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인간이 발견한 식물은 35만 종 정도 된다. 이렇게 다양한 식물을 과학적 분류법으로 분류해보면 그 다양함 속에 아름다운 질서가 들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즉, 식물에는 다양성과 통일성이 함께 있다. 풀이나 꽃, 나무 같은 각종 식물을 하나하나 관찰해 보면 그 안에 독특한 단순함, 대칭, 비례 등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다양성과 통일성이 식물 안에서도 드러나는데 식물도 하나님의 창조물이니 당연한 말이다. 그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더 나아가 하나님을 찬양하게 한다.(본문 중)

성영은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앙리 파브르(Jean Henri Fabre, 1823-1919, 프랑스)는 『파브르 곤충기』로 유명하지만 식물을 관찰한 책인 『파브르 식물 이야기』(1876) 역시 그의 책이다. 그는 ‘식물은 동물의 형제(자매)’라는 말로 이 책을 시작한다. 움직이지도 않고 소리도 안 내고 반응도 없는 식물이 정말 동물과 형제라 불릴 만한 생명체일까? 파브르는 식물을 잘 관찰하면 그 사실을 잘 알게 된다고 말한다.

 

(좌)노년의 파브르, (우)1916년에 출간된 『곤충기』 원본.

 

현재까지 인간이 발견한 식물은 35만 종 정도 된다. 이렇게 다양한 식물을 과학적 분류법으로 분류해보면 그 다양함 속에 아름다운 질서가 들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즉, 식물에는 다양성과 통일성이 함께 있다. 풀이나 꽃, 나무 같은 각종 식물을 하나하나 관찰해 보면 그 안에 독특한 단순함, 대칭, 비례 등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다양성과 통일성이 식물 안에서도 드러나는데 식물도 하나님의 창조물이니 당연한 말이다. 그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더 나아가 하나님을 찬양하게 한다.

 

파브르는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잘 관찰해야 하는 이유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그는 평생 가난한 교사로 지내면서 곤충과 식물 등 자연을 관찰하였고, 은퇴 후 긴 기간 동안 자신이 관찰한 결과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그의 신중한 관찰 방법과 태도는 과학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신자에게도 큰 귀감이 된다.

 

파브르는 식물이나 곤충 등 자연을 관찰할 때 끈기 있게 관찰하고 거기서 관찰한 것을 조심스럽게 기록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산누에나방과 솔나방의 연구는 8년이 걸렸으며, ‘거룩한 쇠똥구리’ 연구는 40년도 더 걸렸다. 꾸준히 관찰되는 사실들을 축적, 기록하는 그는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며,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잘못된 지식들을 검토하지도 않고 베껴 쓰는 관행을 따르지도 않았다. 그는 자기가 직접 관찰하고 스스로 검토하고 철저히 생각한 것에 대해서만 말을 하고 글을 썼다.[1]

 

이런 태도의 바탕에는 그의 기독교 신앙이 있었다. 19세기 프랑스 남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신자였던 그는 책 곳곳에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드러내는 말을 적고 있다.[2] 예를 들어, 그는 식물을 고등한 것과 하등한 것으로 구분하는 것을 반대했다. 식물은 누가 높고 누가 낮은지를 따지지 않는데 사람들이 그들을 고등식물과 하등식물로 나누어 높고 낮음을 따지려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등식물이 고등식물보다 더 못하고 불완전하다는 생각을 수용하지 않았다. 그런 정신으로 그는 당시에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무시했던 곤충을 관찰했다. 파브르 덕분에 하찮게만 보였던 곤충이라는 하나님의 창조물이 그 위상을 찾았다.

