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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 사업 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많은 지자체에서 자살 유가족 원스톱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1년 이내의 자살 유가족이라면 법률 및 행정 처리 비용, 사후 행정 처리 비용, 특수 청소 비용, 정신 건강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2026년부터는 모든 지자체에서 자살 유가족 원스톱 서비스를 시행한다. 이렇게 자살 유가족을 돕는 이유는 자살 유가족의 우울장애 발병 위험이 일반인 대비 18배나 높고 자살 위험은 8-9배가 높기 때문이다. (본문 중)

 

장준하1)

 

드라마 <은중과 상연>의 작가 송혜진은 이 드라마가 “‘은중’과 ‘상연’이 자기 자신을 수용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밝혔다. 드라마의 전반부에 속하는 8화까지는 자살 유가족이 고인의 죽음과 자신의 삶을 수용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들의 자살로 인해 이혼한 부부, 그리고 학교를 자퇴하고 엄마와 함께 강릉으로 훌쩍 떠난 상연은 한동안 강릉의 작은 방에서 나오지 못한다. 트라우마로 상처 입은 자신을 추스르고 있는 것이다. 상연은 오빠의 일기장을 훔쳐보고 이를 엄마에게 이야기한 것 때문에 오빠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연과 죽음의 진실을 차마 이야기하지 못하는 어머니와의 대화 단절이 오랜 기간 이어진다.

 

자살 유가족은 고인의 죽음 이후 다양한 어려움에 부닥치고 여러 변화를 경험한다. 자살로 자녀를 잃고 부모가 이혼하는 일은 비교적 자주 있는 일이다. 또 집에서 가족이 사망했을 경우 더 이상 가족이 죽은 집에서 살 수 없어 이사를 하기도 한다. 주로 경제적인 면을 책임지던 가장이 자살로 사망하였을 경우 나머지 가족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거나 가족의 죽음에 망연자실하여 일할 의욕을 잃기도 한다.

 

상연은 오빠가 자살한 이유를 찾기 위해 PC 통신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려고 끊임없이 네 자리 숫자와 영문을 조합하며 로그인을 시도한다. 자살 유가족들은 ‘왜?’라는 질문을 한다. 왜 고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나는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나는 왜 죽음을 막지 못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완벽하지 않지만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답과 죽음의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유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남겨진 유품 중 핸드폰의 잠금 패턴을 풀지 못해 안타까워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해하며, 고인이 남긴 글이나 사진과 같은 흔적을 찾아 그 죽음의 의도성,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고 싶어 한다. 누구 한 사람의 실수나 한 가지 요인이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그 시점에 일어난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어쩔 수 없었음’을 받아들이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상연은 우연히 접속한 오빠의 ID로 반갑게 쪽지를 보내는 오빠의 지인을 만나게 되면서, 실마리를 찾아내고 작은 방에서 점차 삶의 범위를 넓혀 간다. 상연은 그 지인에게 받은 쪽지들 덕분에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점차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찾았다. 어딘가에 오빠가 살고 있다고 여기기로 한 것이다. 은중과 재회 후에는 은중에게 받은 오빠의 사진 속에서 또 다른 단서를 발견하고 마지막 퍼즐을 향해 나아간다.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스틸컷 ⓒNETFLIX

 

애도 상담 분야의 대표적 학자인 윌리엄 워든 박사는 애도 과정에 대한 과업 모델에서 첫 번째 과업을 ‘상실의 현실을 수용하기’라고 하였다. 상실의 현실을 수용하기란 ‘그 사람이 죽었다’는 것과 ‘그 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현실을 완전히 직면하는 것이다. 상실의 현실을 수용하는 것의 반대는 ‘부인’하는 것이다. 부인하는 것은 일반적인 반응이며, 상실의 충격을 완화해 주기도 하지만, 과도하거나 너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문제가 된다.

 

오빠의 죽음 이후 오랜 기간 대화를 단절한 어머니도 암으로 먼저 보내고 상연은 홀로 남는다. 그런 위태로운 상연을 은중이 도우려 해도 상연은 이를 거부하고 결국 모든 관계를 끊어버린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상연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안타까운 상연의 인생을 담은 드라마의 결론을 보며, 상연의 가족에게 적절한 도움이 있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았다. 상연의 오빠가 자살로 세상을 떠나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를 비난하고, 상연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을 때, 이를 애도 상담 전문가와 함께 건강하게 표현하고 서로의 고통을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자살 유가족 자조 모임에서 참석했다면,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이다. 자살 유가족이 사별 이후에 느끼는 주요 감정인 죄책감, 불안과 무력감, 슬픔, 분노 등은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다. 그러한 이유로 고립보다는 연결이 필요하다. 그래서 애도 상담이나 자조 모임을 통해서 그러한 감정을 자각하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시범 사업 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많은 지자체에서 자살 유가족 원스톱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1년 이내의 자살 유가족이라면 법률 및 행정 처리 비용, 사후 행정 처리 비용, 특수 청소 비용, 정신 건강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2026년부터는 모든 지자체에서 자살 유가족 원스톱 서비스를 시행한다. 이렇게 자살 유가족을 돕는 이유는 자살 유가족의 우울장애 발병 위험이 일반인 대비 18배나 높고 자살 위험은 8-9배가 높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상연의 안타까운 삶의 결말이 모든 자살 유가족의 결말은 아니다. 나는 회복한 자살 유가족이 다른 유가족을 돕는, 자살 유가족 동료 지원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 자조 모임의 리더로 많은 자살 유족을 만나 함께 울고 웃는다. 그렇게 만난 자살 유가족은 살아가면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때론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일시적으로 하지만, 자살로 이미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고통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유가족은 자기 자신과 다른 가족을 위해 힘겹게 버티어 낸다. 진정한 생존자들이다.

 

나는 자살 유가족에게, ‘자살 유가족이 되면 자살 유가족의 세계가 새롭게 열린다’고 말하곤 한다. 고통으로부터 눈을 돌려 살펴보면 함께 공감하고 마음을 나눌 자조 모임이 곳곳에 있다. 자조 모임 안에서 자살 유가족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서로서로 지지하며 계속 살아갈 힘을 얻는다. 글을 마무리하며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가 떠올랐다. 자살 유가족 자조 모임 속 유가족들의 서로를 살리는 만남과 나눔은 ‘지초(芝草)와 난초(蘭草)의 교제(交際)’라는 뜻을 가진 ‘지란지교’를 닮았다. 마음에 와닿은 후반부의 구절을 유가족들과 함께 낭독하고 싶다.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1) 동생을 잃은 자살 유가족, 임상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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