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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의 최저 임금은 ‘해상의 열악한 작업 여건’을 고려하여 육상 노동자의 최저 임금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선원 최저 임금 고시 특례 조항에 따라 외국인 선원의 경우 해당 선원 노동 단체(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와 선박 소유자 단체(수협)의 단체 협약으로 별도로 정해져 오고 있다. (본문 중)
김영훈(노무사)1)
“불법을 왜 보호하냐고 이 xx xx야!”
노무사로 일하면서 이런 원색적인 욕설을 듣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선원 이주 노동자의 임금 체불 사건 진행 중 해당 선원을 관리하던 송입 업체 직원이 퍼부은 욕설이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통화에서 선원 이주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여실히 느꼈다. 노동 조건의 최저 기준을 설정하여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노동법에서 철저히 벗어나 완전 사각지대에 놓인 선원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하여 초짜 노무사가 경험한 바를 나누어 보려 한다.
사건 과정에서 통화하게 된 그 송입 업체 직원은 왜 그렇게 분노하고 마치 법의 수호자인 양 불법을 운운했을까? 해당 선원 이주 노동자가 그가 일하던 선박에서 무단으로 이탈해 버렸기 때문이다. 무단으로 이탈해 버린 선원 이주 노동자로 인해 송입 업체와 선주가 입은 피해를 마구 쏟아내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도망친 선원이 죄인이다. 그러면 무단으로 선박에서 이탈한 선원 이주 노동자의 잘못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한 단계만 더 나가보자.
E-10-2 비자를 취득 후 입국하여 어업에 종사하는 선원 이주 노동자는 본국의 송출 업체에 막대한 송출 비용(한국 돈으로 약 1,000-1,500만 원)과 이탈 보증금(300-700만 원, 또는 집문서와 땅문서)을 지불한다. 본국에서 대출을 받아 송출 비용을 부담한 선원 이주 노동자는 불어나는 이자까지 감당하며 자신과 본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부양해야 하기에 돈을 벌어야 한다. 게다가 무단으로 이탈한 선원 이주 노동자는 소위 ‘불법’2) 체류자가 되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과 이전보다 더한 고위험, 저임금 노동에 종사할 위험에 처한다. 심지어 관리의 효율을 위해(무단이탈 방지를 위해) 외국인등록증, 통장, 여권 등이 선주나 송입 업체에 압류되었다면(당연히 불법이다) 생활의 어려움도 매우 커진다. 왜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많은 선원이주 노동자가 이탈을 감행하는 것일까.
어업을 목적으로 한 선원 이주 노동자는 근무하는 선박의 크기에 따라 E-9-4 비자(20톤 미만 연안 어업, 양식 등)와 E-10-2 비자(20톤 이상 연근해 어업 선박 어선원)로 입국 방식이 나뉘어 있다. 여기서 가장 큰 차이는 E-10-2 선원은 고용 허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용 허가제는 여러 제도적 한계가 있지만, 정부 기관에서 송출과 송입을 담당한다. 그러나 E-10-2 이주 선원 노동자의 송출입은 해양수산부에서 수산업협동중앙회(수협)으로 위탁, 수협에서 민간 자본인 송입 업체(관리 업체)와 본국 송출 업체로 재위탁되어 있다. 선원 이주 노동자의 상상을 초월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이 생겨난 출발점은 이 지점이다.
충격적이게도 선원 이주 노동자는 최저 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3) 정확하게 말하면 육상의 최저 임금과 다른 최저 임금을 한국인 선원과 차등을 두어 적용받는다. 선원의 최저 임금은 ‘해상의 열악한 작업 여건’을 고려하여 육상 노동자의 최저 임금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선원 최저 임금 고시 특례 조항에 따라 외국인 선원의 경우 해당 선원 노동 단체(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와 선박 소유자 단체(수협)의 단체 협약으로 별도로 정해져 오고 있다. ‘해상의 열악한 작업 조건’이 국적을 가릴 리 없고, 선원법이 준용하는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적을 이유로 근로 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차별은 개선되지 않았다. 2012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해양수산부에 최저 임금을 내국인 선원과 달리 노사 합의로 정하도록 한 현행 고시를 개정하여 임금 차별을 개선할 것을 권고하였고, 국제노동기구(ILO)의 여러 차례 권고 끝에 해양수산부는 선원 이주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2023년 85%, 2024년 90%, 2025년 95%, 2026년에 100%로 맞추기로 하였다.
