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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자들은, 우리 뇌에서 감정에 많이 관여하는 편도체의 과활성화가 특히 이러한 반복 회상 또는 반추에 많이 관여한다는 것을 밝혔다. 편도체가 과활성화되면 좋은 것은 별로 없다.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고, 불안해지기도 하고, 만성화될 경우 ‘과사용 위축’이라는 현상이 일어나서 결국 뇌의 미세한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설거지를 많이 하다가 손목이 상하는 것과도 비슷한 이치이다. (본문 중)

 

김지은(이화여자대학교 뇌‧인지과학부 교수)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강율이는 휴대폰에 눈을 고정하고 있다. 눈이라도 잠시 쉬면 좋으련만 끊임없이 숏폼 영상을 넘기고 있다. 하지만 강율이뿐만이 아니다. 늘 그 모습을 못마땅해하는 아버지 김 부장 역시 지하철로 퇴근하는 길 유튜브 쇼츠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사실 강율이는 아버지 생각만큼 한심한 상태는 아니었다. 오히려 더 잘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특히 다른 친구들은 선생님 말을 이해하는 것 같은데 자기만 모를 때, ‘나만 못하고 있어’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럴수록 벗어나기 위해서 틱톡으로 도망치곤 했다.

 

그런데 김 부장의 하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의 때 왜 그런 멍청한 말을 한 걸까’, ‘이제껏 회사 분위기도 읽지 못했나’와 같은 자책에 종종 휩싸이곤 한다. 그럴 때마다 ‘이럴 때가 아니다’하고 자신을 다잡아 보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들고, 결국 그 불편한 기분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유튜브를 찾았다.

 

이렇게 원하지 않는, 주로 부정적인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현상을 ‘반복 회상’, 또는 ‘반추’라고 부른다. 소가 여물을 게워 내 자꾸 씹는 모습에서 따온 말이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과거의 실수가 끊임없이 떠오른다.

 

이런 상태에 있을 때 우리 뇌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2010년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자들은, 우리 뇌에서 감정에 많이 관여하는 편도체의 과활성화가 특히 이러한 반복 회상 또는 반추에 많이 관여한다는 것을 밝혔다. 편도체가 과활성화되면 좋은 것은 별로 없다.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고, 불안해지기도 하고, 만성화될 경우 ‘과사용 위축’이라는 현상이 일어나서 결국 뇌의 미세한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설거지를 많이 하다가 손목이 상하는 것과도 비슷한 이치이다.

 

 

강율이나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바로 짧은 영상을 보기 시작하는데, 이는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고자 하는 수단이다. 편도체가 ‘우울해’ ‘걱정돼’ ‘난 대체 뭘까’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부정적인 신호를 계속 보낼 때, 그 신호를 피하려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필사적인 노력일 수 있다.

 

이런 강율이에게 “너 그렇게 틱톡만 보다간 중간고사를 망치게 될 거고 그다음은 정말 나도 네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것은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없다. 반복 회상의 본질이나 뇌 기전을 생각할 때에 그러하다. 잔소리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더 강화시키고, 편도체를 더 과활성화시키고, 이에 따른 회피 행동인 릴스 보기를 외려 더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너는 실패자가 될 거야’라는 일종의 자기 예언이 그대로 맞아 떨어질 때에 역설적으로 더 안도감을 느낀다는 임상가들의 보고도 있다.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가진 내가 바보지. 역시 난 안 돼’라고 생각하며 도리어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지친 몸을 침대에 뉘었지만 여전히 뇌의 편도체는 쉬고 있지 못한 김 부장에게 그러면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을까? 편도체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려고, 회피하려고, 유튜브 쇼츠를 계속 보는 수밖에는 없는 것일까? 알고리즘이 대령해 주는 짧고 강렬한 영상들을 반복, 지속적으로 볼 때, 결국 회복보다는 악화가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느끼는 바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중독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편도체의 부피 감소가 있다고 한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잦은 SNS 사용이 편도체를 더 망가뜨렸을 가능성도 분명 있을 것이다. 즉, 숏폼 영상 이용으로는 부정적인 생각들과 관련된 편도체 과활성화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스스로가 스마트폰 과몰입 상태인지 혹시라도 의심된다면, 간단하게 인터넷에서 과의존 진단을 해볼 수 있다. 정부 기관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스마트쉼센터에서 자가 진단을 해보는 방법이 있다.

 

결과가 스마트폰 과몰입을 시사한다면 어떻게 이러한 일종의 중독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강율이에게 해 주는 잔소리가 강율이의 숏폼 과몰입을 막지 못한다면, 어떤 방법이 도움이 될까? 강율이와 김 부장이 숏폼을 보기 시작하는 시각 몇 초 전에 답이 있다. 강율이가 만약 자신이 학원 수업이 끝난 뒤 좌절감을 느꼈고,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그 순간 무조건, 자동적으로, 늘 그랬듯이, 스마트폰을 보게 되는 대신,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구들은 이와 같은 ’마음챙김‘(mindfulness) 방식의 자신에 대한 관찰이 스마트폰 과몰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사실을 알려 줘도, 강율이나 김 부장은 “부정적인 감정은 느껴서는 안 되는 것, 무익한 것”이라고 배워왔기에 이렇게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는’ 데에 어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반복 회상 → 부정적 감정 → 숏폼 과몰입 → 더 악화된 부정적 감정 → 더 악화된 반추 사고의 끊이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그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글에서 살짝 드러내 보이도록 하겠다.

 

* 김 부장과 아들 강율이는 가상의 인물이다.

**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츠, 쇼츠-유튜브의 숏폼, 릴스-인스타그램의 숏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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