 

그는 하나님이 생명체들을 창조하실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높고 낮게 구분하는 방식으로 창조하지 않았다고 믿었다. 그런 신념 때문에 그는 생물이 하등 생물에서 고등 생물로 진화한다는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든 생물은 그 자체로 완전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그는, 이 세상에 무수하게 많은 다양한 종의 생명체들이 있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 작업이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있는 그대로 잘 관찰하고자 했던 그의 신자로서의 모범은 우리와 우리 자녀들이 그의 책을 읽고 자연을 관찰하고 즐기는 법을 배울 좋은 이유가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는 무엇일까? 나무다. 현재는 약 5,000살이나 되는 최고령 나무들이 미국 등 여러 나라에 살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천 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와 맞먹는 나이다. 우리나라의 최고령 나무는 강원도 정선의 ‘두위봉 주목’인데 1,400살이나 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 나무의 탄생 연도는 삼국시대 말기쯤이다. 이렇게 오래 사는 나무는 자기 몸에 자연의 역사를 간직한다. 나이테가 그것이다. 매년 하나씩 만들어지는 나이테에는 그 해의 기후나 환경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다. 파브르는 죽은 고목의 나이테를 보고 언제 흉년이 들었고, 언제 가뭄이 심했고, 언제 혹독한 겨울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좌)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진 므두셀라 소나무(2019년 현재 수령이 4,850년으로 확인), (우)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진 정선두위봉 주목(수령은 약 1,400여년)

 

여름철에 해바라기의 잎을 잘 살펴보면 아래에서 위로 빙글빙글 돌면서 나선형으로 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배치 덕분에 모든 잎들이 서로를 가리지 않고 햇빛을 최대한 잘 받을 수 있다. 나무나 꽃들의 잎은 이런 나선형나기 외에도 어긋나기, 마주나기, 돌려나기, 모아나기 등 나는 구조가 다양하다. 그리고 모양도 다양해서 원꼴, 삼각꼴, 바늘꼴 등, 잎의 모양을 나타내는 말만 해도 300여 가지나 된다. 꽃은 어떤가? 꽃의 색과 모양은 더 말할 나위 없이 다양하다.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므로 ‘나쁜’ 가루라고 알려진 꽃가루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그 색깔, 모양, 크기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꽃가루는 같은 식물 종끼리는 동일하게 생겼고 다른 종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 때문에 하늘에 꽃가루가 가득하고 들판에 꽃이 가득해도 서로 다른 종들 사이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 종끼리만 씨앗을 맺는다.

 

식물도 잠을 잔다. 그러나 참나무, 호랑가시나무 등 튼튼한 잎을 가진 나무들은 매일 잠을 자지 않고, 곰이나 뱀처럼 겨울잠을 잔다. 식물들은 햇빛, 빛, 바람, 가벼운 두드림이 있고 없고에 따라 잠을 자기도 하고 깨기도 한다. 그리고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 고통이나 외부의 공격을 느끼면 움츠리거나 방어용 화학 물질을 내뿜는다. 공격하는 곤충을 아예 잡아먹는 식물도 있다. 식물이 음악에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식물들이 화학 물질을 통해 자기들끼리 서로 대화를 하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식물을 잘 관찰해 보면 식물과 동물은 서로 형제인 생명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식물은 또한 하나님이 명하신 대로 자기의 생명을 동물과 사람의 먹을 것으로 내준다. 꽃과 나무와 숲은 아름다움으로써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신선한 산소와 치유의 효능이 있는 여러 물질들도 제공한다. 하나님이 만드시고 ‘좋았다’고 하셨기에 우리도 이 생명들의 좋음을 즐기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하나님이 만드신 이 생명체를 소중히 돌볼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이번 여름, 숲이나 산을 찾아 식물들과 자연을 관찰하고 즐겨보자. 이런 곳을 찾아 우리 주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신비를 찾고 즐기는 것은 신자인 우리와 우리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1] 마르틴 아우어, 『파브르 평전-나는 살아있는 것을 연구한다』, 인성기 옮김(청년사, 2003), 200-201.

[2] 우리말 번역에서는 종교적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이유로 파브르의 신앙적 언급을 대체로 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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