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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성서학자들이 수 세기를 거쳐 추적하던 문헌의 패턴을, AI가 너무도 쉽고 명확하게 가려내기 시작한 것이다. … 인공지능은 순수하다. 단지 데이터를 읽고, 빈도를 분석하고, 패턴을 추출할 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AI는 인간 학자들이 추정했던 것과 유사한 저자 구분을 재현해 냈다. (본문 중)

 

기민석(한국침례신학대학교 교수, 구약학)

 

논문을 읽다가 감탄을 쏟은 적이 있었다. 성서의 한 이야기를 편집비평한 논문인데, 한 본문이 어디서 잘려 나와 어떻게 붙여졌는지를 기가 막히게 논증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감탄한 이유는 그 이야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마침내 깨달아서가 아니었다. 그 편집 과정을 추론해 낸 저자의 컴퓨터 같은 두뇌가 놀라워서였다. 그의 천재성에 압도당하기는 했지만, 그 이야기가 그렇게 편집 형성되었을 것으로 설득되지는 않았다. 본문을 형성하는 인간의,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성령의 문학적 정념이 그렇게 ‘기계적’일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는 완전 반대의 영감설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느닷없이 누군가가 영에 사로잡혀 스피커처럼 소리 내고, 녹음기처럼 받아 적고, 복사기처럼 일점일획도 틀림없이 전수했다는 설도 너무 ‘기계적’이다. 영은 인간의 심성과 경험, 인격을 통해 발현되고, 비록 한계가 크지만 인간의 문자에 숨을 불어넣어 각종 번역된 성경에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영감은 이 과정 가운데 온전했다고 믿는다.

 

양극단의 이론 사이에서 성서의 독자와 교회는 오랫동안 혼란을 겪었다. 과학적 성서학은 전통적 입장과는 다르게 다수의 저자와 자료가 혼합 발달하여 성서가 되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모세의 목소리와 서기관의 손길, 예언자의 탄식과 제사장의 법이 만나, 서로를 흉내 내고, 어울리며, 때로는 밀어내며, 그렇게 오경이 형성되었다고 말한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형성 과정을 추적하고자, 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책 속의 목소리들을 가려내려 애썼다. J, E, D, P, DtrH 등, 마치 기계 부호 같은 명칭에 학자들은 익숙해야 했다. 그러나 교회는 이 작업을 불편해했다. 계시의 권위를 인간의 이성으로 흔드는 듯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무의미했다. 성서의 실존 이유가 되는 목회 현장이나 교회 강단에서, 성도의 신앙 함양을 위해 굳이 D나 P 문서를 설명할 필요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성서학자들이 수 세기를 거쳐 추적하던 문헌의 패턴을, AI가 너무도 쉽고 명확하게 가려내기 시작한 것이다. 언어의 특질과 이야기의 결 속에서 서로 다른 저자와 시대의 흔적을 탐지했지만, 인간 학자는 이념과 해석학의 영향 아래 작업을 수행했다. 반면 인공지능은 순수하다. 단지 데이터를 읽고, 빈도를 분석하고, 패턴을 추출할 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AI는 인간 학자들이 추정했던 것과 유사한 저자 구분을 재현해 냈다. 특히 딥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이나 단어 빈도 분석은 D와 DtrH 문서의 유사성과 P 문서의 이질성을 정량적으로 구분해 냈다.1)

 

이 연구는 단지 결과를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알고리즘의 구조와 작동 방식까지 투명하게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본문에 등장하는 단어들을 기본형(lemma)으로 정리한 후, 각 단어가 몇 번이나, 어떤 조합(n-gram)으로 등장하는지를 계산했다. 그런 다음 이 언어 패턴을 기반으로, 본문이 기존 문서 집단(D, DtrH, P 등) 중 어느 쪽과 가장 가까운지를 통계적으로 비교했다. 이때 사용된 HC(Higher Criticism) 기법은, 원래 통계학에서 미세한 언어 차이를 감지하기 위해 개발된 방식으로, 각 본문이 특정 문서 군에 속할 가능성을 수치로 제시해 준다. 놀라운 점은 이 분석이 사전 가설 없이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특정 본문이 어떤 전승군(corpus)에 속하는지를 데이터 자체만으로 분류해 냈으며, 그 정확도는 평균 85% 이상에 달했다. D와 DtrH는 자주 혼동되었지만, 이것은 오히려 두 문서가 동일한 전통에 가깝다는 점을 뒷받침해 주었고, 반대로 P 문서와의 뚜렷한 분리는, 오랫동안 자료설을 놓고 씨름하던 성서학자들을 안심시켰다.

