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자, 심리적 돌봄 절실해”

기윤실, ‘힌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 출판
“경제적 어려움 외에도 심리적 충격 심각”

 

# 82살의 은퇴 목회자 A씨는 강단을 떠난 후 우울한 감정과 싸우고 있다. 그는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연금 50만원과 사별한 아내가 마련해놓은 소액의 적금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도 크지만 그보다 괴로운 건 끊임없이 올라오는 부정적 생각이다. 한평생 ‘목사’라는 정체성으로 자신을 인식해 왔는데 하룻사이에 자기자신을 잃어버린 기분이라고. 파킨슨병까지 생기며 문 밖을 나서는 일조차 두려워졌다.  

베이비부머 세대 목회자들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한국교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교단들은 연금제도를 개혁하고 지원대책을 세우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기에 나섰다.

그러나 경제적 지원 외에도 은퇴 목회자의 정서 심리적 돌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제안이 나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신뢰운동본부가 24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조에홀에서 개최한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 출판 기념회’에서다.

책의 공동저자인 곽은진 아신대 상담학 교수는 “한국교회 내 정서 심리적 측면은 대체로 간과됐던 영역”이라며 “목회자들의 심리적·정서적 자기 돌봄과 정체성에 대한 건강한 가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회자라는 직업적 특성상 은퇴 문제는 경제적 영역을 넘어 정서적으로 혼란스러운 경험으로 작용한다. 목회자가 사역할 때 직업적 기능이 아닌 성직 개념으로 자신의 직업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곽 교수는 “일반 은퇴자와 달리 목회자들은 사역에 대해 하나님이 개입이 있었다고 기대하며 은퇴 준비 과정에서부터 이후의 삶 또한 기대하지만 직면한 현실과는 커다란 괴리가 존재한다”며 “이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 때 은퇴를 앞둔 목회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에게 집단상담과 심리 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정서적 돌봄이 절실하지만 장벽이 높다. 아직까지 목회자 신분으로 상담소 문을 두드리기에는 주변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 정서적 돌봄에 대한 한국교회의 경직된 태도와 사역의 분주함 등을 핑계로 목회자들은 자신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은퇴한다.

곽 교수는 “정서 심리적 영역은 목회자들이 은퇴한 후에만 필요한 영역은 아니다”며 “목회자들이 내면의 문제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정서적 돌봄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 은퇴를 앞둔 예비 목회자를 위한 교단 차원의 교육과 돌봄 프로그램 마련을 촉구했다. 교단별로 심리 전문 상담사 배치와 동료 상담사 육성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곽 교수는 “목회자들은 오랫동안 정서적 돌봄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평생을 바쳐 헌신한 목회자들의 말년이 상처로 끝나지 않도록 한국교회가 더 이 문제에 관심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이날 행사에서는 김상덕 기독교윤리실천위원회 상임집행위원과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등이 발제자로 나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목회자 개인과 소속 교회, 그리고 노회의 역할을 제시했다.

정병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은퇴 목회자의 경제적인 부분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교회 공동체 소속 문제와 정신 건강의 문제 등 총체적인 삶의 문제를 다뤘다”며 “한국교회가 직면한 목회자 은퇴 문제를 지혜롭게 잘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새은 기자 livinghope@good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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