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2-3회 발행되는 <좋은나무>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시려면(무료),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친구추가’를 해주시고
지인에게 ‘공유’하여 기윤실 <좋은나무>를 소개해주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짧은 글이 어디 가서 국제정치를 두고 이야기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교양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는 듯하다. 이를 잘 보여 주는 것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 도서이며, TV 프로그램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아닐까. 이에 이 글이 국제정치와 관련해 독자들이 가진 이러한 갈증을 조금이라고 해소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본문 중)
박민중(국제정치 칼럼니스트)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짧은 글이 어디 가서 국제정치를 두고 이야기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교양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는 듯하다. 이를 잘 보여 주는 것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 도서이며, TV 프로그램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아닐까. 이에 이 글이 국제정치와 관련해 독자들이 가진 이러한 갈증을 조금이라고 해소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20세기 전반 두 차례의 세계 전쟁은 세계 지성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 중 하나가 국제정치학일 것이다. 지난 글이 E. H. 카(Carr)가 전간기(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 기간) 윌슨주의로 표현되는 정치적 이상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을 다루었다면, 이번 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확고하게 자리 잡은 국제정치학 이론의 출발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다. 오늘날 세계 어떤 학교에서도 모겐소를 생략하고 국제정치학을 가르치는 곳은 없다!

<사진>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기초를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 한스 모겐소. (출처: Politics and Rights Review)
개인적으로 나는 한스 모겐소의 현실주의 이론을 선호하진 않지만, 처음 이 이론을 접했을 때 기독교인으로서 상당한 설득력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한스 모겐소가 성경의 창세기를 통해 세상을 분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혼자서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은 아직 얻지 못했다.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는지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1939년 E. H. 카가 이상에 젖은 자들에게 과학적 분석을 요구했다면, 1948년 모겐소는 국제정치 이론으로서 현실주의가 무엇이며, 이 이론의 분석 대상은 어떤 것인지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모겐소는 자신의 대표 저서인 『국가 간의 정치』(Politics Among Nations)의 첫 번째 장(chapter)에서 자신이 주장하는 정치적 현실주의(Political Realism)의 원칙들을 6가지로 제시한다.1) 6가지 원칙 중에서 첫 번째가 ‘정치는 인간 본성에 기반한 객관적인 법칙(objective laws)에 의해 작동된다’라는 것이다.2)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인 법칙이라는 것은 인류의 오랜 역사적 사실에서 도출되는 것으로, 인간의 본성은 고대 역사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즉, 모겐소에게 가장 핵심적인 분석 대상은 인간이며, 그중에서 변하지 않은 인간의 본성을 통해 정치학의 근본적인 법칙을 도출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여섯 번째 원칙에서 인간의 본성이 다원주의적이라는 점 또한 인정한다.3) 실제 인간(real man)은 현실에서 경제적인 측면, 도덕적인 측면, 종교적인 측면 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그는 국제정치학자로서 정치 영역에서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정치적 결과들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도덕적, 종교적 영역에서의 인간 본질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국제정치학으로서 현실주의를 주장하면서 모겐소는 가장 핵심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인간’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국가들에 의해 구성된 국제정치라는 공간에서 국가들 사이의 경쟁과 전쟁의 원인을 변하지 않은 정치적 인간의 본성에 있다고 본 것이다. 그 정치적 본성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것이며, 국제정치에서 국가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갈등과 전쟁의 원인은 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모겐소는 오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 것이며, 그 정치적 인간들로 구성된 국가들로 국제정치의 공간이 구성되는 한 이들 사이에 전쟁은 피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인간의 본성과 함께 모겐소가 중요하게 제시하는 개념이 바로 힘(power)이다. 책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는 국가들 사이의 정치인 국제정치를 “힘을 위한 투쟁”(Struggle for power)이라고 명명했다. 모겐소가 말하는 ‘정치적 힘’(political power)이란 국가가 목적을 얻기 위한 수단이다. 이에 국내 정치와 달리 이기적인 본성을 가진 인간들로 구성된 국가들의 집합체인 무정부적인 국제정치에서 특정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생존(survival)이다. 이에 그 생존을 위해 국가가 보유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힘은 군사력, 경제력과 같은 물질적인 힘이다.
그러나 모겐소는 단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모겐소는 실제 국가들 사이에 ‘정치적 힘’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힘을 구사하는 행위자와 그 구사하는 힘의 영향력을 받는 행위자 사이의 ‘심리적 관계’(psychological relation)를 고려했다. 그에 따르면 영향력하에 있는 행위자가 힘의 영향을 받는 이유를 1) 이익, 2) 두려움, 3) 존경 혹은 사랑이라는 3가지로 제시한다. 이와 함께 그는 힘의 본성도 단순히 강제력(force)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influence), 사용 가능성(usable and unusable), 그리고 정당성(legitimate)으로 세분화한다.4) 힘에 대한 모겐소의 이 같은 분류는, 향후 자유주의는 물론 구성주의 국제정치 이론들이 단순히 군사력·경제력과 같은 물질적 측면에만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와 관념적인 요소까지 고려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모겐소의 『국가 간의 정치』는 국제정치 이론으로서 현실주의의 핵심 분석 단위가 인간의 본성과 힘이라는 것을 구체화했다는 것과 함께 향후 국제정치 이론에서 힘에 대한 물질적 측면뿐만 아니라 관념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토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국제정치 이론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물론 1970년대 들어 국제정치학계가 경제학과 통계학의 영향을 받으면서, 인간의 본성을 핵심 분석 단위이자 전쟁의 핵심 요인으로 제시했던 한스 모겐소의 현실주의는 고전적 현실주의(classical realism)로 불리게 되는 전락 아닌 전락을 맛본다. 이런 이유로 최근 학계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한스 모겐소가 던진 이 논의는 여전히 곱씹어볼 필요가 충분하다.
1) Hans Morgenthau, Politics Among Nations: The Struggle for Power and Peace (New York: Alfred A. Knopf, 1948), 1-15.
2) Hans Morgenthau, 4.
3) Hans Morgenthau, 5.
4) Hans Morgenthau, ch. 2.
* <좋은나무> 글을 다른 매체에 게시하시려면 저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02-794-6200)으로 연락해 주세요.
* 게시하실 때는 다음과 같이 표기하셔야합니다.
(예시) 이 글은 기윤실 <좋은나무>의 기사를 허락을 받고 전재한 것입니다. https://cemk.org/26627/ (전재 글의 글의 주소 표시)
<좋은나무>글이 유익하셨나요?
발간되는 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시려면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친구추가’를 해주시고
지인에게 ‘공유’하여 기윤실 <좋은나무>를 소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