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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써퍼 님, 좋은 공동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다들 1화부터 끝까지 눈물로 본다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셨나요? 드라마는 195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가부장적 문화와 차별, 그에 대한 저항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어지는 따뜻한 공동체와 연대의 힘을, 주인공들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담아냅니다. 우리가 이 드라마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는, 과거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진정성, 그리고 여전히 현재까지 이어진 가부장적 구조에 대한 고민 때문이 아닐까요?

여전히 변화가 필요한 현실 속에서, 우리 교회 공동체 또한 어떻게 하면 더 정의롭고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연대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폭싹 속았수다> 리뷰와 함께, 청년들이 현실 속에서 연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한 프로젝트들도 소개합니다. 청년희망재무상담소 윙즈의 <교회와 함께하는 윙즈>, 청년상담센터 위드의 <마음성장지원프로젝트>를 통해, 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여정에 함께해 주세요.  – 시온 드림

 


 

🌊 리뷰 파도타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 벽을 넘어, 곁

글_냉이(기윤실 홍천행 간사)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남긴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는 ‘연기차력쇼’로 회자되고, 지고지순한 순정남은 ‘관식’으로, 어딘가 엇나가는 자식은 ‘은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작품 속 여러 요소들이 밈처럼 퍼져 일상 언어에 녹아든 것은 드문 일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역시 이 드라마의 거의 모든 회차에서 입안에 주먹을 넣고 눈물을 쏟으며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동료들에게 폭싹! 폭싹!을 외치며 지냈다. 이 작품이 마음 속 어딘가를 깊숙이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뜨거운 열광 속에서도 비판적인 시선은 존재한다. 작품이 가부장제의 모순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 에둘러가고 때로는 개인의 희생을 미화하거나 혈연 중심의 가족주의를 강화하는 듯 보인다는 지적이다. 그렇다 해도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 특히 세 세대에 걸쳐 여성들의 삶을 억누르는 가부장제의 단면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의 가치는 우리 자신과 공동체를 돌아보게 한다. 이 글은 이 지점들에 주목하여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고민, 특히 더 나은 관계와 공동체를 향한 신앙적 성찰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한다.

금명의 세발자전거 관식의 반바퀴 혁명

 

– 중 략-

가부장제의 어두운 현실을 돌아볼 때 드라마는 곁을 내어주는 연대의 풍경을 더욱 선명하게 비춘다. 끼니 걱정에 쌀독을 몰래 채워주고 귀한 물꾸럭(문어) 한 마리를 건네던 주인집 노부부의 온정, 몸조리하는 애순에게 가장 큰 전복을 선뜻 내어주던 잠녀 이모들의 든든함은 물질 너머의 깊은 마음을 전한다. 차마 소리 내 울지 못하는 애순을 그저 묵묵히 둘러싸고 함께 슬픔을 나누고 그저 곁을 내어주는 마을 사람들은 애순에게 가장 진한 위로일지 모른다. 금명의 유학 때문에 동업을 포기한 애순에게 잠녀 이모들이 가게 앞 좌판 자리를 내어주는 장면은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뭉클한 연대를 드러낸다.

이처럼 드라마 속 연대는 단순한 이웃의 정을 넘어 혈연보다 진한 유대로 개인의 삶을 떠받치는 힘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관식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애순이 삶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마을 전체가 서로의 곁을 내어주며 하나의 확장된 가족처럼 기능했던 이 끈끈한 공동체성이 자리하고 있었으리라. 이는 개인이 고립되지 않고 서로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관계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준다.

드라마 속 공동체의 가치는 오늘날 교회가 회복해야 할 본질을 떠올리게 한다. 성경이 말하는 교회 공동체는 혈연, 성별, 계급을 넘어 서로의 짐을 함께 지고 사랑과 선행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약한 자들을 돌보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하지만 점점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사회 속에서 교회마저 생명력을 잃고 서로에게 벽을 쌓고 있지는, 진정한 곁이 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폭싹 속았수다> 속 마을 공동체는 교회가 단순한 친목 모임이나 형식적인 예배 공동체를 넘어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사랑과 연대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함을 일깨운다. 이러한 공동체적 연대는 단순히 가부장제가 만드는 고립과 소외에 대한 대안일 뿐 아니라 남성 중심적 위계질서를 넘어 서로 존중하고 섬기는 하나님 나라의 관계 방식을 이 땅에 실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전복 담는 잠녀 이모들 가게 앞 좌판 자리를 내어준 세 잠녀 이모

 

<폭싹 속았수다>에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우리에게 가부장제라는 오래된 질문을 지금 우리의 삶과 신앙의 자리로 가져와 곱씹게 한다. 세 여성의 삶,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공동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묻게 된다. 우리 안의 가부장성이라는 견고한 벽은 우리의 관계와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우리는 서로의 존엄을 어떻게 지키며 그 벽을 넘어서고 있는가? 무엇보다 우리가 속한 신앙 공동체는 혈연과 조건을 넘어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고 있는가? <폭싹 속았수다>는 명쾌한 답 대신 이러한 질문들을 우리 앞에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들 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관계, 더 정의로운 공동체, 그리고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과 이해를 고민하게 된다.

어쩌면 제목 <폭싹 속았수다> 그 자체가 이 모든 질문과 고민에 대한 따뜻한 응답아닐까? ‘정말 수고 많았다’는 제주의 그 말 속에는 가부장제라는 견고한 벽 앞에서 홀로 견뎌내야 했던 광례, 애순, 금명의 고된 삶에 대한 위로가 담겨 있다. 동시에 아이 하나를 온전히 키워내고 슬픔의 순간에 말없이 곁을 지켜주며 서로를 보듬기 위해 기꺼이 짐을 나누어 졌던 연대에 대한 인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위로와 인정은 외친다. 벽 앞에 서서 주먹을 휘두르는 개인의 분투든, 서로의 곁이 되어준 공동체의 노력이든, 그 모든 애씀은 결코 헛되지 않다고. 좌절과 눈물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놓지 않았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작은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메시지는 드라마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바로 우리에게도 향한다. 여전히 불완전한 세상, 수많은 벽 앞에서 더 나은 관계를 맺고 서로의 존엄을 지키며 정의로운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애쓰는 우리의 모든 수고, 서로에게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그 마음 역시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리뷰파도타기 전문 보기

 

이번호 고민은 [기독청년프로젝트 시즌2 기독청년의 넘실넘실] 청년들은 왜 연애와 결혼이 힘들까? (1부) 14분~19분 30초 영상을 각색하여 재구성한 질문과 답변입니다.

📬이번 호 고민 : 매주 보는 헤어진 여자친구, 교회를 옮겨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교회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2년 정도 교제하다가 최근에 헤어졌습니다.

저희는 같은 청년부 소속이라 매주 얼굴을 봐야 하는 상황인데요. 솔직히 말해서 예배 시간에 그 친구를 마주칠 때마다 아직 마음 정리가 덜 돼서 그런지 너무 힘들고 마음이 아픕니다. 주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도 하고, 어떤 친구는 서로 불편할 테니 둘 중 한 명이 교회를 옮기는 게 낫지 않겠냐고도 해요.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혼란스러운데요. 서로를 위해서 제가 교회를 옮기는 게 맞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이 감정이 익숙해지거나 무뎌질 때까지 ‘시간이 약이다’ 생각하고 좀 더 버텨보는 게 좋을까요?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거나 지혜로운 조언을 주실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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