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권선징악 동화 웡카, 근데 왜 자꾸 난 눈물이 나지?

 

글_다정(김자은 기윤실 청년위원)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여정 웡카, 나도 함께해볼까?’

여러 가지로 바쁘고 지쳤던 연초, 기분 전환 겸 애인과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다. 애인이 이 영화를 오랫동안 기대해 오기도 했고, 최근 기분이 별로이던 나를 위해 미리 예매해 두기도 했고, 달콤하고 환상 가득한, 동심을 자극하는 뮤지컬 영화 한 편 보고 나면 복잡했던 내 마음도, 기분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관 입성 전, 쇼핑도 하고, 팝콘도 사고, 형형색색의 웡카 포스터를 보며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영화는 재미 요소가 가득했다. 희망찬 웡카의 등장부터, 신비로운 웡카의 마법과 초콜릿 제조 과정, 나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신기한 초콜릿들, 움파룸파~둠파디뚜~ 여전히 머릿속을 맴도는 OST, 꿈 같은 동물원 신, 형형색색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아름다운 장면들과 고난과 역경의 모험 속에서도 놓치지 않는 꿈과 위트까지. 이것뿐 아니다. 최근 가장 화제의 배우로 꼽히는 티모시 샬라메의 노래와 춤을 볼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PC 함까지 은은하게 챙긴 것까지, 정말이지 웡카는 뭐 하나 기분 나쁠 거 없는 꿈과 행복 가득 한 영화였다. 영화의 소개처럼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여정’을 영화화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꽃밭도 할 수 있어, 권선징악! 꿈과 희망의 웡카

나에게도 정말 잘 어울리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나 빼고 많은 이들이 공인해 주는 ‘머리가 꽃밭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웡카에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 시작한단다. 그러니 꿈을 잃지 마.”라고 말해준다. 웡카는 “세상과 초콜릿을 나눌 때 함께 있겠다”라는 엄마의 약속과 꿈을 안고 7년의 세월을 거쳐왔다. 드디어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고 사람에게 마법과도 같은 자기 초콜릿을 나누고자 하지만 고난과 역경을 겪게 되고 거기서 만난 동료들과 함께 그 역경을 이겨나간다. 나도 어린 시절 엄마에게 비슷한 말을 자주 들었다. “우리 딸은 꿈이 뭐야? 아니, 직업 말고 진짜 너의 꿈!”, “네가 꿈을 꾸고 배운 것들을 나눌 때 온 세상이 너와 함께할 거야.” 들을 때도 오그라들었고 지금도 이 무슨 영화 대사 같은 말인지 싶지만, 엄마의 이 말은 오그라듦을 이겨내고 내 무의식 깊은 곳에 남아 자꾸 나를 꽃밭으로 이끌었다. 그래서 웡카의 이야기에 가슴 짠하기도 하고 다시 설레기도 하고 열정이 살아나기도 하고 엄마 생각도 났다. 왜 애인이 자꾸 보러 가자고 했는지, 친구들이 너(나) 같은 사람들한테 어울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웡카의 이야기 진행은 조금 답답하긴 했어도 동화처럼 흘렀다. 선하고 흔들리지 않는 주인공, 고난에 빠지게 되는 흔한 클리셰와 악역들, 그를 도와주는 착하고 어렵고도 수상하게 유능한 사람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주인공과 벌 받는 악역. 이 팍팍한 세상에는 뉴스에나 나올법한 선한 마음의 주인공과 권선징악의 이야기다. 보는 나도 ‘그렇지, 그래야지! 결말이 그래야 맞는 세상이지!’ 할 만한 이야기.

🍫난 이 달콤한 초콜릿 향이 너무 벅차고 힘들어

그런데 난 이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자꾸 눈물이 났다. 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았다. 내가 갑자기 너무 감성적이고 예민해진 탓인가? 어젠 잠을 못 자고 오늘은 너무 바쁘고 힘들었던 탓인가? 아니었다. 아무리 핑계를 대봐도 나는 웡카가 불편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힘들었다. 예쁜 장면들이 반복되고 초콜릿 향 가득한 영화관에서 나는 당장이라도 뛰쳐나오고 싶은 감정이 계속 치고 올라왔다. 반복되는 고난과 역경이 숨이 막히게 힘들고 그것을 이겨내는 웡카의 방법이 어떤 성장이나 다른 무언가가 아니라(물론 동료들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개인이 가진 마법과 같은 능력이라니, 웡카는 저렇게 꿈도 희망도 뭣도 없는 상황 속에서도 항상 선하고 밝고 타인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일어서는 사람이라니, 나는 저렇지 못한 사람인데. 나는 어떡하지? 최근 내 상황과 겹쳐 웡카는 내게 너무 벅찬 영화였다. 때때로 이런 동화와도 같은 이야기가 흔하고 통쾌한 권선징악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움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 생각, 내가 또 어디서 느꼈던 감정이더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웡카를 보며 느꼈던 생각과 감정은 사실 내겐 너무 익숙한 무언가였다. 교회를 뛰쳐나온 이유를 단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순 없겠지만, 교회에서 느꼈던 거리감이 웡카를 보며 느꼈던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비슷했다. 그쯤 난 여러 가지로 힘들었고 교회는 내게 그런 곳이었다. 힘들다고 이야기하기엔 예수님은 더한 고난을 이기셨다는데 나는 그것이 공감이 안 됐다. 예수님을 닮아 따라가기엔, 난 신이 아닌걸…. 난 예수님처럼 타고 나지도 않았고 그분처럼 기적을 일으킬 수도 없는 걸 도대체 어떻게 이겨내라는 건지 숨 막히기만 했다. 그의 이름을 믿어 이겨내라는 것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웡카 같은 동화를 보고 난 뒤 느끼는 이 감정과도 같았다. 나는 그럴 수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을 무기력함과 박탈감…. 또 다들 이 복음이 소중하고 행복하다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고, 모두가 이 공동체가 소중하다는데 나는 공동체가 어렵기만 했다. 다들 그렇게 칭찬 일색인데 나는 그곳에 적응하지 못했다. 웡카의 리뷰도 다시 꿈을 꾸게 하는 달콤함 한도 초과인 동화라는데, 호평 일색인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난 내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이야 내 개인적 느낌이니, 틀린 것이 없다고 치부하기로 했고 교회에 관한 생각도 그냥 두기로 했다. 웡카에서 초콜릿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초콜릿을 탐닉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 초콜릿 뭐야? 마약이야? 왜 이래?’이란 생각을 절로 했다. 우리는 어쩌면 정작 바라봐야 할 짓눌린 현실은 외면하면서 달콤함을 한도 이상으로 갈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내 생각이 잘못됐다고 우울해하기보다 그냥 이런 내 마음을 따라가기로 했다. 현실도 팍팍한데, 나까지 예민한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면 더 팍팍해지니까 말이다.

🍫그래도 비록 내가 웡카를 보며 우울해졌지만, 사람들은 달콤한 영화라고 말하듯이

나에겐 교회가 그런 공간이었지만, 대다수의 많은 사람에게 달콤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 그저 내가 만났던 교회가, 내가 본 교회의 단면만이 단지 내게만 슬픈 공간이었길 바란다. 택시 안에서 줄줄 울긴 했지만, 꿈을 잃지 않을 테니, 그 언젠가 다시 현실에서 희망을 찾게 해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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