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말씀들을 철저히 알아야 합니다. 말씀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인 산상수훈(마 5-7장)부터 공부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성경 66권 전부를 공부하는 것은 좀 나중으로 미루어 두더라도, 예수님의 가르침과 사상의 핵심이 담긴 산상수훈부터 날마다 외우고 묵상하고 성령의 도우심을 힘입어 실천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 복음을 깨달은 사람들의 제자도입니다.(본문 중)

노종문(좋은나무 편집주간)

하늘과 땅 위에 있는 모든 권세가 나에게 주어졌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 삼아라. 그들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하고, 그들을 가르쳐서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였던 모든 것들을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나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모든 날에 너희와 함께 있다, (마태복음 28:18-20, 사역)

 

나의 명령들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것들을 지키는 자,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이고, 나도 그를 사랑할 것이며 그에게 나 자신을 나타낼 것이다. (요한복음 14:21, 사역)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복음 전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새로운 이스라엘인 제자 공동체를 탄생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였음을 나타낼 새 이스라엘,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제자 공동체는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부활의 삶을 앞당겨 실현하며 살아갑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과 함께 옛 시대가 지나갔고 이제 새로운 생명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알리는 전위 부대입니다. 예수님은 이 제자 공동체를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고 하시며 그들 때문에 사람들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 5:13-16).

처음에 인용한 마태복음 28장 말씀은 한국 복음주의 기독교 선교의 부흥이 일어났던 1980년대 이후 20여 년간 아마도 가장 빈번하게 인용된 말씀일 것입니다. 이 말씀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서 제자 삼아라’라는 한 가지 명령과 그 제자 삼는 일의 구체적 내용으로서 ‘세례하는 것’과 ‘가르쳐서 지키게 하는 것’ 두 가지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말씀의 씨 뿌림’을 통해 확장되도록 계획하셨기 때문에,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송하여 세상으로 나가 복음을 전파하게 하십니다. 그들은 ‘씨 뿌리는 자의 비유’(마 13장)에 나타난 씨 뿌리는 자처럼, 두루 다니며 ‘하나님 나라가 왔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죄와 사탄으로부터 해방된다’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합니다. 이 복음을 듣고 믿는 사람에게는 세례를 주어, 그로 하여금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가 그리스도와 연합하고(롬 6:3-4), 죄 사함(롬 6:6-7)과 성령을 선물로 받게(롬 8:2-4; 행 2:38) 합니다. 그리고 성령의 내주하심을 얻은 사람들은 예수님의 명령들을 따라 살아가는 제자 공동체 곧 교회를 이룹니다.

이 말씀을 관찰해 볼 때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제자 삼아라’라는 명령의 내용으로서 제시된 “그들을 가르쳐서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였던 모든 것들을 지키게 하라”라는 말씀입니다. 먼저, 예수님이 명령하셨던 ‘모든 것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예수님의 명령들이 단수가 아니라 복수이므로, 그것은 한두 개로 축약된 원리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셨던 모든 명령들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즉, 명령들이란 바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당부한 모든 말씀들입니다.[1] 마태복음을 쓴 마태는 예수님의 이 마지막 명령(28:19-20)을 순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예수님의 말씀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그의 복음서 안에 예수님의 주요 말씀들을 다섯 개의 그룹으로 특별히 모아놓은 것입니다.[2] 예수님은 사도들에게 당신의 말씀들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명령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도들로부터 예수님의 말씀들을 ‘배우고 지켜야 할’ 과제를 받은 것입니다. 신약성경 전체가 바로 이 과제를 위해 쓰인 것입니다.

 

영화 Son of God 스틸컷.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 신앙생활의 초점이 예수님의 말씀들을 철저히 배우고 예수님의 명령대로 살아가는 것에 맞추어져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다른 모든 일들은 이 초점을 위한 보조 도구일 뿐입니다.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제대로 알았다는 증거는 예수님의 말씀을 깨달아 실천하는 삶의 열매입니다. 여기에 의도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고, 예수님 말씀대로 살아가는 열매도 없다면, 그 사람은 바위가 아니라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있는 사람(마 7:24-27)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말씀들을 철저히 알아야 합니다. 말씀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인 산상수훈(마 5-7장)부터 공부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성경 66권 전부를 공부하는 것은 좀 나중으로 미루어 두더라도, 예수님의 가르침과 사상의 핵심이 담긴 산상수훈부터 날마다 외우고 묵상하고 성령의 도우심을 힘입어 실천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 복음을 깨달은 사람들의 제자도입니다.

