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독교 역사 분야의 독보적인 권위서이자 고전인 시드니 알스트롬의 『미국기독교사』가 번역 출간되었다. (중략) 한국은 전 세계 어느 선교지보다도 확연히 미국인 선교사의 집중도가 높았던 곳이었다. 개항 후 오늘날까지 한국은 그 어느 서양 국가보다도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특히 미국기독교와 한국기독교의 연결고리는 그 어떤 영역보다도 단단하다. (본문 중)

이재근(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선교학)

 

『미국기독교사』(A Religious History of the American People)

시드니 E. 알스트롬 | 김영재 옮김 | 이재근 감수 | 복 있는 사람 | 2019.10.10. | 1,854쪽 | 65,000원

 

꿈의 실현

미국기독교 역사 분야의 독보적인 권위서이자 고전인 시드니 알스트롬의 『미국기독교사』가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이 한글로 번역되는 것은 거의 모든 한국기독교 역사 및 미국기독교 역사 연구자들의 오랜 꿈이었다. 외국에서 유학 중에 한국교회사 연구를 하든, 한국에서 관련 연구를 하든, 대다수의 교회사 학자들은 한국기독교의 직접적인 뿌리이자 기원인 미국인 선교사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인 선교사는 미국이라는 독특한 신생 국가에서 성장하면서, 지역별로, 교단별로, 민족별로, 가정별로 자신들만의 기독교 신앙을 형성했다. 그 신앙을 소속 신학교와 기독교계 학교, 기관에서 심화시킨 후, 한국 등 해외에서 선교함으로써 그 신앙을 해외에 전수했다. 한국은 전 세계 어느 선교지보다도 확연히 미국인 선교사의 집중도가 높았던 곳이었다. 개항 후 오늘날까지 한국은 그 어느 서양 국가보다도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특히 미국기독교와 한국기독교의 연결고리는 그 어떤 영역보다도 단단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미국인 선교사의 신앙 배경이 되는 미국기독교를 이해하고자 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주제를 다루는 여러 연구서와 논문을 읽고 공부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등지에서 한국기독교 역사와 미국 역사를 연계해서 연구하며 학위 논문을 쓴 학자들이 많아졌다. 미국기독교 역사에 대한 문헌을 읽고 공부하면서, 학자들은 이 주제를 다루는 모든 미국 및 서양 학자들의 연구가 결국 한 책에서 시작하고 동시에 한 책으로 다시 귀결되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즉, 1972년에 예일대출판부(Yale University Press)가 발간한 시드니 알스트롬(Sydney E. Ahlstrom)의 방대한 『미국기독교사』가 그 출발점인 동시에 귀결점이었던 것이다.

 

『미국기독교사』의 저자 Sydney E. Ahlstrom(1904~1999). (출처: Meadville Lombard Library)

 

따라서 한국인으로서 한국기독교 역사와 미국기독교 역사를 공부한 학자들이라면 대다수가 이 엄청나게 권위 있는 책이 한글로 번역되기를 꿈꾸고 소망했다. 이 꿈을 꾼 사람은 많으나 안타깝게도 누구도 자신이 이 꿈을 실현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원서 분량이 무려 1,158쪽이나 되는데다가, 다루는 기간이 너무 길고, 거의 모든 전통 교파와 신흥 종파를 다 다루며, 유럽과 미국의 종교뿐만 아니라 일반사의 모든 주제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이 책을 감히 번역할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번역을 시도한다고 해도, 한글로 번역하면 최소 1,500쪽은 족히 될 이 거대한 책을 출간해 줄 출판사가 존재하리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판매와 유통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출판사로서는 단순히 학술적 가치만을 고려해 엄청난 적자가 예상되는 책의 번역 출간을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이런 이유로, 연구자들은 1972년 이후 거의 모든 교회사 연구자들의 시선을 붙든 이 책을 한글로는 영영 보기 힘들다는 ‘확신’에 이르렀다. 필자 역시 2006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2003년경부터 이 책의 존재를 알았다. 그러나 유학이 끝난 2013년까지도, 심지어 그 이후에도 이 책을 누군가가 번역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가 포기하고 있던 그때, 한국기독교 역사학 분야의 선각자이자 대가 중 한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이 엄청난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2006년에 합동신학대학원 교회사 교수직에서 은퇴한 김영재 교수가 이 일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할 겸, 현직 교수들이 시간을 내지 못할 것을 감안하여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는 생각에서 작고한 예일 대학교 교수 알스트롬이 쓴 『미국종교사』를 번역하기로 하였다.”[1] 이렇게 해서, 약 10년간의 번역, 3년 이상의 편집과 감수 작업 끝에 올해 10월, 복있는사람 출판사의 한글판 『미국기독교사』가 1,581쪽 분량으로 출간되었다.