년도 |
육상 최저임금 |
선원 최저임금 |
E-10 |
2019 |
8,350 (1,745,150) |
2,153,720 |
1,631,715 (육상 93.5%) |
2020 |
8,590 (1,795,310) |
2,215,960 |
1,723,498 (육상 96%) |
2021 |
8,720 (1,822,480) |
2,249,500 |
1,822,480 (육상 100%) |
2022 |
9,160 (1,914,440) |
2,363,100 |
1,914,440 |
2023 |
9,620 (2,010,580) |
2,487,640 |
2,114,494 (선원 85%) |
2024 |
9,860 (2,060,740) |
2,561,030 |
2,304,927 (선원 90%) |
2025 |
10,030 (2,096,270) |
선원 95% |
|
2026 |
선원 100% |
육상 노동자보다 선원 이주 노동자의 최저 임금이 더 많다고 여길까 하는 노파심에 한 가지 설명을 덧붙여야 하겠다. 근로기준법상 임금 계산의 원칙은 기본임금(시급)을 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근로자가 실제 근무한 근로 시간에 따라 시간외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등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법정 수당을 사후에 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다. 그래서 육상의 최저 임금은 ‘시급’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선원은 소정 근로 시간과 소정 근무 일수라는 개념이 없다. 당일로 입출항하는 선박도 있지만 일주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도 바다 위에서 조업을 계속하는 선박도 있다. 선박을 위하여 선원이 근로하도록 요구되는 모든 시간이 근로 시간이라 눈 뜨고 있으면 노동 시간이고 식사 시간과 잠시 눈 붙이는 시간이 휴게 시간의 전부다. 하루 15-20시간까지도 노동을 하고 기상 악화로 인해 선박을 운행할 수 없는 날이 유일한 휴일이다.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 수당도 주휴 수당도 모두 먼 나라 개념인 선원의 노동 조건상 실제 노동 시간에 대비한 임금은 충격적인 수준이다.
다음으로 선원 이주 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육지에서 근무하는 이주 노동자도 사업주의 동의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는 고용허가제의 독소 조항으로 인해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선원 이주 노동자들은 사업주인 선주의 동의는 물론이고 송입 업체의 새로운 선박 소개도 필요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선원 이주 노동자의 송입 업무가 해양수산부-수협중앙회-국내 민간 송입 업체로 다단계 위탁 구조로 운영됨에 따라 선원 이주 노동자는 강제 노동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당연히 강제 근로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선주의 동의와 송입 업체의 새로운 선박 소개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지키지 못한 선원 이주 노동자는 상시 최소한의 인원으로 조업하여 극강의 노동 강도를 자랑하는 선박에서, 어깨가 부서지는 사고를 당하거나 옆에서 동료 근로자가 죽는 것을 목격하더라도, 욕설 및 구타에 시달리더라도, 태풍이 불어도 숙소 없이 선박 위에서 잠을 청해야 하더라도 무단이탈이 아닌 다른 적법한 방법으로 강제 근로를 멈출 수 없다.
얼마 전 자유통일당 국회의원 후보 박진재와 자국민보호연대가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사적으로 체포하고 무력을 행사하는 인권 유린 사태가 있었다. 폭력을 사용한 자국민보호연대도, 내게 욕설을 퍼부은 송입 업체 직원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불법’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폭력적 행위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위반한 법은 출입국관리법을 비롯한 단순한 행정 법규에 불과하다. 값싼 노동력이 필요하여 수많은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였으나 노동권을 보장하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에 실패한 게으른 행정 당국으로 인해 발생한 법 위반이다.
불법 운운하던 그 사람과 다시 통화한다면 소리쳐 주고 싶다. 강제 근로의 금지, 여권, 등록증 등의 대리 보관 금지, 임금 및 퇴직금의 체불 금지 등 형사적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법을 밥 먹듯이 어기고 있는 당신이야말로 불법을 행하고 있다고.
1) 청파노무사사무소,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회원.
2) 뒤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사업장에서 이탈한 외국인 노동자의 법 위반은 출입국관리법을 비롯한 행정법이다. 그러므로 ‘불법’ 노동자 대신 중립적 언어인 ‘미등록’ 노동자로 바꾸어 표현하길 권한다.
3) 최저임금법 제3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이하 생략) ② 이 법은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원과 선원을 사용하는 선박의 소유자에게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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