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300조원, 벼랑끝 사회
지난해 연말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섰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1300조원 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정서적 거리감 때문인지, ‘빚도 능력’이라는 말이 돌아서인지 알 수 없으나 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학자금을 시작으로 주거비 마련 등을 위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1300조원의 가계부채가 무감각해질 정도로 일상화 되어있음에 다시한번 놀랐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통계청 〈2016년 가계금융 ․ 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3월말 현재 가구당 보유자산은 3억 6,187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4.3% 증가했고, 부채는 6,655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6.4% 증가했다. 가구당 보유자산 대비 가계당 부채금액의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부채의 구성을 살펴보면, 금융부채 70.4%(4,686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7.5% 증가했고, 임대보증금 29.6%(1,968만원)로 전년대비 3.8% 증가했다. 금융부채에서 담보대출은 3,847만원으로 57.8%를 차지했다.
특히, 가구주 특성별로 보면, 연령대는 ‘50대’, 종사상 지위는 ‘자영업자’가구의 부채가 가장 많았는데, 자가보유시기, 자녀의 혼인, 정년퇴직 이후의 삶 등 삶의 변곡점이 많은 시기의 부채가 많다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일보(2017년 5월 19일 “100만명 빚 완전탕감 공약, 기대 우려 교차“ 김동욱 기자)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 당시 신용7등급 이하 720만명에게 신용대사면 즉 빚 탕감 및 연체기록을 삭제해주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신용회복기금 조성 등으로 실제 수혜를 받은 사람은 49만명이었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하여 320만 채무불이행자들의 빚을 탕감해주겠노라 약속했지만,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수혜받은 이들은 약 58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올해 국민의 기대를 안고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 역시 가계부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여신관리지표로 활용함으로써 부채규모 관리하겠다고 했으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기까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빚도 능력’이라면 분명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삶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이 ‘빚’말고는 답이 없다면 이것이야말로 핵탄두보다 무서운 ‘벼랑끝’의 삶일 것이다. 빚 때문에 가족관계가 끊어지고, 과노동에 쳇바퀴를 계속 돌아야 한다면, 급기야 빚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끊어야만 한다면 우리사회는 ‘윤리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글은 열매소식지 제259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쓴이_ 박진영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