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기고자들은 동성애를 긍정 혹은 부정하는 구도를 따라 보수적 혹은 진보적 진영의 전형적인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나며, 뜻밖의 주장과 적용을 제시한다. 이 또한 이 토론이 기존 논의에서 진일보했음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본문 중)

동성애에 대한 성경, 교회의 시선’들’ 또는 ‘둘’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서평

프레스턴 스프링클 편집 / 양혜원 옮김 / IVP / 388면 / 18,000원 / 2018.9.18.

 

 

요즘 통일 문제와 함께 동성애 주제가 사회와 교회 모두를 통틀어 가장 뜨거운 이슈라는 데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해마다 열리는 퀴어 축제 시기가 되면 언론 매체들은 앞다투어 이 문제를 부각하기에 바쁜데, 최근에는 사회 전반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페미니즘과도 연결되어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이 주제의 무게와 시급함을 인식한 교회 또한 그만큼 더 강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슈를 따라잡는 데 늦기는 해도 기독 출판계가 이 이슈를 전혀 다루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책들 대부분은 한 저자가 특정 신학에 기대어 성경적, 신학적 입장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방식이었다.[1] 저자의 신학이 보수적인지 진보적인지에 따라 입장은 달라도 그런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첨예한 이 문제에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복음주의 성서학자와 신학자들이 예의를 갖추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의 출간은 환영받을 만하다.

동성애 문제에 관해 복음주의에는 한 가지 관점만 있다고 간주되곤 한다(혹은 그래야 한다고 강요된다). 어떤 이유로든 동성애를 긍정하지 않는 소위 ‘보수적’ 입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 성경 본문의 권위를 존중하면서도 동성애를 긍정하는 관점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아직 우리의 이야기라 말하기에는 거리가 좀 있다.) 뉴 칼빈주의[2]를 이끄는 존 파이퍼와 데이비드 플랫을 좋아하는 게이 그리스도인,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레즈비언 목회자가 등장한 것이다. 이제 성경적 기독교 대 자유주의 기독교라는 단순 구도와 흑백논리로 동성애에 대한 복음주의 관점을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물론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는 여전히, 그리고 당연히 성경이다. 그러나 지금껏 이 주제와 관련해 교회 안팎에서 전개된 살벌한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성경만으로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순진한 것이다. 성경 해석과 적용에 대해 제대로 된 대화를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이나, 동성애 문제의 핵심은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육체적 욕망을 충족하려는 것이라는 주장만큼 단순하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양쪽에 모두 입장이 다른 쪽과 진지하고 사려 깊게 대화를 하려는 신학자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여전히 평행선이 존재한다는 것은 문제 자체에 복잡성과 다차원적 성격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여느 문제와 마찬가지로 동성애라는 주제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의 콘텍스트인 고대 근동 사회와 그리스-로마 사회, 동성 관계에 대한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의 관점을 연구해야 하며, 심리학과 사회학과 생물학의 최근 연구 성과를 참고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는 성서 텍스트 해석에만 집중했던 기존 책들과는 확실히 차별성이 있으며 논의의 깊이에서도 진일보했다.

“두 가지 견해”라는 제목과 달리 책에는 4명의 기고자가 등장한다. 동성애를 긍정하는 입장인 윌리엄 로더는 놀랍게도, 성경이 성관계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동성 관계를 정죄한다고 믿으면서도 동성 관계가 신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게이임을 고백하면서도 동성애를 인정해선 안 된다는 전통적 입장에 서 있는 웨슬리 힐은 성경의 ‘금지 본문’과 아우구스티누스의 결혼 신학에 근거해 성적 관계를 동반한 어떤 동성 관계도 신성할 수 없음을 말하며, 동시에 인간은 결혼과 성관계 없이 영적 우정을 통해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고 독신 생활을 그리스도인 동성애자의 소명으로 제안한다.

한편, 동성애를 긍정하는 메건 드프란자는 성경의 금지 본문이 오늘날의 성인 동성 간의 동의에 의한 배타적 결혼 관계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인간 본질과 젠더 연구를 통해 기존의 이분법적 성 이해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교회가 동성 커플을 수용할 수 있는 목회적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다. 반면, 동성애를 부정하는 전통적 관점에서 스티븐 홈스는 기독교의 성과 결혼 신학은 동성 간의 결합의 신성함을 배제하지만, 동성애 커플이 교회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목회적 방법을 모색한다. 그는 기독교 전통에 의하면 결혼 신학 자체가 동성애 관계를 절대적으로 배제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동성애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동서방 교회 모두 이혼한 사람들 포용하게 된 것과 유사하게 교회가 동성애 관계를 긍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동성애자들을 껴안을 수 있는 목회적 방안을 탐구할 것을 제안한다.

각 기고자들은 동성애를 긍정 혹은 부정하는 구도를 따라 보수적 혹은 진보적 진영의 전형적인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나며, 뜻밖의 주장과 적용을 제시한다. 이 또한 이 토론이 기존 논의에서 진일보했음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여러 기고자들이 참여한 책에서 편집자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특히 이 책처럼 전보다 훨씬 정교하고 세밀해진 논의를 전개하는 경우 편집자의 역할은 더 무거워진다. 그는 동성애 문제는 그저 이론적 논쟁이 아니라 인격체로서 한 사람의 삶에 관한 것이기에 어떤 주제보다 신중하고 성실한 자세로 다루어야 함을 강조한다. 결론 부분에서 편집자는 각 주장의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뿐 아니라, 각 견해들을 더 깊이 사유할 수 있게 하는 절묘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책의 가치를 배가해 준다. 이 점에서 편집자는 제 역할을 충실하고 지혜롭게 해냈다.

편집자의 바람대로 우리는 성경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는 열린 마음으로 성경을 펴놓고 살펴보면서 저자들의 성경 해석과 주장을 꼼꼼히 따라가며 동성애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독자는 결과적으로 책에서 제시된 모든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동성애에 대한 기본적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된 서구의 상황에서 쓰인 책이라서 오늘 우리의 상황에 맞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언제나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이 책도 예외일 수는 없다.

 

[1] 사실 복음주의 성서학자와 신학자들이 이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뜨거운 이슈였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들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 p. 13.

[2] 존 파이퍼, 알버트 뮬러, D. A. 카슨 등이 참여해 이끌고 있는 Gospel Coalition이 주도하는 New Calvinism은 아브라함 카이퍼가 주도한 Neo Calvinism과는 역사적 배경, 신학 면에서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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