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왕으로 다스리시며 우리와 함께하시는데, 왜 때때로 우리 삶에 여러 가지 환난이 일어나고, 질병이나 사고 혹은 실패와 좌절 등이 일어납니까? 왜 때로는 요즈음처럼 우리 삶에 코로나19 전염병과 같은 재난이 닥쳐오는 것입니까? 그런 일을 당할 때 우리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것 같이 느끼거나 설령 하나님이 계신다고 하여도 나에게 관심이 없으신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일들은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내 편한 대로, 내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과 내가 세상의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 줍니다.(본문 중)

현요한(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조직신학)

 

우리는 지금까지 하나님의 나라가 하나님 자신의 통치이며,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통하여 그 나라를 이 땅으로 가져와 새롭게 시작하셨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하나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의 임재 혹은 현존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생각해 봅시다.

하나님 나라는 물론 하나님 자신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나라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나라를 이끌고 이 세상에 오셔서 “때가 찼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라고 선포하셨습니다(막1:15).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근거는 자신의 도래와 현존 자체가 바로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복음’(헬, 유앙겔리온)이라는 단어는 고대 세계에서 왕의 아들의 탄생이나 전쟁에서 왕의 승리의 소식 등을 가리켜 사용된 말입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렇게 선포하시고 사역을 시작하심으로써 그 나라가 본격적으로 이 땅에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이 하늘로부터 우리에게 온 복된 소식, 즉 하나님 나라의 복음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귀신을 추방한 일을 놓고 바리새인들과의 논쟁하실 때, “내가 만일 하나님의 손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다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눅11:20). 이것은 얼마나 놀라운 말씀입니까? 귀신을 쫓아내는 예수님의 행위는 세상의 영적인 권세를 잡은 자인 마귀를 이기고 지배하는 하나님의 권세의 시행이므로, 하나님 나라가 이미 도래한 것을 가리키는 표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마귀가 세상의 왕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신 예수께서 세상의 왕이시라는 말입니다.[1] 또한 바리새인들과의 다른 논쟁에서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겠는지 질문했을 때, 예수님의 대답은 이러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 17:20-21). 여기서 ‘너희 안에’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종종 이 본문은 하나님 나라가 사람들의 마음 안에 내적인 실체로 있다는 의미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대화의 문맥상 ‘너희’는 바리새인들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대적하는 바리새인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나라가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우니까요. 한 가지 유력한 해석은 ‘너희 안에’(헬, 엔토스 휘몬)를 ‘너희 마음 안에’가 아니라, ‘너희들 가운데’(in your midst)로 이해하고, 그 말이 그들 가운데 서 있는 한 사람, 즉 예수 그리스도 자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비록 바리새인들이 그 나라를 아직 받아들이지 않고 도무지 깨닫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여도, 그들 가운데 하나님 나라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서 계신다는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과 하나님 나라를 동일시하는 해석입니다.

 

썸네일 사진. 영화 ‘Son of God’ 스틸컷.

 