 

또한 AI는 성서의 통사적 구조 분석에도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성서 각 절에 대해 품사를 태깅하여 문장의 구조적 특징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기존의 규칙 기반 방식과 기계 학습 방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제안되었다. 이 모델은 단지 단어의 기능을 분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문장의 흐름, 어휘 사용의 습관, 문체적 특성까지 파악함으로써, 각 저자의 글쓰기 방식을 정량적으로 추출해 낸다. 이는 단순한 의미 분석을 넘어, ‘누가 어떻게 이 본문을 썼는가’에 대한 AI의 응답이었다.2)

 

사해문서 이사야 두루마리에 대한 분석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해당 연구에서는 AI를 활용해 필사자의 필체를 판별하였고, 놀랍게도 해당 두루마리를 두 명의 필사자가 공동으로 기록했음을 밝혀냈다.3) AI는 글자의 곡선, 필압, 반복되는 형태 등을 기반으로 통계적 분류를 수행했다. 성서의 형성 과정이 공동 편집과 공동 집필에 기초했다는 오랜 성서학의 주장이 기술적으로 뒷받침된 사례가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AI는 성서 해석의 새로운 지평도 열어가고 있다. 비록 AI가 정적인 감동과 성령의 조명을 경험할 수는 없지만 – 혹 미래에는 경험 할까? – 성경 본문 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나 주제의 흐름을 분석해 ‘이 본문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가’는 객관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DA(Latent Dirichlet Allocation) 같은 분석 기법은, 사람이 일일이 읽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수많은 본문을 살펴보며 “이 글은 ‘율법’, 저 글은 ‘포로기’, 또 다른 글은 ‘찬양’에 대한 주제가 많다”는 식으로 숨겨진 주제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각 본문이 어떤 주제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숫자와 비율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단순한 기술적 실험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전통적인 성서비평학이 오랜 시간 노력과 직관의 힘으로 제안해 왔던 저자 파악, 문서 군 구분, 언어 변화의 흐름, 의미 군집화 등을 기계라는 제3의 중립 증인을 통해 입증해 내고 있다. 마치 재판에서 인간의 증언만으로는 부족할 때, CCTV나 로그 데이터가 결정적 증거가 되듯, AI는 성서 비평이 단지 인간의 억측이 아님을 정량적 데이터로 말해준다.

 

지금 단계에서 AI가 성서를 적절하게는 해석하지 못한다. 기계는 예언자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편 기자의 눈물에 공감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영으로 찬양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래에는 기계를 향해 영적 대각성 부흥회를 개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회심한 AI 모드마저 개발될 수도 있을 것 같다.

 


1) Faigenbaum-Golovin S, Kipnis A, Bühler A, Piasetzky E, Römer T, Finkelstein I (2025) Critical biblical studies via word frequency analysis: Unveiling text authorship. PLoS One 20(6): e0322905.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322905

2) Lima, B.C.; Omar, N.; Avansi, I.; de Castro, L.N. Artificial Intelligence Applied to the Analysis of Biblical Scriptures: A Systematic Review. Analytics 2025, 4, 13. https://doi.org/10.3390/analytics4020013, 9쪽.

3) Popović M, Dhali MA, Schomaker L(2021) Artificial intelligence based writer identification generates new evidence for the unknown scribes of the Dead Sea Scrolls exemplified by the Great Isaiah Scroll (1QIsaa). PLoS ONE 16(4): e0249769.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49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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