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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로 밴드” 역시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려는 방편으로 개발된 LED 팔찌로 100% 퇴비화가 가능한 식물성 소재를 사용했다. 이 특수한 응원용품은 콜드플레이의 공연장에서만 발광이 되도록 만들어졌기에 주최 측에서는 관객들이 입장할 때 팔찌를 나누어주고, 퇴장 시에 반납을 요구하였다. (본문 중)
이민형(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학부 교수)
2025년 4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 관련 소식은 공연 자체보다 공연 중 응원 도구로 사용한 팔찌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된 짧은 뉴스들은 대부분 한국의 팔찌 회수율이 콜드플레이의 역대 월드 투어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가수의 공연에서 팔찌가 웬 말인가 싶은 분들을 위해 정보를 조금 드리자면, 이 팔찌의 정식 명칭은 “자이로 밴드”로 콜드플레이의 공연장에서 일회용 응원봉 대신 사용되는 LED 발광 제품이다. 콜드플레이는 2022년부터 친환경 (혹은 저탄소) 공연을 시작했는데, 맴버들과 장비의 이동 시 사용되는 연료, 배출되는 가스, 음향/영상/조명 기기를 사용하는데 드는 전기 및 공연장에 몰린 사람들이 배출하는 쓰레기 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실제로 콜드플레이는 비행기로 이동 시 재생 가능한 항공유 사용 비율을 높이고, 지상에서는 전기 트럭이나 바이오 디젤 차량을 사용했다. 공연장에서는 태양광 발전기와 이동식 배터리, 그리고 키네틱 플로어라고 하는 특수 바닥재 (관객들이 뛸 때 발생하는 압력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를 사용하여 전력의 일부를 충당했다. 일회용 생수병은 반입이 제한되었으며, 공연에 사용하는 색종이들도 분해 가능한 소재로 만들었다.
“자이로 밴드” 역시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려는 방편으로 개발된 LED 팔찌로 100% 퇴비화가 가능한 식물성 소재를 사용했다. 이 특수한 응원용품은 콜드플레이의 공연장에서만 발광이 되도록 만들어졌기에 주최 측에서는 관객들이 입장할 때 팔찌를 나누어주고, 퇴장 시에 반납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일부 관객들이 기념품 삼아 자이로 밴드를 가져가는 일이 생기면서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있었던 도시별 회수율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 공연 전까지 가장 높은 회수율을 보인 도시는 도쿄와 헬싱키로 각각 97%의 회수율을 보여주었다. 도시 이름에서 이미 예상할 수 있듯이, DNA에 각인이라도 된 듯한 한국 사람의 대일 경쟁의식은 “도쿄에는 질 수 없다”라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내한 공연 첫날 96%였던 회수율을 마지막 날에는 99%로 끌어올리며 전 세계 최고의 회수율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일본을 이기고 전 세계 최고가 되었다는 사실은 삽시간에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갔다. 하지만, 콜드플레이라는 대단한 밴드의 공연 이야기도, 이 밴드가 저공해 공연에 얼마나 애를 쓰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오직 우리나라 팬들의 팔찌 회수율에만 초점을 맞춘 이 뉴스가 내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분명 자랑스러워할 만한 뉴스임에도 ‘착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또 한 번 애쓴 것 같아 측은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이런 일, 그러니까 시민들이 나서서 무엇인가를 이룰 때마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시작은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였다. 국가 부도의 위기에서 시민들은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섰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부와 일부 기업의 무능함으로 인해 벌어진 일을 시민들이 책임지는 그 모습이 감동적이면서도 동시에 답답하고 화가 났다. 이후로도 그런 일들은 무수히 반복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였다. 나는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기에 나중에 편집된 영상을 통해 사고를 수습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상은 장엄하게 깔린 애국가를 배경 음악 삼아 한국인들의 나라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에 감동한 수많은 미주 한인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나는 10년 전의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묘한 감정의 뒤틀림을 느꼈다.
늘 그런 식이었다. 책임져야 할 주체들이 빠진 자리를 시민들이 메우는 상황.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쓰레기 분리수거장 앞에 모인 주민들의 모습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내가 지나친 것일까. 참 열심히도 분리수거를 하는 우리를 보면 한국 사람들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정작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제 손으로 분리수거를 해 본 적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내 마음이 상하곤 한다. 좋게 생각하자면 내 나라의 주인이자 이 세계의 주인이 나다 하는 주체 의식의 발현이라고 여길 수 있겠다. 하지만, 지구 곳곳에서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불평등한 피해가 속출하는 데도 ESG니, SDGs니 하는 허울 좋은 구호만을 내세운 채 모르쇠로 일관하는 나라들과 기업들을 보자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마음이 이래서인지, 이번 콜드플레이 자이로 밴드 회수율 이슈도 그저 원래 한국 시민들이 잘하는 것에 나라별 경쟁 구도를 더한 자극적인 뉴스로 읽혔다. 대단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새삼스러울 것이 없었다는 말이다. 진짜로 해야 할 이야기는 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감정만을 자극하는 뉴스는 이제 충분하다. 그런 뉴스야말로 적당히 분리수거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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