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11일(목), 기독교윤리실천과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쿠팡 등 심야배송 제한안 논쟁에 관한 집담회”를 열었습니다. 택배-물류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과로사’가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며 심야배송의 위험성과 작업장 환경의 열악함이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습니다. 국회는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를 열고 택배 관련 업체들이 ‘택배 분류 전담 인력 투입’, ‘택배기사 사회보험료 원청 택배사 부담’, ‘주 60시간, 하루 12시간 초과 노동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난 2021년 당시 1, 2차 사회적 합의 내용을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택배사업자가 아닌 물류업체라는 이유로 2021년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지 않아 해당 합의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일관했지만, 2021년 부터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사업자로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CJ, 한진, 롯데, 로젠 등 다른 택배사들처럼 합의를 준수해야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쿠팡 측은 올해 1월, 국회 환노위 청문회에서 심야배송 등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하며 향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이렇다할 개선사항이 없고, 노동자들의 과로사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10월 22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는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0시~5시 심야배송금지를 제안했습니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제안이 공개 되자, 쿠팡은 물론 소비자들과 택배 노동자들 안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새벽배송 중단이 물류업체의 위기, 고용 불안, 소비자들의 생활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언론과 정치권,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심야배송 제한안 관련한 논쟁이 격화되면서, 이 제안과 논쟁의 본질과 쟁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고 우리 사회가 성찰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특히 기독시민은 이 사안을 어떤 관점에서 분별하고 갈등을 넘어선 공존으로 나아가도록 실천 할 수 있을 지 살펴볼 필요가 커졌습니다.

집담회 첫번째 발제를 맡아주신 우상범 박사님(한국노동사회연구원 전 객원연구원)은 ‘쿠팡 심야배송의 쟁점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쿠팡이 어떻게 현재 업계 1위의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노동자 과로사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가 되고 있는 쟁점들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쿠팡을 ‘생태교란종’으로 비유하며, 기업의 성장 배경으로 1) 로켓배송(새벽배송+당일배송)과 클렌징제도라는 노동자 착취, 2) 근로기준법과 인적관리 책임으로부터 회피하며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비정규직 택배노동자 23,000명(정규직 쿠팡친구 7,500명), 물류센터 비정규직(일용직+계약직) 90%을 활용하는 행태, 3) 퇴직 공직자 등 무차별적인 인사 영입을 통해 모든 정부기관에 대한 전방위적 로비를 통해 경영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경영 방식, 4)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미국기업이면서 의결권 76.5%를 보유한 김법석 의장이 미국에서 의사결정을 하면서 전문 경영인을 대표로 세워 법적,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거버넌스 등을 꼽았습니다.
지난 11월 과로사로 사망한 노동자는 4일~5일 연속으로 야간배송 근무를 해 온 것이 드러났고, 7일 이상 야간근무를 한 사례도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현재 국회 사회적 대화와 노사의 주요 쟁점은 야간배송입니다. 우상범 박사님은 결론에서 원칙적으로는 심야배송을 전면 금지 하면서 주간조와 야간조의 2교대 운영이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새벽배송의 필요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면, 품목을 제한하거나 야간배송에 대한 할증료를 부과하여 이를 택배노동자 처우개선 향상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식이 도입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택배 노동자들은 노조법 2, 3조의 개정으로 원청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조직화와 교섭력을 증대하여 이해대변에 나설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나의 워라밸과 나의 편리가 중요하다면, 타인의 워라밸과 타인의 건강과 생명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며,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이기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번째 발제는 영등포산업선교회의 손은정 총무님께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정부과 기업을 바라며”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이윤과 성장이 절대적 가치이자 기준이 되는 사회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이 너무나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먼저 기업과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악행을 고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시편 141:5), 불의를 묵과하지 않고 시정하고 개선하고자 대안을 설계한 노동운동의 역사와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희망 중에 기다리는 그리스도인들의 자세와 역할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손은정 총무님은 주 6일 심야배송을 하다가 41세의 나이에 사망한 쿠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님을 떠올렸습니다. 13개월간 3회전 배송작업을 하며 무릎이 닳아 없어질 정도의 고통을 받았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심야노동을 계속하다 과로사로 사망했습니다. 이것은 정슬기님 만의 만의 문제가 아니라 심야배송을 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가정에 해당되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1월 23일, 광화문에서 열린 ‘속도보다 생명의 사회로!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서 나온 발언들을 소개했습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담보로 얻은 편리함은 필요 없다며 우리는 서로 이웃이라고 발언한 편의점주,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된 상품을 받고 싶다는 시민, 노동자와 소비자의 갈등만 비추지 말고 기업의 이윤추구와 탐욕이 문제라는 소비자연대, 소비자의 편리함과 죽지않고 일할수 있는 길을 두고 논란이 되는 무서운 세상이라고 말한 택배 노동자 등…
전쟁같은 밤일을 부활 시킨 쿠팡은 세상을 ‘쿠팡’하겠다는 집념과 야욕, 대관업무팀 강화와 책임을 회피하는 경영진 비윤리성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기업의 할 일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것을 즉시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무겁게 여기며 시장을 지배하는 제국이 아니라 직원들과 빵을 함께 나누는(company) 기업의 본래 정신을 깊이 생각하고 신속히 전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정부에 대하여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기업의 일로 맡겨만 둘 것이 아니라 재발을 막는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하며,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 전략 중 과로사 방지와 노동 존중 실현, 노동기본권 보장을 임기 내에 실현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힘 쓸 것을 촉구했습니다.

세번째 발제로 기윤실 자발적불편운동본부 이창호 본부장께서 ‘무조건 편리보다 모두의 권리를 생각하는 기독시민의 자세와 실천’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많은 편리함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뼈를 갈아 넣는 수고로 이루어진 것임을 기억해야 하며, 누군가의 희생을 보고도 무시할 수 있는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심야배송은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서 한국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구조적 현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기업의 탐욕과 노동자의 생계 문제, 소비자의 생활 패턴이 뒤엉켜 거대한 시스템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시민인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성찰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그 기준은 약자 보호와 공동선의 관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스템이 효율적이라고 해서 사람을 희생시켜도 되는 것은 아니며 영혼의 존엄과 모두의 안전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또한 이 문제는 소비자 대 노동자의 갈등, 내 편리와 네 선택의 싸움이 아닌 ‘상생’과 ‘지속가능성’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의 편리함이 이웃에게 고통이 되지 않고, 기업의 이익 역시 사람의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끝으로 기독 시민들은, 기업의 약속 이행과 사회적 책임 준수에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하며 심야배송 멈춤이라는 거룩한 불편을 선택하자고 촉구했습니다. 우리 각자가 윤리적 소비자가 되어 생명의 대안운동을 펼침으로써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기적을 일으키고,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따듯한 세상을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세 분의 발제를 들으며 쿠팡이라는 기업의 비윤리성과 무책임함, 오늘날 택배 산업의 지속 불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고 소비자로서, 기독시민으로서 가져야할 관점과 태도에 대해서도 성찰해 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 서로를 살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자본, 편리, 성장, 빠름을 고통당하는 이들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지만 선한 행실들을 기억하며 실천하는 책임있는 기독 시민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