요한복음 14장 21절 말씀도 같은 내용의 말씀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글 번역에서 이 구절은 “나의 계명을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두 가지 지적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요한복음 고별설교(13-17장)의 중요한 부분에서 예수님의 ‘명령들’은 복수형이지 단수형이 아닙니다(14:15, 21; 15:10, 14). 그런데 이것을 단수형으로 번역하여 예수님의 명령들이 하나이거나 하나로 요약된다는 오해를 줍니다. 이 부분들을 ‘명령들’이라는 복수형으로 바꾸어 놓고 요한복음 14-15장 전체 본문을 읽어보면 요한복음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요 13:34)도 여러 명령들 중의 하나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사랑하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두 개의 큰 명령(마 22:37-40)이나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마 7:12)는 황금률도 예수님의 다른 명령들을 대치하는 요약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예수님의 전체 명령들을 배우고 지켜야 하는 과제가 사실상 제거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결코 요한복음이나 마태복음이 제시하는 관점이 아닙니다.

둘째로, ‘계명’이라는 말이 십계명이나 불교의 계율 같은 짧은 명령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명령들’도 ‘~하라’, ‘~하지 마라’와 같은 행동 규칙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행동 규칙은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에게 실천해야 할 전적인 책임을 부과합니다. 반면, 예수님은 반복해서 당신의 명령들을 실천하라고 하시지만(마 7:21; 요 15:10), 우리의 자원과 힘으로가 아니라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함으로 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마 7:7-11; 비교, 눅 11:9-13; 요 14:12-21). 이 명령들은 일방적으로 책임을 부과하지 않으며, 순종하려는 사람을 속으로부터 변화시키시는 은혜의 과정이 시작되게 합니다. 하나님의 명령은 무에서 유를 창조합니다(창 1장).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명령은 그것을 행할 능력도 함께 부여하는 말씀이며, 결국 우리를 변화시키시겠다는 약속이 포함된 말씀입니다.[3] 그러하기에, 예수님의 명령을 실천하는 과정은 단순히 내 힘으로 그것을 실행해야만 한다고 믿는 율법주의와는 전혀 다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 그 나라의 자녀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주시고(세계관의 변화), 말씀대로 살기 위해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하게 하시고(능력의 근원은 하나님 자신), 그 결과 우리가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변화된 열매를 맺게 만드십니다(막 4:26-27).

마지막으로, 마태복음 말씀과 요한복음 말씀에 공통으로 나오는 ‘지키다’(헬, 테레오; 히 샤마르)라는 동사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동사는 히브리어든 헬라어든 모두 일차적으로는 ‘감시하다, 보호하다’라는 의미를 지니며, 따라서 그저 ‘실천하다’보다 더 풍부한 이미지를 내포합니다. 감옥을 지키는 간수, 양을 지키는 목자, 밤새 깨어서 성을 지키는 병사, 자기 직무의 자리를 지키는 제사장과 관련이 있는 단어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명령들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실천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영어로 말하면, 단지 do(행하다)만이 아니라 cherish(소중히 간직하다)라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즉, 말씀을 소중히 여겨 마음에 늘 간직하고 날마다 입술로 읊조리면서(시 1:2)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말씀이 마음에 늘 머물도록 날마다 ‘지키면’, 그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열매가 저절로 맺히게(시 1:3) 됩니다.

우리는 지난 글들에서 하나님 나라 복음이 정말로 기쁜 소식이 되는 것이 성령의 내주하심 때문임을 살펴보았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이들에게 성령님이 내주하셔서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의 삶을 살게 하시는 것이 복음이 약속한 가장 큰 복입니다. 그런데 이 복은 예수님의 명령들을 실천하려고 할 때 비로소 눈에 보이게 나타납니다. 성령님이 예수님의 명령들을 따라 살게 하려고 오셨기 때문입니다(요 14:26; 16:13-14). 비유하자면, 하나님 통치의 은혜가 우리의 삶 곳곳에 쏟아져 들어오게 하는 수도꼭지가 바로 예수님의 명령들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실천하려 하며, 그 실천을 위해 성령의 도우심을 늘 간구한다면, 우리는 성령님의 변화시키는 능력을 체험하며 우리 삶 도처에 충만한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게 됩니다. 교회는 모두가 이런 은혜를 경험하도록, 서로서로 믿음과 예수님 말씀 실천을 격려하고, 그 결과로 우리 삶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발견하고 즐거워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며 예배하는 제자들의 공동체입니다.


[1] 예수님의 명령들을 추출하려고 복음서를 찬찬히 읽어보면, 예수님의 명령들과 가르침들이 분리할 수 없도록 밀접히 결합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므로 ‘명령들’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그 가르침의 결과로 나타나야 할 제자들의 삶의 모습에 대한 말씀들이라고 보아야 한다.

[2] 산상수훈(5-7장), 파송설교(10장), 비유설교(13장), 교회설교(18장), 종말설교(24-25장)

[3] 구약성경 히브리어 명령법의 용법들 중에 그런 용법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십계명도 단순한 계율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의 보장과 약속이 포함된 명령으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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