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다문화정책 ‘겉무늬’ 뿐”
기윤실, 손인서 박사 초청 북토크 개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 ‘동네극장’에서 북토크를 열고 한국 사회 이주정책의 구조적 모순과 교회의 역할을 논의했다. 이날 북토크에선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의 저자 손인서 박사(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가 초청돼 ‘다문화라는 거짓말, 이민 없는 이민정책, 다문화 없는 다문화 사회’를 주제로 미니 강연과 대담을 진행했다.
손 박사는 강연에서 “한국 다문화정책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하며, 한국 이민정책의 문제를 △노동인력만 확보하는 ‘이민 없는 이민정책’ △국적과 직업을 기준으로 이민자를 구분하는 ‘인종기획’ △특정 목표로 제도를 이용하는 ‘도구주의적 사회통합’ 등 세 가지 키워드로 비판했다.
손 박사는 “한국은 노동력은 받아들이되 정착·시민권 접근은 막는 ‘차별적 배제’ 모델에 가깝다”며 “재외동포와 결혼이민자 중심으로만 정착을 허용하고, 다수 이주노동자는 ‘단기 순환’ 원칙 아래 일정 기간 사용 후 교체되는 구조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손 박사는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전문인력’과 ‘비전문인력’으로 대우를 달리하는 방식이 사회적 위계를 고착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인력에는 가족동반·체류 확대, 영주권 신청 허용 등 각종 혜택을 주면서, 비전문인력은 가족동반을 막고 영주권 신청을 막는 등 권리를 제한한다”며 “국가가 직종과 국적에 따라 ‘차별 가능한 사람과 환대받을 사람’을 나누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 구조가 인종주의를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손 박사는 또, ‘다문화’라는 용어가 이미 계층화되어 있는 이주민의 현실을 가린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다문화라는 말은 한국의 이민정책이 다문화적이라는 착각과 차별 문제는 문화 오해라는 착각을 만든다”며 “청소년 문화권에선 ‘다문화’가 이미 혐오 표현으로 굳어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만큼 현실을 올바로 드러내는 가치 중립적 언어로 ‘다민족 사회’라는 표현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대담시간은 기윤실 이주민운동 김세진 전문위원이 진행을 맡았다. 대담에선 강력한 단속 중심 이주정책의 위험성, 외국인 가사·돌봄 인력 문제, 다문화와 관련된 교회의 역할 등이 다뤄졌다. 손 박사는 “교회가 담당하는 이주민 쉼터 제공이나 식사 나눔 같은 개인적 환대도 중요하지만, 온정주의에 머물면 한계가 있다”며 “교회가 ‘다문화’라는 말로 현실을 덮기보다, 이주민을 ‘함께 살아갈 시민’으로 바라보고, 정부를 향해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쪽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