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실행 계획도 세웠습니다. 첫째로,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고 피해 규모는 큰 데 비해 지원 가능한 자원은 한정적이므로, 먼저 특정 지역을 선정해서 지원하고, 둘째로, 피해 지역 상황에 맞춰 긴급 지원과 지속적인 지원을 병행하며. 셋째로, 지원 활동으로는 농번기 일손 돕기, 주민 식사 지원, 의료 및 의약품 지원, 치유 여행 지원과 심리 상담 등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원 활동을 영상과 자료를 만들어 남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본문 중)

 

김승무(대구 기윤실 실행위원)

 

국제 뉴스에서나 보았던 대형 산불이 산을 집어삼키며 번지는 모습을 TV로 지켜보았습니다. 마치 불이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생명체 같았고, 엄청난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산불은 경북 지역을 휩쓸며 집과 논밭, 삶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습니다.

 

서울 기윤실에서 산불 피해 지역을 돕기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대구 기윤실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혼자 고민하던 차에 피해 지역 지원을 위한 회의를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회의를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지원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산불 피해 지역 현황을 먼저 파악하고, 둘째, 이미 지원된 곳은 제외한 사각지대를 지원하며, 셋째, 서두르기보다 정부 지원이 진행된 이후에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으며, 넷째,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정부 지원이 늦어지는 곳을 돕고, 다섯째, 실제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빈틈을 채우는 활동에 집중하자는 원칙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실행 계획도 세웠습니다. 첫째로,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고 피해 규모는 큰 데 비해 지원 가능한 자원은 한정적이므로, 먼저 특정 지역을 선정해서 지원하고, 둘째로, 피해 지역 상황에 맞춰 긴급 지원과 지속적인 지원을 병행하며. 셋째로, 지원 활동으로는 농번기 일손 돕기, 주민 식사 지원, 의료 및 의약품 지원, 치유 여행 지원과 심리 상담 등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원 활동을 영상과 자료를 만들어 남기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윤실 회의 후에 ‘대구‧경북 기독인 연대’1) 차원의 대책 회의가 열렸고, 산불 피해 지역을 함께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현장 답사팀이 피해 지역을 먼저 방문하여 피해가 심한 경북 영덕군 삼화 2리(45가구)와 오천 2리(41가구)를 돕기로 정했고, 지역 교회와 기독 단체 회원, 대학생 등 40여 명이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두 마을을 찾았습니다. 출발에 앞서 미리 이장님께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었는데, 이불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가구 수에 맞춰 이불 세트(이불, 요, 베게)도 주문 제작해 가져갔습니다.

 

 

마을에 와 보니 마을을 에워싼 산들이 다 타버린 상태였는데, 그날 밤 주민들이 느꼈을 공포가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듯했습니다. 마을의 절반이 넘는 집이 완전히 불탔고, 과수원은 전부 불타서 폐허로 변해 있었습니다. 삶의 터전과 생계를 한순간에 잃은 어르신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에서 그 힘겨움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피해로 어르신들은 의욕마저 잃으신 상태라, 우리가 할 일이 참 많았습니다. 미처 손대지 못한 농사일부터 새로 들어가야 할 모듈 주택 입주 청소까지, 분주하게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마을 회관에서는 또 다른 나눔이 한창이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어르신들의 건강을 살피며 문진과 검사, 약 처방과 함께 수액 주사도 놓았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밥차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했는데 반찬 가짓수가 20가지가 넘었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에 주민들도 자원봉사자들도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정성이 듬뿍 담긴 집밥을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밥차 사장님의 고향이 영덕이어서 특별히 푸짐한 메뉴를 준비했다고 하셨습니다. 손해를 볼 정도가 아닐까 싶을 만큼 식사를 준비해 오셨고, 나중에는 심지어 후원금까지 전해 주셨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 동안 의사 선생님은 읍내에 나가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사 오셨습니다.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 모두의 얼굴이 환해졌고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모두에게 시원함을 선사해 준 센스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번 봉사 활동은 무더위 때문에 힘은 들었지만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매주 하면 좋겠다’라는 말을 너무 많은 봉사자들이 하셨습니다. 저는 매주는 힘들겠지만 당분간 지속적으로 봉사 활동을 이어가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루속히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복구되고 일상이 회복되기를 기도합니다.

 


1) 참여 단체는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대구경북기독교생명연대, 성서대구, 대구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인권실천시민행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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