 반대하니 국회의원 수를 늘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그러는 이유는 단 하나, 의원 수가 적어야 자신들의 유형, 무형의 권력이 유지되고 더 세지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이런 밉살스러운 주장과 반대로 하는 것이야말로 개혁이 아닐까! 세비와 특권을 줄이는 대신 국회의원 수는 늘리면 정치 모리배들이야 괴로워하며 국회를 떠나겠지만, 뜻있는 동량들은 더욱 많이 국회의원에 도전하여서 정치다운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선거 제도와 관련하여 등장하는 여러 용어들의 의미를 짚어 보았다. 그리고 그 용어들이 결합한 세 가지 개편안을 살펴보았다. 더 나아가 주권자인 시민의 ‘투표 그대로’가 반영되는 선거 제도로 개혁하는 방향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선거 제도는 주권자인 시민이 이해하는 만큼 바뀔 것이다. 그러므로 계속 진행될 협의와 공론화 과정 등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1)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선거제도개혁연대 운영위원.
2) 이진희, “국회의원 월급 1,300만 원”, 「한국일보」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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