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교인이 찾아왔다면 목회자가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지고 안내한다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 그냥 “내가 잘 안다”라는 말만 해서는 권위가 안 선다. ‘정말 아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통할 것이다. 어떻게 목회자가 정신의학 영역과 관련해서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안내할 수 있을까? 오늘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이 부분이다. “언제부터 그러셨나요?”라고 물어보라.(본문 중)

최의헌(목사, 연세로뎀정신과 원장)

 

목회자가 교인에게 정신과 진료를 권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이 심하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적인 문제쯤은 목회자가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인들의 기대 때문이다. 그래서 목회자가 교인에게 정신과 진료를 권할 때는 ‘권위’와 ‘겸손’이 필요하다. 목회자는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일들을 적임자에게 위임하고 그 역할을 잘 감당하도록 지도하고 점검하고 격려한다. 조직을 만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부탁하기도 한다. 이때 “내가 잘 몰라서…”라고 말하며 일을 맡기지는 않는다. 목회자는 코치나 감독이 팀 전체의 승리를 위해 선수를 적절히 기용하는 것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교회 안팎의 전문가들의 역량을 겸손히 인정하면서도 또한 목회자로서의 권위를 발휘하여 그들에게 적절히 위임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로 정신과 진료에도 적절한 권위를 부여하고 역할을 이양하면 교인들을 수긍시키기가 쉽다.

 

ⓒunsplash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교인이 찾아왔다면 목회자가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지고 안내한다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 그냥 “내가 잘 안다”라는 말만 해서는 권위가 안 선다. ‘정말 아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통할 것이다. 어떻게 목회자가 정신의학 영역과 관련해서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안내할 수 있을까? 오늘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이 부분이다. “언제부터 그러셨나요?”라고 물어보라.

초보 상담자의 흔한 실수는 내담자의 문제를 현재의 상태로만 파악하려는 것이다. 현재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토로하면 그것만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한다.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아니다. 현 상태가 원래부터 그런 것도 아니고, 앞으로 똑같이 유지될 것도 아니다. 그러니 현시점의 상태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어떤 변화가 이어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차이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상태’를 파악하는 것과 ‘과정’을 파악하는 것으로 구별해 표현하겠다. 다음의 사례를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목회자를 찾아와서, 최근 자꾸 하나님을 욕하는 생각이 들어서 괴롭다고 하였다. 낮에도 그렇지만 특히 잘 때 심해지고, 최근에는 깨자마자 하나님을 욕하는 생각이 들어서 괴롭다고 했다. 이러다가 미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하였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첫째로, 더 이상 문제를 파악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그는 목회자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말을 시작한다. 안심을 시키기도 하고, 경고를 하기도 하고, 같이 기도도 해주고, 앞으로의 지침을 말해주기도 한다.

둘째로, 문제를 더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에는 더 질문을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욕이 떠오르는지, 하나님 외에 다른 욕하는 대상이 생기는지, 어떤 상황에서 더 심해지는 현상이 있는지, 하나님에 대해 실제로 부정적인 생각은 어떤 것이 있는지 묻는다. 필자는 두 번째 사람이 첫 번째 사람보다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파악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해법을 빨리 제시하면, 유능한 것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사실 전문가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번째 경우라 하더라도 위의 항목들을 묻는 것은 ‘상태’를 파악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다. 보다 정확한 이해와 전문적인 접근을 하려면 ‘과정’을 파악해야 한다. 과정을 파악하는 효과적인 질문이 바로 “언제부터 그러셨나요?”이다. 이 내담자에게 질문을 하니, 두 달 전 교회 부흥회를 참석하고 나서부터 그랬다고 말한다. 그러면 이 이야기를 통해 ‘시점’이 나오고 이를 통해 ‘시점 전’과 ‘시점 후’로 과정이 나뉜다. 어떤 경우에는 시점이 모호해서 하루가 아니라 몇 주간을 시점으로 볼 수도 있다.

이렇게 구분하고 나면 관심의 초점이 대개 시점 이후가 되기 쉬운데, 이 또한 전문가답지 않은 태도다. ‘시점 전’의 파악이 중요하다. 많은 경우 문제가 이미 시점 전에 존재하므로, 문제가 확연히 드러난 시점 이전에 비슷한 문제가 미미하게 등장했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시점 전을 기본 상태로 전제하여 내담자의 성향과 장단점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시점 전 상태를 아는 것이 향후 회복할 목표 상태를 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Freepik

 

그 다음에는 시점에서 무엇이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었는지를 살핀다. 이 내담자의 경우에는 시점에서 어떤 요소가 문제를 일으켰을까? 부흥회 자체가 문제 요인이었다면 참여자 모두에게서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을 것이기에 그것이 요인이라고 하긴 어렵다. 부흥회 참여 이후에 이 분의 심경에 나타난 영향을 아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니, 부흥회에서는 은혜를 받고 좋았는데 며칠 후 자다가 갑자기 깨었고 심판의 공포가 밀려왔다고 하였다. 이후로 어둠과 잠자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해 잠을 설치게 되었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는 낮에도 하나님과 예수님 다음에 욕설이 붙는 문장이 자꾸 떠오르기 시작해서 고개를 흔들며 무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부흥회 이후에 공포감을 일으킨 무언가가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짐작하게 된다. 시점에서 찾아낸 요인을 전문용어로 ‘유발인자’(precipitating factor)라고 부른다. 유발인자가 문제의 원인일까? 대개는 그것만은 아니다. 이 사례는 일단 여기까지만 언급하기로 하자.

이 내담자의 사례는 생각보다 자주 발견되는 강박증상이다. 강박사고는 원치 않는 생각이 머리로 쑤시고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허용할 수 없는 생각이기 때문에 강박이 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욕을 하는 강박은 반대로 그가 하나님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증거다(허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므로). 그러므로 그의 강박증상을 정죄하거나 귀신의 작용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상황을 과정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강박증상이며 신앙이 없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위로해주어야 한다. 물론 상담과 치료도 필요하다.

목회자가 파악하기에 정신과 진료나 전문심리상담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권유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정신과 진료나 상담을 회피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목회자의 권유는 큰 힘이 된다. 그런데 그냥 권하는 것보다는 보다 전문성에 대한 신뢰감을 주면서 권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을 위에서 제시했다. 먼저 언제부터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를 물으라. 그래서 문제가 드러나기 전의 상태, 문제가 시작되는 배경, 문제가 일으키는 영향을 흐름에 맞춰 과정적으로 파악하라. 많은 이들이 내담자 문제의 현재 상태만 파악하는데 그치므로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 과정을 파악하는 자세를 배우면 정신의학과 심리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기본 이상으로 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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