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는 12월 25일 당일, 세종호텔 맞은편 남산예장공원에서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분들과 함께하였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세종호텔 경영진은 경영난을 핑계로 특정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을 해고하였습니다. 이에 부당한 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복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벌써 1000일 넘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사회적 거리두기는 끝이 났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다시 찾으며 명동 거리도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명동 거리 역시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볐고, 세종호텔에도 투숙객이 투숙객이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분들에게 허락된 곳은 세종호텔 앞 거리에 위치한 ‘천막’ 뿐입니다.
거리로 내몰린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분들을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모였습니다. 이번 예배에 준비한 모든 의자에 사람이 가득차고 더 많은 사람이 서서 예배를 드리는 등 많은 분들이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분들과 함께하였습니다.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송기훈 목사님의 촛불 점화로 이번 예배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예배가 있기 전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대책위원회로 모인 기독인’들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명동역 10번 출구에 위치한 세종호텔 농성장에서 꾸준히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당사자인 김란희님께서 현장 증언을 해주셨습니다.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부당한 해고에 맞서 3년 넘는 시간 동안 지속해오신 노고와 어려움을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님은 마태복음 2장 말씀을 통해 헤롯의 잔혹함과 대비되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조명하였습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힘 없는 이들을 억압할 때 예수님은 가장 낮은 곳으로, 가장 힘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임하셨습니다. 우리가 기뻐 찬양하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그 자체로 고난받는 이들에게 될 수 있음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성찬은 조금 특별한 순서로 이루어졌습니다. 세종 호텔에서 늘 ‘연회’를 준비하셨던 일식 요리사 고진수님께서 연대하는 이들을 위한 ‘성찬’을 준비하였습니다. 호텔의 연회가 거리의 성찬으로 대체되고, 해고 노동자들이 들어갈 방은 비좁은 농성장일 뿐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쁨과 감사가 확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성찬위원: “안녕하십니까. 저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고진수, 일식요리사입니다. 그리스도인 여러분! 성탄절을 맞아 저희 호텔에 찾아수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또 아기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셨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희는 정성을 다해 잔칫상을 대접해드리겠습니다.”
집례자: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주님께서는 바로 이곳으로 오셨습니다. 호텔에는 빈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둠 가운데 빛이 비추었습니다. 거짓 안에 진실이 말하기 시작합니다. 환희의 잔칫상이 열렸으니, 여러분을 이 식탁으로 초대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나오십시오.”
이어지는 특송과 감사기도, 다함께 부르는 찬송 시간도 함께 모인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다함께 하나가 되어 꾸며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매년 성탄절에 기념하는 아기 예수님은 ‘들어갈 방이 없으신 채로’ 거리에서 구유에 누이시며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헤롯의 암살을 피하기 위해 먼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고난을 감당하셨습니다.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하고 볼거리 가득한 교회의 행사도 좋지만, 거리에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기념하는 예수님은 또 다른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공생애 대부분을 거리에서 보내시며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성찬을 베푸실 때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뜻을 더 많은 분들이 체감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