예수님의 복음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가져오셔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설립하고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는 그 자신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현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이신 예수가 있는 곳에 하나님 나라가 있습니다. 왕이 있는 곳에 그 왕이 다스리는 나라도 있습니다. 이것은 마가와 마태의 병행 본문 중 하나에 암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마가복음 9:1에 의하면, “또 그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기 서 있는 사람 중에는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 하시니라”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병행 본문인 마태복음 16:28에 의하면,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기 서 있는 사람 중에 죽기 전에 인자가 그 왕권을 가지고 오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고 하였습니다. 마가가 ‘하나님 나라’의 도래라고 한 것을 마태는 ‘인자가 그 왕권’을 가지고 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헬라어로는 ‘나라’도 ‘왕권’도 모두 헬라어로 ‘바실레이아’입니다. 여기서 ‘인자’를 예수님 자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면 마태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인격체의 오심을 불가분리의 관계로 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2]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신 곳은 그 어디나 하나님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찬송가 438장 “내 영혼이 은총 입어”가 이것을 잘 노래하고 있습니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그렇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죽은 후에만 들어가는 곳, 저 멀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하나님 나라가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삶은 어떠합니까? 우리는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며 하나님 나라를 누리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우리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왕이신 그리스도께 순종하며 그분의 다스림을 받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그런데, 그리스도 예수께서 왕으로 다스리시며 우리와 함께하시는데, 왜 때때로 우리 삶에 여러 가지 환난이 일어나고, 질병이나 사고 혹은 실패와 좌절 등이 일어납니까? 왜 때로는 요즈음처럼 우리 삶에 코로나19 전염병과 같은 재난이 닥쳐오는 것입니까? 그런 일을 당할 때 우리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것 같이 느끼거나 설령 하나님이 계신다고 하여도 나에게 관심이 없으신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일들은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내 편한 대로, 내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과 내가 세상의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 줍니다. 나는 이 어마어마하게 큰 우주에서 작은 먼지 같은 존재일 뿐만 아니라 죄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신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때마다 일마다 많은 도움과 사랑을 부어주셨습니다.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받은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환난과 역경이 닥쳐올 때, 낙심하고 실망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며,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무엇을 깨우쳐 주시려는지 깊이 살펴보아야 합니다. 어떤 목사님은 이 일을 계기로 여러 가지 참회의 기도를 한다고 합니다.[3] 또한 생각해 볼 것은, 요즈음 창궐하는 새로운 질병들이 본래 그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는 없고 야생 동물에게만 있었는데, 어떤 변이 과정과 중간 숙주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된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그것은 인간이 그만큼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여, 야생 동물의 세계를 침범함으로써 인간에게 옮겨온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4] 우리 인간이 그토록 심하게 자연환경, 아니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함부로 파괴하고 착취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점에 대하여도 회개하며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이번 사태를 특정인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이해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일을 계기로 우리 모두가 깨달으며 참회하며 영적 성숙의 길로 가자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지금 그 질병에 걸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방역과 질병 관리를 위해 수고하는 관계자들을 위해서 힘써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함께 모여 드리는 주일 예배를 중단하거나 영상을 통해 예배하는 것으로 대체한 오늘날 우리 교회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교회가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바로 서고, 회복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이 난관을 극복하는 일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사랑으로 힘써 섬겨야 하겠습니다. 그러한 사랑의 대상은 동료 그리스도인들뿐만 아니라, 환난을 당한 모든 사람들을 포함합니다. 하나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하나님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임재하십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의 안에 거하시느니라”(요일 4:16).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하나님이 계시고, 하나님 나라가 있습니다.


[1] 그러므로 예수님은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전도하러 보내실 때도, ‘가면서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라’고 명령하시는데, 그와 더불어 병자 특히 귀신들린 자를 고치라고 명령하셨습니다(마 10:6-8; 눅 9:1-2). 그렇게 하나님 나라와 그 표징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그 말씀대로 나아가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많은 병자를 고치고 귀신을 추방하였습니다. 이것은 예수께서 그들에게 “뱀과 전갈을 밟으며 원수의 모든 능력을 제어할 권세를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눅 10:17-20).

[2] 예수 그리스도 안에 인격화된 하나님 나라라는 의미로 이 말을 가장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오리게네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Origen, Commentary on the Gospel of Matthew. Book XIV, 7. in Ante-Nicene Fathers, Vol. 9. Edited by Philip Schaff, (Grand Rapids, MI: Christian Classics Ethereal Library, 2004), 793. 오리게네스는 마 18:23, “천국은 그 종들과 결산하려 하던 어떤 임금과 같으니…”를 해설하면서 천국을 어떤 임금, 즉 절대적 지혜요 절대적 의요 절대적 진리이신 그리스도 자신과 동일시합니다. 그는 그리스도 자신이 천국이요, 절대적 왕이시라고 해석합니다. 예수님 자신이 그 나라 즉, ‘아우토바실레이아’(autobasileia)라는 것입니다.

[3] 오대식 목사님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지면서) 우리가 하나님이 주신 일상의 행복을 무시했던 것, (많은 나라들로부터 입국 거부를 당하면서) 무절제하게 해외여행을 했던 것, (저개발국으로부터도 한국인 입국거부를 당하면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차별했던 것,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 무책임한 말을 너무 많이 했던 것, (교회의 모임이 막히면서) 교회 밖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커다란 예배당의 빈자리를 보면서) 교회의 크기와 양적 성장만을 자랑했던 것 등에 대하여 참회의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조. “한 목회자의 참회기도, 온라인서 화제” <한국기독공보>, 2020년 3월 4일.

[4] 맷 매카시에 의하면 2016년 시베리아 탄저균 사태는 영구 동토층에 묻혀 있던 탄저균에 죽은 순록의 시체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고온으로 노출되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합니다(『슈퍼버그』, 2020). 최강석에 의하면, 2013년 아프리카 기니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은 벌목으로 황폐해진 기니에 수년간 계속된 가뭄 때문에 사람들이 야생 동물을 잡아먹다가 감염되었다고 합니다(『바이러스 쇼크』, 2020).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인간이 박쥐의 세계까지 침범한 데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감염병의 주범,” <시사IN> vol. 651, 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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