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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초콜릿과 🍭사탕 중 고르라면 제 선택은 언제나 초콜릿입니다. 사탕은 달기만 한데, 초콜릿은 ‘달콤+쌉싸름’한 묘미가 있거든요. 끌어당기는 단맛과 밀어내는 쓴맛이 오묘하게 뒤섞여 ‘밀당’하는 입체적인 풍미가 초콜릿의 마력인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는 상상 이상으로 쓴맛이라고 해요. 맛있는 초콜릿은 본래의 씁쓸한 맛에 달콤한 설탕이 적절한 비율로 섞일 때 만들어지는 거죠.
  이번 웨이브레터에는 영화 ‘웡카’에 대해 ‘첫맛은 달고 뒷맛은 쌉쌀한’ 리뷰가 실렸어요. 웡카는 고난과 역경을 뚫고 꿈을 이뤄내는 주인공의 동화 같은 이야기예요. 그런데 우리네 인생이 어디 그렇게 달콤하기만 할 수 있나요. 실은 ‘카카오 99%’ 같은 날들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해요. 너무 달기만 해도, 혹은 너무 쓰기만 해도 초콜릿 본연의 매력은 사라지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의 인생은 지금 단맛인가요, 아니면 쓴맛인가요.  – 제르 드림

🌊 리뷰 파도타기   

달콤한 권선징악 동화 웡카, 근데 왜 자꾸 난 눈물이 나지?

 

글_다정(김자은 기윤실 청년위원)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여정 웡카, 나도 함께해볼까?’

여러 가지로 바쁘고 지쳤던 연초, 기분 전환 겸 애인과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다. 애인이 이 영화를 오랫동안 기대해 오기도 했고, 최근 기분이 별로이던 나를 위해 미리 예매해 두기도 했고, 달콤하고 환상 가득한, 동심을 자극하는 뮤지컬 영화 한 편 보고 나면 복잡했던 내 마음도, 기분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관 입성 전, 쇼핑도 하고, 팝콘도 사고, 형형색색의 웡카 포스터를 보며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영화는 재미 요소가 가득했다. 희망찬 웡카의 등장부터, 신비로운 웡카의 마법과 초콜릿 제조 과정, 나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신기한 초콜릿들, 움파룸파~둠파디뚜~ 여전히 머릿속을 맴도는 OST, 꿈 같은 동물원 신, 형형색색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아름다운 장면들과 고난과 역경의 모험 속에서도 놓치지 않는 꿈과 위트까지. 이것뿐 아니다. 최근 가장 화제의 배우로 꼽히는 티모시 샬라메의 노래와 춤을 볼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PC 함까지 은은하게 챙긴 것까지, 정말이지 웡카는 뭐 하나 기분 나쁠 거 없는 꿈과 행복 가득 한 영화였다. 영화의 소개처럼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여정’을 영화화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중략)

🍫난 이 달콤한 초콜릿 향이 너무 벅차고 힘들어

그런데 난 이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자꾸 눈물이 났다. 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았다. 내가 갑자기 너무 감성적이고 예민해진 탓인가? 어젠 잠을 못 자고 오늘은 너무 바쁘고 힘들었던 탓인가? 아니었다. 아무리 핑계를 대봐도 나는 웡카가 불편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힘들었다. 예쁜 장면들이 반복되고 초콜릿 향 가득한 영화관에서 나는 당장이라도 뛰쳐나오고 싶은 감정이 계속 치고 올라왔다. 반복되는 고난과 역경이 숨이 막히게 힘들고 그것을 이겨내는 웡카의 방법이 어떤 성장이나 다른 무언가가 아니라(물론 동료들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개인이 가진 마법과 같은 능력이라니, 웡카는 저렇게 꿈도 희망도 뭣도 없는 상황 속에서도 항상 선하고 밝고 타인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일어서는 사람이라니, 나는 저렇지 못한 사람인데. 나는 어떡하지? 최근 내 상황과 겹쳐 웡카는 내게 너무 벅찬 영화였다. 때때로 이런 동화와도 같은 이야기가 흔하고 통쾌한 권선징악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움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그래도 비록 내가 웡카를 보며 우울해졌지만, 사람들은 달콤한 영화라고 말하듯이

나에겐 교회가 그런 공간이었지만, 대다수의 많은 사람에게 달콤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 그저 내가 만났던 교회가, 내가 본 교회의 단면만이 단지 내게만 슬픈 공간이었길 바란다. 택시 안에서 줄줄 울긴 했지만, 꿈을 잃지 않을 테니, 그 언젠가 다시 현실에서 희망을 찾게 해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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