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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서이초 사건과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서이초 선생님은 지금의 교권 5법, 교육부의 교권 보호 종합 방안 그리고 이에 따른 학교 민원 대응 시스템과 교육청의 통합 민원 대응팀이 없던 시절에 돌아가셨다. 서이초 사건 이후 많은 선생님들의 노력 덕분에 이러한 법과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돌아가신 제주 00중학교 선생님은 이런 법과 시스템과 체제가 마련되었는데도 그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돌아가셨던 것이다. (본문 중)

 

현승호(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교복 위에 떨어지는 눈물

 

지난 5월 제주도교육청에 마련된 분향소를 들러 헌화했다. 그리고 양지공원으로 향했다. 양지공원은 제주도에 있는 유일한 화장터다. 양지공원은 늘 검은 옷을 입은 아저씨와 아주머니들, 또는 상복을 입은 어른들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보였다. 중학생도 있고 고등학생도 있다. 시커먼 남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와서 어색하고 슬픈 표정으로 말없이 서 있었다.

 

영정 사진이 들어오고, 화장 전 제사를 드린다. “너희들도 잔 올리렴.” 선생님으로 보이는 이의 말에 아이들이 운동화를 벗고 선생님의 마지막 얼굴에 절을 한다. 선생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잔을 올리고 나온 한 학생이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키가 나만큼이나 큰 아이가 교복으로 눈물을 훔친다. 그 학생을 위로하는 친구도 손으로는 친구의 등을 토닥이며 자신도 고개를 돌려 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나도 운다.

 

고인의 성함이 나와 비슷했다. 그래서 아는 분이냐, 친척이냐는 연락도 받았었다. 성함만 비슷할 뿐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친구 자녀의 담임이셨다. 그 친구는 선생님이 중학교에서 보기 드문 남다른 선생님이셨다고, 훌륭한 분이라고 극찬했다. 본인의 아이도 소식을 듣고 엄마도 모르게 택시를 타고 장례식장에 달려갔노라고 했다. 영정 사진의 선한 인상만큼이나 참 좋은 분이시구나, 좋은 분이 아이들 곁을 떠나셨구나. 생각이 거기에 닿기 전에 눈물이 먼저 뺨에 닿았다.

 

 

서이초, 그 후 2년

 

너무도 비슷한 일이 서울과 제주에서 2년 사이에 일어났다. 서이초 선생님은 저 경력의 초등학교 여선생님이셨고, 제주 00중학교 선생님은 중견의 베테랑 중학교 남선생님이셨다. 그동안 초등에서 주로 발생했던 악성 민원이 중등의 베테랑 남교사마저 쓰러뜨린다고 생각하니 더욱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서이초 사건과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서이초 선생님은 지금의 교권 5법, 교육부의 교권 보호 종합 방안 그리고 이에 따른 학교 민원 대응 시스템과 교육청의 통합 민원 대응팀이 없던 시절에 돌아가셨다. 서이초 사건 이후 많은 선생님들의 노력 덕분에 이러한 법과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돌아가신 제주 00중학교 선생님은 이런 법과 시스템과 체제가 마련되었는데도 그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돌아가셨던 것이다.

 

사실 1년 전, 좋은교사운동을 비롯한 여러 교사 단체들은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보호 조치 90% 이상 달성’이라는 말에서 그 수치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장에서는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개선의 의지가 없어 보였다. 작년 여름 국회 토론회에서도 “교육부의 발표와 달리 현장의 선생님은 실효성을 못 느끼고 계시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을 때, 그 당시 참석했던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은 “글쎄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라고만 하며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결국 또 한 분의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셨다.

 

아무런 인력과 예산 없이 그냥 문서상에만 존재하는 민원 대응팀과 민원 대응 시스템은 선생님도 학부모도 만족시킬 수 없다. 제대로 소통할 창구를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으니 열심 있는 교사일수록 답답한 마음에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다. 학부모 역시 죄송한 마음은 있지만 다른 적절한 소통 창구가 없다.

 

마녀사냥을 멈추고, 진짜 강도 만난 자를 돕고자 한다면

 

이 문제는 단순히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를 비난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신상을 털며 마녀사냥을 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제주 00중학교 선생님의 죽음은 서이초 선생님의 경우와 다르다. 이것은 규정상 안전 설비가 갖추어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 설비가 서류에만 존재했던 부실한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숨진 노동자의 사고와 같다. 노동 현장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당연히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날 일을 한 노동자의 책임도 아니고, 그날 휴가를 간 덕분에 대신 살아남은 사람의 책임도 아니다.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강도 만난 자를 같은 길에서 반복해서 마주친다면 어떻게 했을까? 계속 여관에 강도 만난 사람들을 데려다 놓기만 했을까? 아마도 그는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을 정비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을까? 도로를 정비하고, 가로등을 세우고, 우범 지역이니 방범대를 갖추라고 요구하지 않았을까?

 

좋은교사운동은 교육 공동체 회복을 위한 “말 걸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가장 안전할 수 있는 길은 교육 공동체가 회복되는 길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안전은 친구로부터 획득된다”라는 파커 팔머의 말처럼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좋은교사운동 제주 모임에서는 제주 00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 관련 진상 조사와 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을 하고 있다. 하루 만에 천 명이 넘는 교사와 학부모가 응답했고,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제주도 교육청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 조사 위원회도 꾸리지 않고 있고, 제도 개선을 위한 전담 기구조차 만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진상 조사가 이뤄지고, 학교 민원 대응 시스템 개선을 위한 전담 기구가 만들어져야만,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을까? 서이초, 신목초, 학산초, 제주 00중학교, 그리고 그 외에 많은 학교에서 돌아가신 선생님들이 살아있는 우리 선생님들을 도울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그 선생님들의 죽음에 무뎌지지 않아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죽음에 무뎌지지 말자. “아, 또 죽었구나…” 이렇게 체념하듯 말하지 말자. 어떻게 또 이럴 수 있느냐고, 울고, 화내고, 외치고, 애도하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죽은 자의 죽음이 산 자를 살린다. 죽음에 무뎌지면 살아있는 삶의 감각도 무뎌지기 마련이다. 삶의 감각이 살아있고, 생생하며 예민한 사람일수록 죽음의 소식이 날카롭고 아프게 가슴을 후벼 판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너무 가슴 아플까 봐 두려워 회피하지 말자. 받아들이고 함께 애도 하자. 그리고 변화될 내일을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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