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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질 거야” 말하나 속으론 힘들 것이다. 이젠 만 원 한 장 들고 나가도 주저하게 된다. 살 수 있는 게 확연히 줄어서다.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있을 것이다. 그걸 시인처럼 잘 느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시는 인생의 쓴맛을 봐야 쓸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쓴맛을 담아낸 시가 따뜻한 위로를 준다는 것이다. (본문 중)
이정일(작가, 목사)
시가 주는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시는 세상에서 이야기되는 가장 훌륭한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빨간 머리 앤은 특별한 아이다. ‘비탈에서 몸을 갸우뚱하고 있는 저 하얀 레이스 같은 나무를 보면 뭐가 떠오르세요? 아름답지 않아요?’라고 묻기 때문이다. 앤을 보면 장미를 가꾸는 마음엔 엉겅퀴가 자랄 수 없다는 게 느껴진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실제로 걸어 보는 것이 다르고 입는 옷과 입고 싶은 옷이 다르듯이, 읽는 것과 읽고 싶은 것은 다르다. 마음속에 넣고 다니며 꺼내 읽는 시는 분명 다르다. 그런 시에는 반드시 읽고 싶은 구절이 있다. 신현림은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시 <가난의 힘>에서 “가난의 힘은/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산다는 건 힘드나 가난하면 그건 말할 수 없이 힘들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북촌 반지하 빌라에서 웃고 울었던 시간을 시로 빚어낸다. “하루 햇빛 한 시간도 안 되는/ 끔찍한 반지하 인생”(<광합성 없는 나날>)이라며 삶을 한탄하고 “8년 일해 번 돈을 잃고 8년째 반지하 방을 못 나오는”(<물음 주머니>)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말이다.
신현림의 시를 읽으면서, 불만을 모두 참아서도 안 되나 그렇다고 모두 말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우리는 모두 인생을 살아가고 더 나은 삶을 이루려고 악착같이 애쓴다. 이제 가끔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애쓴 자신에게 말해줘도 된다. 수고했다고 잘했다고 자신이 자신에게.
산다는 건 MZ 세대도 쉽지 않다. “소고기도 싫어, 맛있는 술도 싫어, 공짜 노래방도 싫어, 왜냐고? 〇〇이거든”이라는 글을 보았다. 최대호 시인의 <다 싫어>를 풀어쓴 것인데 답을 보고 이해되었다. ‘회식’이다. 시 <정말>에 보니 응원하는 큰 목소리엔 힘을 내지 못했는데 비난하는 작은 소리엔 주저앉고 아파했다고 말한다.
연말이 가까워져 오니 추우나 어쩌면 마음이 춥기에 날씨가 더 춥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시 <입술의 말>을 읽는다. “뭐해요?”라는 말은 관심이 있다는 뜻이고, “밥 먹었어요?”라는 말은 걱정한다는 뜻이고, “오늘 날씨가 추워요”라는 말은 좋아한다는 뜻이란다. “아, 그러네” 하고 읽는데 이 말들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아질 거야” 말하나 속으론 힘들 것이다. 이젠 만 원 한 장 들고 나가도 주저하게 된다. 살 수 있는 게 확연히 줄어서다.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있을 것이다. 그걸 시인처럼 잘 느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시는 인생의 쓴맛을 봐야 쓸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쓴맛을 담아낸 시가 따뜻한 위로를 준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풀 한 포기 밟기 두려울 때도 있고, 살다 보면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나팔 덩굴을 보면서 꽃피고 꽃피우고 싶은 꽃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 울컥할지도 모르겠다. 막막한 날엔 그저 웅크려 있지 말고, 시를 읽으며 생각의 기지개를 켜는 건 어떨까 싶다. “잘될 거야” 다짐하는 게 헛일 같아도 지나 보면 말대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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