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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떠난 푸바오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어떤 전문가들은 2023년 푸바오 열풍을 분석하면서 푸바오의 존재가 삭막한 한국 사회에 일종의 심리적 치유를 제공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 좋은 것이며, 사람들이 푸바오에게서 얻은 행복과 위로는 분명히 크다. 그러나 푸바오의 입장에서도 한국에서의 출생과 인기, 중국으로의 이송이 감동적일까? 우리는 한 번쯤 의인화의 색안경을 벗고 푸바오의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본문 중)

 

김영환1)

 

지난 2023년 대한민국을 열광시킨 단 하나의 동물을 꼽자면 단연 ‘푸바오’일 것이다. 2020년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태어난 판다 푸바오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며 서서히 인기를 끌더니, 2023년 각종 TV 프로그램을 휩쓸며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사육사와 야생 동물의 관계는 ‘할부지와 아기 판다’의 특별한 이야기로 가공되었고, 푸바오의 귀여운 모습과 그런 푸바오를 돌보는 사육사의 헌신적인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매일 푸바오를 찾아온 관람객들로 넘쳐났다. 어떤 날은 푸바오를 볼 수 있는 판다월드의 입장 대기 시간이 무려 6시간을 넘기기도 했다. 사람들은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푸바오에게 애정을 담아 ‘용인 푸씨’라는 성씨(姓氏)를 붙여주었는데, 이에 호응하듯 용인 시청은 푸바오에게 명예 시민증을 발급해 주었다. 푸바오의 사육사는 유명 토크쇼에 출연해 연예인들과 인터뷰를 했으며, 공중파 방송국은 특별 방송을 편성해 매주 푸바오와 ‘할부지’ 사육사의 일상을 다뤘다. 2023년 계묘년은 토끼의 해가 아니라 판다의 해라고 할만했다.

 

그러나 ‘용인 푸씨’ 푸바오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계약상 중국의 소유물이었다. 중국은 자국의 상징적 동물인 판다의 소유권을 타국에 이전하지 않으며, 대여 형식으로만 판다를 선물로 보낸다. 판다 한 마리의 1년 대여비가 1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지만 상당수의 동물원들은 판다를 통한 홍보 효과와 각종 상품 판매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에 판다를 들여오고 싶어 한다. 실제로 푸바오 팝업스토어 한 곳의 매출이 2주간 10억 원 이상이었다고 하니, 동물원이 푸바오를 통해 얻은 수익과 홍보 효과가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푸바오는 중국의 판다 소유권 정책에 따라 만 4살이 되는 2024년에 번식 연구를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날 날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푸바오에 더 열광했다. 푸바오의 중국행이 며칠 남았는지,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는 여정은 어떠할 것인지, 중국에서 푸바오가 살아갈 시설은 어떤 곳이며 사육 환경에 이상은 없는지 등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는 모든 과정에 사람들은 관심을 쏟았다. 그리고 2024년 4월 3일, 푸바오는 6천여 명의 팬들의 작별 인사를 받으며 전세기를 타고 중국 쓰촨성 판다 기지로 떠났다. 끝까지 푸바오와 함께하는 ‘할부지’의 애틋한 동행 스토리는 덤이었다.

 

본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 입니다. (AI 생성형 이미지)

 

중국으로 떠난 푸바오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어떤 전문가들은 2023년 푸바오 열풍을 분석하면서 푸바오의 존재가 삭막한 한국 사회에 일종의 심리적 치유를 제공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 좋은 것이며, 사람들이 푸바오에게서 얻은 행복과 위로는 분명히 크다. 그러나 푸바오의 입장에서도 한국에서의 출생과 인기, 중국으로의 이송이 감동적일까? 우리는 한 번쯤 의인화의 색안경을 벗고 푸바오의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푸바오는 야생 동물이지만 야생을 전혀 알지 못한다. 푸바오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촬영과 홍보의 대상이었다. 푸바오의 엄마 아이바오는 대나무 숲이 아닌 타일 바닥과 쇠창살 사이에서 푸바오를 낳았다. 푸바오가 젖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사육사의 관찰과 촬영은 이어졌고, 푸바오는 기념일마다 피켓이 달린 바구니에 담겨 사람처럼 100일 잔치와 돌잔치를 해야 했다. 가장 인상적인 의인화 장면은 전시 시간이 끝난 후 사육사가 푸바오를 잡아 내실(전시 공간 뒤쪽의 쇠창살과 타일 바닥)로 끌고 가는 실랑이였는데, 사육사는 연신 “할부지 퇴근 좀 하게 도와주라”고 했고 푸바오는 그런 사육사를 외면하고 도망가기에 바빴다. 사람들은 말 안 듣는 손주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푸바오는 좁고 차가운 바닥이 싫었을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과 다른 인식 체계를 가진 판다 푸바오에겐 ‘할부지’라는 개념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동화 같은 효심도 없다. 오히려 단독 생활을 선호하는 곰과 동물의 습성상 구름 떼 같은 사람들의 구경과 사육사들의 밀착 관리가 내내 불편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무엇보다 푸바오 열풍은 동물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한 순간에 1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 푸바오가 살던 에버랜드 판다월드 바로 옆엔 24년간 좁은 사육장에서 갇혀 지내다가 2018년 사망한 북극곰 ‘통키’가 있었고, 2023년 경남 김해시의 동물원에선 한때 푸바오처럼 사랑받았을 사자가 갈비뼈가 앙상한 모습으로 굶어 죽기 직전에 구조되었으며,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제돌이’는 2013년 제주도 야생 방류를 앞두고 마치 푸바오처럼 ‘제돌이 엄마(사육사)와 제돌이의 아름다운 이별’ 스토리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제주 바다에서 새끼를 낳고 잘 살고 있다. 많은 전시·야생 동물들의 고생과 희생으로 우리나라는 「동물원수족관법」 제정과 ‘동물원 전시 부적합 종’ 지정 등 윤리적인 동물원으로의 전환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었지만, 그러한 논의는 어느새 멈췄고, 푸바오 열풍을 확인한 일부 동물원은 제2의 푸바오 열풍을 기대하며 ‘레서 판다’를 들여온다느니, 자연 번식을 시도한다느니 홍보 자료를 돌리기에 바쁜 모습이다.

 

지난 7월, 푸바오의 사육사는 기어코 중국까지 카메라를 대동하고 건너가 푸바오에게 다시 인사를 건넸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던 푸바오 팬들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푸바오를 잊어야 한다. 우리가 푸바오를 기억하는 한 동물을 정치의 도구로 이용하는 중국의 판다 외교와 상업적 인기를 노리는 동물원의 야생 동물 기획 전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판다일지 아닐지 모를 제2, 제3의 푸바오들은 인공 환경에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불편한 삶을 이어갈 것이다. 사람과 동물은 상호작용을 하며, 그 작용이 주는 위로와 행복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러한 위로는 동물의 습성과 환경을 고려한 건전한 관계 속에서만 얻어야 한다. 동물도 자기 삶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1)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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