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성탄을 앞두고 4.16 가족들과 함께 드린 예배는 광야와 광장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다시 광야로, 다시 광장으로”라는 제목 아래, 이 예배는 아픔과 기억을 품고 정의와 희망으로 나아가려는 믿음의 걸음이었습니다.
예배의 중심은 이름을 부르는 시간이었습니다. 2학년 1반부터 10반, 그리고 교사와 선원, 일반인의 이름들. 그 이름들은 단순히 호명되는 글자가 아니라, 잊히지 말아야 할 삶의 증거였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 속에서도 사랑으로 움직였던 아이들의 마지막 행동이 울려 퍼졌고,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아픔 속에서 희망의 언어로 새겨졌습니다. 이 이름 부르기는 우리의 기억 속에 깊이 박힌 상처를 다시 드러내는 동시에, 잊지 않겠다는 우리의 다짐을 강화하는 의식이었습니다.
이어서 남기업 소장님은 증언에서 세례 요한은 구약의 성전 중심 신앙을 넘어 회개와 하나님 나라 실현을 촉구했다고 말하며, 세월호 유가족과 그들과 함께하는 우리 모두가 바로 광야에서 이 시대의 세례 요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유가족을 위한 외침은 성경 속 예언자의 외치는 소리와 같다고 말씀하시며, 이러한 외침이 결국 한국 사회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인 어머니 김명임 님의 증언은 예배의 중심에 깊은 울림을 더했습니다. 어머니는 세월호 이후의 시간들이 살아온 세월 중 가장 많이 기도한 기간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성가실 정도로 많은 기도를 드리며, 세월호의 진실만 규명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2월 3일, 국회에 나타난 공수부대의 모습을 보며 5·18의 악몽이 되살아났다고 했습니다. 4·16보다 더 큰 악몽이 돌아올까 겁났다고 토로한 고백은, 세월호 참사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도 다른 사건으로 또다시 찾아오는 반복되는 상처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광야와 세월호, 그리고 한국사회”라는 주제로 진행된 시대의 증언은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데 머물지 않았습니다. 이는 우리가 지나온 광야가 오늘의 광야로 이어지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그 광야 속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소명을 던졌습니다. 이후 “남은 자의 노래”와 함께 이어진 기도는 성탄의 빛을 간구하는 모든 이들의 간절함을 담았습니다.
예배를 마치며 우리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다 함께 노래했습니다. 이어진 순례 행진은 성탄의 메시지를 가슴에 품고 우리의 발걸음을 세상 속으로 옮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이 광화문으로 향하는 길은, 우리가 단지 성탄의 빛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빛으로 어둠을 비추는 사명을 다시금 떠올리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성탄절이란 단순히 한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장 어둡고 절망적인 시간 속에서도 빛이 비로소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이날의 예배는 바로 그 빛을 잊지 않고, 오늘의 광야와 광장에서 빛을 찾으려는 모든 이들의 간절한 다짐이자 고백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기윤실은 성탄의 마음으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어 광장으로 나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