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슬기님 1주기 추모 기도회 및 백서발간회 후기
“작은 씨앗, 큰 변화로”
글: 홍천행 간사
지난 6월 2일 저녁, 종로 향린교회에서 열린 “작은 씨앗이 된” 쿠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 님 1주기 추모 기도회 및 백서 발간 보고회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이날 행사의 제목은 고인의 어머님이신 양경희 권사님이 “아들이 작은 씨앗이 되었다”고 하신 말씀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의미를 되새기며 저도 1부 기도회 인도를 맡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북적이는 가운데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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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회를 시작하기 전에, 오후에 들려온 안타까운 소식을 먼저 나눴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하청 노동자 한 분이 작업 중 기계에 끼여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의 추모가 더 간절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박득훈 목사님이 “추모에서 해방으로”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해주셨습니다. 핵심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구원하기 위해 행동하신 것처럼, 우리도 단순히 유족을 위로하는 것을 넘어 사회구조 때문에 희생된 이들을 위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치적 애도’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참석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이 되는 말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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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회와 이어진 백서 발간 보고회는 다양한 순서들로 채워졌습니다. 고인이 다니셨던 수원성교회와 지역교회인 고기교회가 함께 준비한 특송은 그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을 울렸습니다. 노동건강연대 전수경 대표님은 지난 6개월 간의 활동과 고민을 담은 백서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셨습니다.
특히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 강민욱 준비위원장님의 현장 발언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고인의 아버지이신 정금석 장로님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장로님의 진심이 사람들에게 전해지던 순간의 감동을 이야기할 때는 저도 모르게 뭉클해졌습니다. 쿠팡물류센터지회 최효 사무장님의 생생한 노동현장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이근복 목사님의 추모사, 선거 전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방문한 권영국 대선 후보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슬픔을 안고도 담담하게 인사를 전하신 정금석 장로님의 모습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한마음으로 이 자리를 채워주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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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최근 행보를 보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출신 대거 영입 등 과거의 잘못을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현실이 참담할수록 6개월 넘게 활동했던 대책위의 시간들을 기억하면서 앞으로도 이런 연대의 자리에 계속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SPC 제빵공장 사망사고 등 노동 현장의 산재 사고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 정슬기 님의 어머님 말씀처럼, 고 정슬기 님은 우리에게 ‘작은 씨앗’이 되었습니다. 이 씨앗을 우리가 함께 싹틔우고, 많은 사람이 기댈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로 키워나가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입니다.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구조적 희생에 서로 연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연대를 권하는 마음이 널리 퍼졌으면 합니다. 그날 모였던 마음들이 앞으로 더 큰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