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포럼] 슬기로운 청년생활

결혼과 비혼 사이후기

글_김현아 팀장

 

지난 7월 31일(월), 100주년 사회봉사관에서 기윤실 청년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교회 안에서 청년들에게 들려지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의 흐름, 청년들의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져있지 않나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결혼과 비혼 사이’라는 주제를 택했습니다.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이것은 외면할 수 없는 청년들의 고민이자 이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들여다봐야할 현상입니다. 포럼의 기획의도가 청년들의 마음에 닿았던 것인지, 이 날 함께 한 청년은 총 42명으로 예상보다 많은 수가 모였습니다.


한국 사회 비혼 동향과 정책 현황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신하영 연구위원)

 

“한국 교회 청년의 현주소는 오늘날 한국 사회 청년들을 말하는 소위 N포세대와 같고,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관계, 꿈 등을 비자발적으로 포기할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포기가 아닌 ‘박탈’이라는 용어가 맞다. 또한 특히 여성들의 결혼 기피 현상의 원인으로는 결혼 후 경력단절, 가사노동과 더불어 임신, 출산, 양육의 부담이 여성에게 과중하게 전가되는 현실 등이 있다.

그렇다면 교회 청년들은 어떠할까. 결혼하지 않은 한국 교회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그야말로 불편한 말과 고된 노동의 연속이다. 중장년층의 기준에서 결혼적령기에 해당한다고 여겨지는 나이의 청년들은 성차별적 언어, 사생활을 침해하는 언어를 자주 마주할 뿐만 아니라, 가계를 책임지거나 육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존재로 취급되어 교회 곳곳에 불려다니며 무급 노동을 제공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활동에는 속하지 못한다.

작금의 한국 사회의 비혼 상황은 젊은이들의 문화라기보다는 그들이 처한 현실이요, 사회가 마주한 현상에 가깝다. ‘독신’이 ‘신념’이라면, ‘비혼’은 ‘상태’이다. ‘비혼’ 현상은 폭주족이나 불법영상물처럼 근절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 현상이 일어난 원인을 구조에서부터 찾고 그 상태가 완화되도록 노력해야하는 문제이다. 청년들이 비혼을 선택하게 되는 의사결정 구조는 사회적 경제적 요인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본다. ‘유전기혼, 무전비혼’ 이라는 말도 있듯이, 청년들은 당장 눈앞의 생존과 손에 잡히지 않는 혹시 모를 연애, 결혼의 행복 사이에서 결국 생존을 선택하는 것이고, 그것은 철이 없어서가 아니라 철이 들고 세상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교회는 청년들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인정해주고, 약함에 대한 경멸을 멈추고, 다름에 대한 벽을 허물어 주길, 청년들은 교회공동체에 자신의 상태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자신의 약함과 다름에 솔직해지기를 바란다.

 

교회에서 비혼을 말한다는 것 (믿는페미 폴 짝 활동가)

 

어렸을 때 부터 ‘결혼하지 않을거예요, 혼자 살 거예요”라며 선포하고 다녔고, 나의 그런 말과 선택은 존중받기 보다는 어린 날의 치기 혹은 미성숙함으로 받아들여졌다. 독신을 선택했던 이유는 족쇄 처럼 여겨졌던 ’가족‘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가족제도에 동의할 수 없고, 가족 정책이 포용할수 있는 ’가족‘의 범위가 협소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이유와 선택이 과연 교회에서 받아들여질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국 교회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혀있다. 성인 여남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이 정상가족으로 간주되면, 그 외의 가족형태(이혼 및 재혼가구, 무자녀가구, 동거가구, 조손 가구, 다문화가구 등)는 비정상이 될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교회 안에서 비혼을 선택한 이들은 정상가족을 꾸리지 못한 어딘가 문제있는 존재로 의심과 걱정을 받는 동시에, 곧 정상가족으로 편입될 이들로 여겨지게 된다. 2016년 서울시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6%이고, 이 비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교회가 지키고자 하는 전통적 가족관과 비혼에 대한 시선이 사회 구성원들이 삶을 선택하는 방식과는 이질적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보통 20살에서 결혼하기 전까지의 세대를 묶은 ‘청년부’에서 20대 후반, 30대 이상의 자매들은 ‘얼른 결혼해서 떠나줘야 동생들도 (시집)가지 않겠느냐는 압박을 받으며 지낸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했을 때, 혹은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결혼하지 못했을 때, 이들은 교회에서 갈 곳을 잃는다. 정말 교회와 비혼은 만날 수 없을까? 결혼을 선택한 이들의 삶의 모습이 다 다르듯 비혼을 선택한 이들의 이유나 삶의 모습 또한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청년들이 왜 비혼을 선택했고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교회가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비혼의 상태를 존중하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물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예수님의 방법이자 교회가 안전한 곳이 되는 시작이며 존재와 존재로의 인격적 만남이 가능한 진정한 교회가 되는 길일 것이다.

 

이후 청중과의 대화에서는 교회 공동체에서 기혼장년층과 비혼청년층과의 차이를 줄이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의 방법들, 결혼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된 이유는 무엇인지, 교회 안에서 비혼으로 외롭지 않게 지낼수 있을지, 한국사회의 여성/가족 정책이 정형화 된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과 외국의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졌습니다.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그리고 정답은 아니지만, ‘결혼’과 ‘비혼’에 대한 관심과 고민, 질문을 가지고 모인 청년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교회에 가지는 기대를 나누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기윤실에서 이런 주제를 다루어준 것에 대한 감사표현과 성경적 관점으로 본 비혼에 대해 제시대 해달라는 의견, 다양한 청년운동을 전개해달라는 기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회가 청년세대에 향해 삼가야할 말과 태도,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들에 분별과 신중함을 가지기를 기대합니다.

 

 

 

*이글은 열매소식지 제266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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