 

 

단 한 권의 책

알스트롬은 1960년대를 오롯이 집필에 바쳐서 약 10년에 걸쳐 원고를 쓴 후 1972년에 완성된 책을 출간했다. 1972년에 1판이 나온 후, 2004년에 한 장이 추가된 2판이 발간되었는데, 2판의 서문과 추가된 장을 쓴 하버드 대학교의 데이비드 홀(David D. Hall)은 이 책이 집필된 과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무엇인지 암시하는 표현이다.

이 청탁을 받고서 그는 1960년대에 정력을 다 쏟아부어 집필에 전념했다. 그는 자기 책상 위에 널려 있는 모든 책을 다 기억해 내는 독서가로서 아주 숙련된 솜씨로 집필했다. 그런데 그가 참고한 책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이 일을 위해 그는, 진부한 형용사를 빌려 말하자면, 끝없는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그래서 그는 미국 종교 역사의 넓은 길과 샛길을 가리지 않고 두루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우선, 이 책은 “미국 종교 역사의 넓은 길과 샛길을 두루 다닌” 책이다. 즉, 미국 종교사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루었다는 뜻이다. 이 책의 원제가 한글판의 『미국기독교사』와는 조금 다른 『미국인의 종교사』(A Religious History of the American People)였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알스트롬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형성되기 훨씬 이전인 16세기 종교개혁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영국령 북미 식민지 시기부터, 1776년 독립 이후의 미국 공화국 시대를 거쳐, 1960년대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따라서 책이 다룬 기간이 무려 400년이 넘으며, 아메리카 원주민의 토착종교, 스페인, 프랑스계 선교사와 이민자의 가톨릭 신앙,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주류 영국계 개신교인, 유럽계 소종파, 비기독교인 이민자, 아시아 및 아프리카계 이민자, 남아메리카 히스패닉 인구의 종교, 미국 신흥 종파 등, 독립 전 북아메리카와 독립 후 미국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모든 ‘미국인’의 종교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이 점에서 넓은 길에 해당하는 주류 영국계 청교도, 성공회, 장로교인, 감리교인, 침례교인뿐만 아니라, 샛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개신교 소종파, 비개신교, 비기독교의 모든 맥락을 탐색한다. 실로 방대한 미국 종교의 종합 백과사전인 셈이다.

둘째, 이런 복잡다단한 맥락과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청교도와 성공회, 장로회, 감리회, 침례회 등의 주류 역사를 뼈대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여전히 기독교적이다. 따라서 책의 한글판 제목이 『미국인의 종교사』가 아니라 『미국기독교사』라 해도 오류는 아니다. 알스트롬이 책에서 다룬 1960년대는 미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주류이자 중심 세계관으로서 자리를 지킨 마지막 10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미국 사회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탈(또는 후기)기독교 시대(post-Christian era)가 된다.

셋째, 1972년에 출간된 이래로 지금도 여전히 미국기독교사의 표준 저술인 동시에 이 분야 ‘단 한 권의 책’이다. 1972년 이후 2019년에 이르는 오늘날까지, 많은 미국 역사가들이 이 저술의 약점을 보완하는 통사를 쓰려고 시도했다. 윈스롭 허드슨, 에드윈 고스타드, 로버트 핸디, 마틴 마티, 캐서린 알바니즈, 마크 놀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알스트롬의 저작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고 했지, 감히 자신들이 알스트롬을 ‘극복’하거나 ‘우위’에 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비유컨대, 칼뱅 이후 개신교에서 수많은 위대한 조직신학 저술들이 나왔지만, 이 저술들이 칼뱅의 『기독교강요』의 연장선상에서 각 시대에 맞게 이 체계를 보완하거나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과 유사하다.

넷째, 데이비드 홀이 쓴 제64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알스트롬의 책은 1960년대로 종결된다. 그러나 1970년 이후 오늘날까지 50년 기간은 어쩌면 미국 종교사의 이전 300년 기간보다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난 회오리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홀은 2004년에 부가한 64장에서 이 혼돈의 시기를 몇 가지 주제로 압축해서 요약했다. 그러나 이 압축적인 제목 배후에 있었던 사건과 등장인물 각각은 단순히 몇 줄로 요약되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도 크므로, 결국 이후 미국 종교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이 책 외의 다른 연구서들을 참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기독교의 거울로서의 미국기독교 역사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기독교에서 300년에 걸쳐 일어난 변화가 한국에서는 100년 안에 일어났다. 미국교회가 유럽교회에 비해 압축적인 경험을 했듯, 한국교회는 앞으로도 미국교회보다 더 압축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겠으나, 이 책을 통해 그 변화에 대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1] 김영재, 『지각생의 간증: 김영재 교수의 살아온 이야기』(서울: 영음사, 2015),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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